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의경 이야기- 한겨울 용산 미8군에서의 노숙자 체험(2)

미연시다운족 작성일 07.02.16 00: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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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을 서울시내로 출동을 나와서 생활을 해야 하는 전의경들 특히 기동대의 경우는 평균 2~3끼를 밖에서 해결을 해야한다.

1기동대는 본대가 동대문
2기동대는 본대가 송파
3기동대는 본대가 수서
4기동대는 본대가 양천구(국과수 옆)
특기대는 본대가 동대문

이렇게 나누어져 있고, 본대건물에 못들어가는 중대들은 서울시내로 또 찢어져서 생활을 해야하는데,

우리 중대의 경우는 본대에 숙영하던 중대이므로 수서의 본대취사반에서 밥을 만들어서는 보온식관에 담아서 주로 출동을 나오는 종로나 여의도로 밥을 추진해가지고 왔다.

밥을 추진하는 과정은 어느중대나 마찬가지다.

이미 중대에서는 출동지를 파악을 하고 있으므로 중대부관님이 밥차에 선탑해서는 바로 밥을 추진해오구,

우리는 "밥차왔다~!"라는 말 한마디에 사진에 나오는 파란 천막을 친 다음에 거기에 반찬통/국통 배열해 놓구는 일열로 서서 밥을 타서는 다시 기대마로 가지고 가서 밥을 먹으면 식사끝이다.(이건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다.)

기대마에 좌석마다 간이 테이블이 되어있다.(비행기의 기내 테이블과 유사함..)

밥먹는 시간 끝나고, 배식이 종료되면 천막걷어서 다시 기대마 뒷칸에 집어넣구 잔반은 가지고 온 국통에 짬처리해서는 대기하고있던 밥차에 실어 나르면 끝이다.

이렇게 배식을 하고 나면 분명히 인도의 보도블럭에 배식을 한 자국이 남으므로, 출동나올때 물당번이 담아 가지고 온 식수를  반찬흔적이 남은 보도블럭에 뿌리고  기대마뒷편에 실어둔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미싱으로 문대서 흔적제거까지 없애는 청소를 하고 나면 식사끝이 된다.

이후 대원들이 기대마밖으로 나와서 마주보구 2열 횡대로 차렷자세로 서가지고 담배한대씩 피우고(이건 고참들도 열외없다. 단지 짝다리만 짚을 수 있다.) 후임들은 담배꽁초 일일이 손으로 수거해서

출동나올때 가지고 온 쓰레기통에 담으면 담배도 끝.

이후 줄 맟춰서 2열로 화장실 다녀오면 끝.

이러니 밥먹을때 시위대들이 습격을 하는 경우도 있고 돌발상황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때는 그냥 먹던 밥 국통에다가 다 엎어버리고 바로 장비챙겨서 뛰어나가야 하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만일 시위대가 습격하면 방법없다. 먹던 츄라이 바로 시위대에게 던져버리고 장비챙겨서 싸우는 방법밖에...

심한 경우에는 한숫갈도 떠보기전에 바로 다 엎어 버리고 뛰어나간 경우도 몇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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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간에, 바로 이날의 근무지인 용산미8군기지에 도착을 했는데......

며칠간의 야간지원근무로 피곤한 상태에서, 전력약화를 막기위해 짬내서 훈련하고 게다가 오늘 상황출동까지 나가서 거의 피곤함이 극한에 다다른 대원들인데,

과연 누가 근무 초번을 나갈것인가? 게다가 현재 시각이 밤11시인데 말이다...


요즘에는 용산 미8군기지 철야 지원근무를 방순대도 근무를 서고, 기동대도 근무를 서면서 지원들어오는 중대가 3~4개 중대가 같이 근무를 선다고 하는데,우리때는 용산 미8군기지 근무를 기동대만 섰고, 그것도 덜렁 1개중대만으로 근무를 섰었다.(내가 전에 쓴 1638번에서도 용산 미8군기지 근무와 관련된 글을 썼을 거다.)


덜렁 한개중대가 근무를 서니, 이건 도저히 맞교대근무가 돌아가지도 않아서 무조건 밀어내기 근무를 서야하는데, 최대한 대원들의 취침과 휴식을 보장해주고자  용산미군기지의 근무시간은 한번에 3~4시간은 서야 된다는 거다.

결국 3시간씩 서기로 했는데, 과연 초번근무를 누가 나갈것인가? 서로 눈치만 보구 선뜻나서지를 못하고 있는와중에

당시 챙기는 깃수였던 나는 철야설 준비(전력선 따오구, 장비 배열하고, 기타등등..) 점검을 하고 돌아왔는데 초번 근무가 누군지를 딱 알겠더라.

"챙기는 깃수 중에서 나만 빼 놓구 전부 다 엎어져 자더라는 거다..."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근무나갈 준비를했고, 다른 챙기는 깃수 한명은 무전병대신 무전병청취겸 불침번을 서고(이것도 상경이상의 챙기는 깃수만의 특권임. 불침번시간동안은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바로 소대장님께 신고를 하고 근무배치를 나갔는데,

아무래도 후임깃수들 보다는 내가 나가는게 더 낫겠다는 심정으로, 근무지가 가장 먼 용산우체국 뒷편의 게이트 쪽으로 내가 근무를 나갔다.

국방부쪽에서 용산우체국 뒷편까지... 거리가 좀 멀더만....

그나마 다행인게, 가다가 편의점이 있었다는거다.

이추위에, 이 피곤함에  제대로 근무를 서려면 칼로리를 보충해야 한다라는 나의 강력한주장에 의해서 나하고 같이 나간 후임은 사이좋게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체온을 회복할 캔커피와 몇가지 먹을걸 준비했다.

이후에 근무를 서는데,

한겨울에도 서서 졸 수 가 있다는걸 그때 알았다. 잠이 쏟아지니 몸은 점점 더 웅크리게되고 그러다보니 몸은 계속 춥고....내 후임도 추운지 잔뜩 웅크리고 있고...

"커피라는건 먹으면 잠이 달아 나야하는거 아니냐? 요즘은 커피에 카페인이 아니라 수면제가 들어가나?"

나나 후임이나  졸지 않으려구 오징어발을 씹다가 그냥 물던 그자세로 진압봉에 의자한채로 졸면서 서있다가 진압봉이 땅바닥에 미끄러지면서 전방낙법 한번씩치고....


그넘이야 안그런척하고 서있지만, 고참인 나도 죽겠는판에 그넘은 오죽하랴....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1) 이 시간에 특별한 일은 없을 것 같다.
(2) 주변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다.
(3) 근데 박스는 상당히 많다.(옆건물이 무슨 패션부띠끄였다.)
(4) 그리고 상당히 어둡다.
(5) 그리고 피곤해서 거의 쓰러지다시피하겠다.

박스를 보면서 문득 느낀거지만,

"한 겨울에 노숙자들은 스포츠신문 하나에 박스 몇개면 안얼어 죽는다던데..?"

라는 내 이야기에 펄쩍 뛰는 후임,

"안됩니다, 이러다가 까딱하면 얼어 죽습니다, 최소한 입 돌아 갑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1) 부띠끄 건물이 바람은 막아 줄거고,
(2) 박스는 많이 있고.
(3) 피곤해 쓰러지겠고...

결국은 입돌아가지 않을까? 라는 우려보다는 잠의 유혹이 이기는 상황이 왔다.

"야 박스 깔자..."

박스를 깔기위해 박스를 가질러갔는데, 보니까 버리는 옷걸이가 수북히 쌓여있던거다.(주인이 바뀌면서 부띠끄 명칭도 바뀌면서 버린거...)

"요즘 신병들 옷걸이 모자란다며? 이거 한아름 챙겨가서 신병들 옷걸이 챙겨주자. 우리 다음 근무자들에게도 알려주고, 근데 근무교대할 시간이 오기는 온다던?"

암튼간에 발목높이까지 박스를 몇겹을 깔고, 또한 박스를 둘러싸서 벽을 만든 다음에 윗바람을막을 뚜껑까지 만들고 나니까 이건 영락없이 관이다..

"음~~ 딱 만들고 나니까 얼어죽으면 바로 관으로 써도 되겠다."


암튼간에 이 관을 만들고 나니까 이제는 잘 순서를 정해야 하는데 나도 피곤하고 후임도 피곤한걸 아는데 내가 짬밥으로 밀어 붙일 상황도 아니다.(별루 그러구 싶지 않았다. 상경급 이상의 고참이 되고 난 후 부터는 이런 짬밥으로 무조건 밀어 붙이는 행동을 하는걸 의식적으로 피했다. 나를 비롯해서 내 차기수, 차차기수 후임들도 그렇게 행동을 했다. 그 결과 우리중대에 남아있던 악습을 상당수 뿌리뽑구 전역했다고 지금도 자신한다.)

결국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내후임은 입돌아 갈까봐 겁난다면서 한사코 잠자리(?)에 드는 걸 거부했다.

"아이고~~ 게다가 이건 생긴것도 관 아닙니까... 정말 관 될까봐 불안해서 전 그냥 참으렵니다. 그냥 주무십쇼~"  란다.


결국 내가 그 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일단은 몸을 최대한 웅크리면서 동시에 진압봉은 바로 휘두를 수 있도록 꽉 끌어안고 잔다.

"야, 진압봉 잡아 당겨봐라."
"꼼짝도 안 합니다."
"그럼 뚜껑 덮어라"

그리고 나서 잠을 자버렸는데....

한 30분은 정말 업어가도 모르게 기절을 해 버린거 같다. 근데 자다보니까.....

정말 추워서 못자겠더라. 추워서 깼다. 도대체 노숙자들 이러구 어떻게 자는건가?

추위에 자다가 일어나니 체온의 소모는 더 심해져서 몸은 그냥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을 하고...

이건 무슨 1시간쯤 흘렀나? 하고 시계를보니 8분 지나있고....

결국은 체온을 회복하기위한 고전적인 방법.

"전력달리기"를 하기로 결정을해서 계속해서 전력달리기를 하는데, 문제는 내가 땀이 많으니 여기서 땀이나서 그 땀이 식어버리면 그냥 얼어죽는 수 밖에 없다.

인터벌을 조절해가면서 계속 달리는데, 정말 처음에는 몸에서 무슨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라.

후임 말로도 무슨 로보캅이 걷는것 같더라나? ("각이 딱딱 나옵니다~!"란다.)

그래서 계속 달려서 조금 살만한가? 싶은데 순찰차 한대가 점검차 다가오더니,

달리고 있던 나를 보면서 내 후임에게

"너 누구 보는 사람없다고 여기서 밑에 애들 굴리면서 군기잡냐?"

"저, 제가 고참입니다."

"고참? 근데 달밤에 왠 체조?"

"너무 추워서 그렇습니다. 체온 회복도 할겸 운동도 할 겸 그래서 시위대 체포하는 연습삼아서 달리기 연습중입니다."

"그래서 진압봉 들고 휘두르면서 뛰는 연습했구만."

"(캔커피를 건네며) 추울텐데 이거 마시면서 근무서라."

"아, 그리고 혹시 노파심에 이야기하는데 춥고 졸립다고 박스나 신문지 깔고 자지마라, 예전에 어떤 중대넘 박스깔고 자다가 입돌아가서 야간에 후송들어갔다."

순간 뜨끔한 우리덜....

결국 우리중에는 입돌아간 넘은 없었다.

요즘도 서울역을 돌아다니는 노숙자를 보면... 특히 겨울에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춥겠다....

-디펜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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