어제 인혁당 사건의 진실이 32년만에 밝혀졌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감격해서 저녁 뉴스 시간에 tv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인혁당 사건은 단지 한 꼭지로만 지나가는 가십 기사로 보도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재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연히 톱 기사로 5-6꼭지 정도는 보도가 되어야 정상이 아니었겠습니까!
"사형 선고로 8명이 죽었는데, 알고보니 무죄였다."
단지 이 기사 하나만으로도 전국이 발칵 뒤집히고, 정치권에서도 열변을 토하고, 책임자를 색출하라는 등의 말이 나올만한 사건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 무죄 선고는 사법부 스스로가 잘못되었던 과거를 뉘우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점, 우리 국민 스스로가 과거의 독재 만행의 잘못된 점을 하나 하나 바로잡아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점 등 이 재심의 결과는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사건입니까.
이 사건은 9시 뉴스 tv에 달랑 한 꼭지 보도되고 지나갔습니다. 인터넷 여론은 달아올랐지만, 언론세력 곧 방송 신문 등은 침묵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황사가 날아올지도 모른다 따위가 오히려 더 비중있어 보이던 이상한 뉴스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사의 소식은 정치권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이건만, 한나라당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나라당이 독재정권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행태입니다. 차기 대권주자를 과보호하는 것은 아닙니까?
다소 섣부른 상상이지만, 한나라당을 비롯, 신문 방송 등의 보수 세력은 하나로 똘똘 뭉쳐 있어서, 인혁당 사건의 재심 보도로 인해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입게 될 피해를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요? 지금의 메이져 언론사들이 대부분 박정희 정권때부터 이어오던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언론에서 침묵하면 곧 잊혀집니다. 언제 그런 사건이 있었냐는 듯이 잊혀져갑니다.
지금 이 재심 결과의 언론 보도 행태를 보면서 일제시대 이후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친일파 특별법이 흐지부지된 것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일제에 빌붙어서 호위호식하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 항일투쟁을 했던 분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은 아시아나 항공 1등석 여객기로 1400여만원 공ㅉ ㅏ 미국 여행을 다니고, 고향에서는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딸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독재정권 시절 독재에 아첨하던 자들은 지금도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고, 그 당시 민주화 투쟁을 하던 사람들은 전과자의 꼬리표를 달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것인지!
잘못된 행동은 나중에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나라 안에서 바로 인식이 되어야 다시는 매국하고, 독재하는 등의 일이 안 생길 것 아닙니까!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무조건 권력에 아첨하고, 정의라든가 나라의 안위와 상관없이 일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자손대대로 영화를 누리는 것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있는 꼴 아닙니까.
지난 잘못을 제발 깨끗이 청산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과거를 청산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누가 인생을 망치려 하겠습니까. 과거의 청산은 민중만이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크고 힘있는 민중은 바로 누리꾼, 네티즌 여러분입니다.. 이 나라를 정의로운 나라로 만듭시다 여러분. ㅠㅠ 올바른 일을 한 사람이 대접받고, 더럽고 추한 일을 한 사람들은 발을 붙일 수 없는 세상을 만듭시다 여러분..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그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어흑.. ㅠㅠ
아픈 마음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30년 전에 이랬다면 다음날 어디론가 사라졌겠지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민주주의 만세!
뭔가 상당히 찝찝한 이 느낌..결혼해서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삶을 살라고 가르쳐야 할까??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