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했던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혼자서 차를 마시고..
널 바라보던 그 자리에서 물끄러미 창밖을 보다 비내리는 거리를 나섰지.
가끔씩 비 내리는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보면
그 사람이 나의 기억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기억과 함께 나의 미소도 살아난다.
내가 피씨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때 얘기다.
세이를 하고 있는데 한 여성이 쪽지를 보내왔다.
수진>안녕하세요.
러브>누구세요?
수진>독자요.^^
독자라는 그 말 한마디에 수줍게 웃음을 띄기 시작했다.
러브>아.네.^^
수진>바쁘시죠?
러브>아뇨.제가 왜 바쁠꺼라고 생각하시는지?
수진>러브님 인기 많으시잖아요.저 처럼 말거는 분들 많을 거 같아서요.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러브>뭐 좀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대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수진>죄송해요.방해하지 않을께요.
러브>저 사실 졸라 한가해요-_-; 방해해주세요.
수진>-_-
그녀는 대전에 살았고 나랑 동갑이였다.
동갑이라 그런지 자꾸 말을 놓을려는 기미가 보이더라-_-
수진>우리 나이도 같고 친구할래?
러브>넌 나이 같으면 초면에 말 놓니?-_-;
수진>나한테 넌 초면이 아닌 걸.^^
그녀는 메신저에서 나랑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난 그런 것에 신기해 하는 그녀가 더욱 신기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그녀는 대뜸 물었다.
수진>근데 니 글 전부 실화야?
러브>응.단편은 전부 실화.
수진>와아.나 네가 쓴 단편 너무 좋아해.ㅎㅎ
러브>ㄳㄳ
-_-;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단편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점점 친해진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 받게 되었고..
"헉 너..목소리??"
"왜 내 목소리가 이상해?"
"아니.목소리가 왜 이렇게..?"
그녀의 직업은 텔레마케터 였다.
목소리 하나는 진짜 끝내줬다;;
"응.남자들에게서 목소리 예쁘다는 말은 많이 들어."
"그럴 거 같다."
"근데.."
"근데?"
"얼굴 보고선 다들 침묵하더라..ㅡㅡ;"
"그,그래?;;"
갑자기 할 말을 잃어버렸다.-_-;
그녀는 어색한 침묵이 싫었던지 말을 이었다.
"실망했지?"
"에?뭔 실망?친구 사이에 뭔 실망이야.."
"..........."
"왜 그래?"
"나 니가 친구 이상으로 좋아진 거 같애."
난 정확히 그때부터 그녀를 멀리 하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느낌은 무척이나 좋았지만..
친구 그 이상이라고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난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게 없었을 뿐더러 ..
만나지도 않았는데 좋니 뭐니 하는 말은 하기가 싫었다.
"내가 못생겼다고 하니 싫어?"
"아니.그게 아니라.."
"그래 하긴 나한테 넌 과분하지.^^"
"무슨 소리야?"
"풋..나 처럼 너 좋다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겠니?
그만할께.나도 이런 내가 싫다."
제발 그래봤으면 좋겠다고!!!-_-
그녀는 왜 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정말 그런게 아니라 난 너에 대해 아는게 없잖아.
내가 너 못생겼다고 해서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니??"
"응."
-_-
그녀를 설득시키기 위해선 내 자신이 망가질 필요가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냐.오해하지마!!나도 너처럼 졸라 못생겼어.
키도 여자보다 작고 빼빼로처럼 빼짝 말라서는 피부도 드럽고;;여태 여자랑 사겨본 적도 없어.
그리고 고백하는 거 마다 다 차였어.-_-
나 완전 폭탄이야.폭탄도 이런 폭탄이 없어;;
잘난게 하나도 없으니까 이렇게 숨어서 글이나 쓰고 있는 거야."
왠지 내가 말해놓고도 너무나 속상했다.-_-;
내 자신을 너무 깍아내렸나?;;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그,그래?;"
"응."
"너도 정말 그렇게 못생긴거야?"
"그렇다니까.^-^;"
"안녕."
"이봐-_-;;"
"러브야."
"응?"
"나...그래도 너 좋아해."
"..........."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 어색하고 웃기다는 거 나도 알거든?
그리고 너한텐 지금 내가 스토커처럼 보일수도 있겠지?"
"아,아냐.."
실제로 약간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_-;
그녀는 나에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글에서도 한번도 말한적이 없는 나의 출신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까지 줄줄 외우고 다녔으니까..;
"나 정말 이상한 애 아냐.
정말 터무니 없겠지만 네 글 읽고 있으면 니가 계속 궁금해져.
이젠 궁금하다 못해 니가 계속 좋아져..
나 이러면 정말 나쁜 독자 맞지?"
"이러지마..-_ㅠ"
그녀는 그 이후로도 줄기차게 작업을 들어왔다-_-;
하지만 난 아닌건 아니라고 판단..그녀의 마음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고..
좋아하지 않는데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내가 흐지부지 하게 행동해서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에 큰 못을 박기로 결정했다.
"저번에 니가 물었지?"
"응?"
"자신이 스토커처럼 보이냐고.."
"으,응.."
"너 스토커 아냐.하지만 지금 니가 나한테 하는 행동들은 정말 아닌거 같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지나치면 널 스토커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
"아냐 아냐."
".........."
"알고 있었어.니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
그래 나 너 포기할께.
나 말 참 쉽게 하지 않니?
너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포기한다고 말했다가..풉..나 혼자서 쇼한 거잖아?
내가 우스운 기집애 같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막 좋다고 난리치고 ..
^^
하지만 나 정말 이상한 애 아냐.
누구한테 좋다고 말해본 거 니가 처음이였어.
나 우리 아빠 돌아가셨을때도 울지 않는 강한 여자앤데..
.................
지금 눈물이 나네...^^;
미안해.앞으론 널 귀찮게 하지 않을께."
가슴이 아팠지만 차라리 잘된 일 일지도 모른다.
더욱 커져버릴지도 모르는 그녀의 상처를 일찍 잘라내버렸으니까..
그녀는 나의 그말이 많이 아팠던 것일까?
많이 충격적이였던 것일까?
자신이 했던 말 그대로 더이상 나에게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는 새벽에 일을 하고 있는데..전화가 걸?都?
-수진- 016-xxx-xxxx
핸드폰에 뜬 그녀의 이름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피하는 짓 따위는 차마 하고 싶지 않았다.
"여보세요?"
"응.나 수진이."
"으,응..;;"
"목소리가 왜 그래?"
"내 목소리가 원래 이렇지 뭐."
"잘 지냈어?"
"응.너는?"
".............."
그녀는 나의 그말에 침묵을 지키다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뭐해?지금 일해?"
"응.일하지."
"어딘데?"
"어디냐니?"
"일하는데 어딘데?"
"피씨방에서 일한다고 얘기 안했었나?"
"그러니까 어느 피씨방이냐고."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서.."
"부산 외대 근처 xxx에 있는 xx피씨방이야."
"응.알았어.근데 부산 왜 이렇게 추워..으으~"
"응?"
덜컥..
전화는 그냥 그렇게 끊겨버렸다.
혹시 그녀가 이 시각에 부산을??
아니 그럴리가 없다.지금은 새벽이란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전화를 받을지 안받을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부산으로 내?쨈募째?말이 되는가?
......생각해보니 말이 안될것도 없는 것 같다;
몇 분후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都?
"2층이니?"
"그,그걸 어떻게??"
"그렇구나..이 피씨방에..니가 있구나..^^"
"너 설마?"
"그래.지금 니가 일하는 피씨방 앞이야."
"................."
에이 설마;;-_- 농담이겠지?
그녀는 말한다.
"걱정마.내가 했던 말은 지킬꺼야.
단지 너라는 사람 꼭 한번 보고 싶어서..이렇게 찾아 온거야.
내가 좋아했던 사람..
얼굴도 기억못한다면..무척 슬플테니까.."
".............."
"나 올라가도 괜찮지?"
".............."
"남자가 무슨 겁이 이렇게 많어?
나 정말 네 얼굴만 보고 사라질테니까..그러니까..나 지금 올라가도 괜찮지?"
"그래."
너무나 갑작스럽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피씨방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피씨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가 아닌 손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인사를 해야했다.
"어서오세요."
그 여자 손님은 피씨방 안을 두리번 거린다.
꽤 커보이는 키에,세련된 옷차림,화장한 얼굴..그리고 쳐다보고 있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미인이였다.
그녀가 아니라 그냥 피씨방에 들어온 손님이라는 생각이 확실시 되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녀는 자신이 키도 작고,옷도 못입고 화장은 하지도 않는다고 그랬었다.
그 여자 손님은 피씨방안을 두리번 거리더니 날 향해 묻는다.
"여기 자리 있어요?"
"네.자리 있습니다.저 왼쪽으로 들어가셔서.."
"아니 아니 그런 자리 말구요.
그 쪽이랑 얘기할 수 있는 자리 있냐구요.^^"
헉.....그럼 이 여자가...??
난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며 물었다.
"너 수진?"
"그래.니가 그렇게 미워하는 수진이야."
"................."
"니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녀는 나의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난 너무나 부끄러웠던 나머지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정말 사람은 만나봐야 아는 것인가?
어떻게 채팅에서 얘기를 나누던 것과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키 작다며??
폭탄이라며???-_-
남자들이 얼굴 보고서 실망했다며?!!!!!!!!!
"무슨 생각해?"
"아,아니..^^;"
"나 갈까?"
"아,아니...-_-;"
"너 나 싫어하잖아."
"아냐.너 이렇게 예쁜줄 몰랐어.우리 사귀자.나 너 좋아해.
예전에 내가 했던 말 취소.^-^;"
라고 말하면 나 속물에다 씹새끼 되는 상황 맞지?;
"아냐.그런 말 하지마."
"미안.^^"
"너 커피라도 마실래?"
"응."
난 종이컵에다가 일회용 커피를 뿌려넣고 뜨거운 물을 받고 있는데..
그녀는 그런 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마치 날 가지고 노는 것만 같았다.
진짜 아무리 봐도 부족할 것 없는 여자애가 왜 하필이면 나한테...?
문득 난 복에 겨운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_-;
내가 건넨 커피를 마시는 그녀.
그리고 수줍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나.
커피맛을 음미하던 그녀가 날 향해 입을 열었다.
"아깐 너무나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응."
"지금은.. 춥지 않아.."
"그,그러니?"
그 말을 끝으로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난 그녀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왜 거짓말했어?"
"응?"
"남자들이 너 실제로 보면 실망한다며?;"
"응.실망하지.목소리도 예쁜게 얼굴까지 예쁘니 너무 완벽해서 실망...;;미안."
그녀가 그 말을 끝까지 이었다면..
난 아마도 들고 있던 종이컵을 그녀의 얼굴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_-
"러브야."
"응?"
"너 많이 먹고 살 좀 쩌야겠다.^^;;"
-_-
그러게 내가 뭐랬냐!!!
난 빼빼로라고 그랬잖아!!!!!!!!!
"러브야."
"응?"
"우유 많이 마셔서 키도 좀 커야겠다.^^;"
그래.너랑 나 키 똑같다.됐냐?됐어?!!!!
도대체 날 왜 찾아온거야???
대전에서 부산까지 찾아와서 그 말을 해주고 싶었냐?-_-;
그녀는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러브야."
"그래.나 못생겼다.나 퍽탄이야!!됐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럼 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말을 잇는다.
"나 부산 못떠나면 어쩌지?"
..................
새벽이 깊어지고 아침이 밝아오자 난 청소를 하기 위해 카운터에서 일어났다.
많이 피곤했는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만 자는 그녀였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나라는 인간을 보기 위해 대전에서 부산까지 무작정 찾아온 그녀.
난 지금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좋아한다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그러했지만
그 감정이 진심이라면 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부산까지 내??것일까?
정말 그녀 말대로 나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피씨방안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항상 그렇듯이 아침이 되면 피씨방에 남아있는 손님은 한명도 없고
단지 그녀와 나 만이 넓은 피씨방안에 남겨져 있다.
피씨방에 울려퍼지는 팝송을 들으며 청소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것 같다.
하던 걸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잠에서 깨어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우습기도 했고 참 귀여웠던 거 같다.
"굿모닝.^^"
나의 아침 인사에 그녀는 초조해 하는 목소리를 낸다.
"어떡해.나 깜빡 잠들었나봐."
"잘 자던데..많이 피곤했나봐?"
"그게 아니라 나 원래 아무데서나 잘자 ㅡㅡ;"
"그,그렇구나;"
그녀는 내가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난다.
"청소하는 거야?"
"응.사장님 오실 시간 다됐으니 슬슬 청소 해야지."
"내가 좀 도와줄까?^^;"
"무슨 소리야.그냥 앉아서 쉬어."
"아냐.도와줄께.나 뭐하면 돼?"
"음.정말 괜찮은데.."
"아냐 아냐.너 피곤할텐데 같이 하자.^^"
"그럼 화장실에 가면 밀대걸레랑 손걸레 있거든?
밀대걸레로 바닦 전부 다 닦고 손 걸레로 테이블이랑 모니터 좀 닦아줘."
"으,응.그럼 끝?"
"천만에.화장실도 구석구석 청소좀 해주고 변기 막혀서 좀 골치아플꺼야.
그거도 알아서 뚫어주고 여기 카운터 앞에 과자랑 컵라면 보이지?
물량 파악해서 종이에 적어주고 피씨방 올라오는 계단에 담배꽁초 많거든?
그거 다 주워주고 ..이참에 창문도 청소하자.손 걸레로 창문도 깨끗히 닦아줘."
"-_-"
"왜?"
"아,아니.."
"아참.그리고.."
"러,러브야."
"응?"
"미얀..나 그냥 입 닥치고 쉬고 있을께.-_-;"
-_-
그렇게 일이 끝나고 나서 그녀와 난 피씨방을 나왔다.
날씨가 추웠는지 온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다.
"추워?"
"그럼 넌 안추워??너 사람 맞어?어쩜..말도 안돼."
"저,저기..나 안춥다고 안했거든?-_-;"
"러브야.너 안추우면 옷좀 벗어줘..(*__)"
어차피 벗어줄려고 했었다.-_-
난 걸치고 있던 잠바를 벗어서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날 향해 입김을 내뿜으며 씨익 웃는 그녀.
내가 건넨 잠바를 자신의 몸에 걸치더니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한듯 보였다.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잠바 짝퉁이니?"
"으,응.-_-;"
"옷을 입어도 입은 것 같지가 않네;;"
"미안.내가 좀 가난해;"
"히히.^-^ 괜찮아.농담이였어.토닥 토닥."
"뭐가 토닥?-_-;"
"-_-;"
버스를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서면으로 왜 가냐고?말 안했던가?
우리집은 서면에 있다;
그러니까 카페 들어오면 그냥 나가지말고 글 좀 열심히 읽으라고;제발-_-;
서면에 도착하자 그녀가 무척이나 신기한 듯 말한다.
"여기가 서면이야?"
"응."
"그럼 저 큰 건물이 롯데 백화점?"
"너 영어 못 읽니?lotte라고 크게 적혀 있.."
"................."
"노,농담인거 알지?-_-;"
갑자기 날 향해 씨익 웃는 그녀.
"러브야."
"응?"
"네 글..거짓도 좀 있구나."
"무,무슨 말이야?"
"너 여자 앞에서 말 못한다며?왜 이렇게 잘해?"
그,그러게?
"몰라.그냥 오래된 친구처럼 편한것 같아서.."
그러자 날 향해 다시 웃어주는 그녀였다.
하지만 좀전 미소와는 제법 차이가 있는 미소였다.
"괜찮아.그런 말 안해줘도..^^;
나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괜히 신경쓰지마.."
난 정말 그렇게 느껴서 말했을 뿐인데...
"러브야."
"응?"
"이제 뭐할꺼니?"
"글쎄.너 대전에 올라가면 난 집에가서 자겠지?"
"음.."
"왜?"
"그럼 너 나랑 데이트 할래?"
"데.데이트?"
난 깜짝놀라며 그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곧 말을 바꿨다.
"아 아니다.너 얼굴 보니 많이 피곤해보이네."
"아냐.괜찮아.같이 놀자."
그녀는 나 때문에 대전에서 부산까지 내?都?
그런 사람앞에서 내가 튕겨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데이트라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환영이다-_-;
"나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너 때문이 아니라 나도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그래."
"치.거짓말 쟁이..ㅎㅎ"
그녀는 그렇게 말을 얼머부렸지만 나의 그말을 진심으로 고마워 하는 표정이였다.
아니 감격먹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려나?
정말 별것도 아닌것에 감격을 먹다니...여자라는 존재.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나 있지."
"응?"
"사실 많이 망설였었어.니가 혹시나 거절하면 어쩌나 하고..
널 불쑥 찾아와서 이렇게 귀찮게 하고 데이트까지 하자고 하면 염치 없는 애 같아서..
많이 걱정했었거든."
"별 걱정을 다하네.친구끼리 뭐 그런 거 가지고..^^괜찮다."
친구라는 단어에 그녀의 눈빛은 순간 흔들렸지만 이내 침착을 되찾는듯 보였다.
"그럼 좋아.니 마음 정말 고맙게 받을테니까 집에서 좀 쉬다가 나와."
"왜?"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응?"
하..지금 내가 무슨말을 해야할까...?
"지금이 10시니까 정확히 오후 3시에 롯데백화점 앞에서 보자.알았지?"
끝내 그녀의 말에 아무대답도 못하는 나였다.
난 그녀의 부탁대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바로 누워버렸다.
그리곤 곧 잠이 들었다.
밖에서 빗소리가 들?윱?듯 했지만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깨우기는 너무 늦었더랬다.
내가 잠에서 깬건 정확히 4시 40분.
그녀에게선 전화 한통 걸?읒?않았다.
아니,도대체..왜??
혹시 날 기다리다가 그냥 올라가버린건 아닐까?
내 자신을 탓할 시간도 없었다.바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깜빡했나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우산을 챙기고는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간만에 보는 소나기였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 뛰고 있었으니...우산을 쓰나 마나였다.
우울한 하늘.우울한 날씨.빗소리 조차도 시원하지 않고 우울했다.
알람이라도 맞춰 놓을껄 하는 아쉬움이 그때서야 들었지만
뒤 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는 일이였다.
백화점 앞에 도착한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의 귓가로 그녀의 핸드폰 컬러링이 들?쨈?
내 뺨위로 흐르는 빗물에 눈물 감추며 한참동안 이렇게...
온몸을 흠뻑 적신채 저 퍼붓는 빗속을 하염없이 울며 서 있어.
무슨 이런 노래가 다 있을까?
노래 조차 졸라 우울했다.-_-;
그 노래를 몇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있었을까?
그녀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짧은 한숨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혹시 앞으로 내 글에 악플이 달리면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_-;
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등을 툭 건드린다.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잘 잤어?^^;;"
그녀였다.
그녀는 지금 내 앞에서 태연스럽게 웃으며 잘잤냐고 묻고 있었다.
머리카락,상의,바지 할 것 없이 온 몸이 흠뻑 젖은채..말이다.
너무나 미안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都?
영화를 보다가 소름이 돋거나 전율이 흐를때 나오는 증상과도 같았다.
우산을 그녀에게 씌어주며 말했다.
"미안.."
"뭐가 미안해?아냐.나 비 맞는 거 좋아해.그냥 맞은 거야."
"............"
"이렇게 너와 함께 있는 것도 마지막일테니까..
이왕이면 오래 기억에 남으면 좋잖아.^^"
"............."
"네 기억에도 내가 그렇게 남을까?"
그래.그렇게 남았어.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글로 쓰고 있는 거겠지..
"쓸데없는 소리 해서 미안.."
그녀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아주 간절하게 바다를 보고 싶어 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지금 그녀의 꼴이 엉망인 관계로-_-;
그냥 택시를 잡아타서는 광안리 바닷가로 향했다.
택시안에서 차창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신기해.내 옆에 네가 앉아있다는 게.."
그런 그녀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난 도대체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좋아한다는 의미?적어도 그 이상인 것 같다.
"니 눈엔 내가 이상한 여자로 보이겠지?훗..
훗날 시간이 많이 지나면..난 지금 나의 행동들을 회상하며 웃을지도 몰라.
내가 그럴때도 있었구나.누군가를 그렇게 미친듯이 좋아해본적도 있었구나 하면서 말이야.
지금 내 모습이 우습지?그래 나도 우스워.
아마 내가 정상이였다면 하던 일까지 접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찾아오지는 않았겠지?"
"............"
"하지만 말야.
지금 너에게 비춰지는 나의 이런 행동들이 나에겐 정말 간절했다는 거 아니?
넌 아마 절대 모를거야.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꺼야.
나 역시 나를 이해할 수 없으니까."
택시에서 내리자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조금 의외였다.아까 그 기세로 보아 절대 그칠 것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늘은 그녀의 애타는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그래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것일까?
우리는 바닷가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해변을 걷던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이 아파왔다.뭐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다.
그냥 그녀가 원하는데로 옆에 있어주는 것 밖엔...
바닷가를 보며 해변을 걷던 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가 나에게 팔짱을 끼어 온 것이다.
이런 얘기 하기 우습지만 여자와 팔짱을 껴 본 적이 그때가 처음이였다.
지금은 절대;그렇지 않지만 그땐 여자와 손만 스쳐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던 시절이였다.
그렇게 서로 아무말 없이 걷고 있는데 그녀가 갑작스런 제안을 해왔다.
"너 노래 잘불러?"
"나 음치인데..넌?"
"난 음치 아냐.나 노래 잘 불러."
"음-_-;"
"갈래?"
"그래.가자.^^"
난 솔직히 노래를 잘 못 부르지만 그녀는 직업을 봐서도 알겠지만
노래를 무척이나 잘 부를 것 같았다.
뭐 목소리가 좋다고 노래까지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왠지 그녀는 그럴 것 같았다.
자기 입으로도 잘 부른다고 하지 않던가?-_-
많은 기대를 하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었다.
진짜 가수 뺨칠정도로 잘 불렀다..아니 날라차기까지 할 정도로..-_-;
"우와 너 노래 정말 잘 부른다.;;;"
"그치?그치?내가 봐도 난 너무 완벽한 거 같..미안;"
"..............."
"러브야."
"응?"
"너 후회할꺼다.^^"
"무슨?"
"너 좋다는 여자들 다 만나봐.하지만 나 보다 괜찮은 애는 절대~ 없을꺼다.칫."
"진짜 나 좋다는 애는 니가 첨이다.-_-;"
"거짓말쟁이.바람둥이.겸손쟁이."
내가 정말 바람둥이였다면-_-
지금쯤 그녀와 술 한잔 즐기면서 좋아한다는 고백 따위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차 말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그녀가 아무리 괜찮은 여자라고 할지언정 대전과 부산의 거리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가 ...마지막 한곡을 그녀가 부르게 되었는데..
그 노래..그 선율..그 목소리..그 표정..그 분위기..
그 어느것도 잊혀지지 않고 아직도 내 기억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늘 함께 했던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혼자서 차를 마시고..
널 바라보던 그 자리에서 물끄러미 창밖을 보다 비내리는 거릴 나섰지.
차가운 빗속을 바쁜 듯 움직이는 사람들 속엔 어느새 뜨거운 내 눈물이.."
그녀의 눈엔...정말 뜨거운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빨갛게 변했다가 파랗게 변했다가 여러 가지 색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절정부분에 이르렀나보다.
"내 뺨위로 흐르는 빗물에 눈물 감추며 한참동안 이렇게 온몸을 흠뻑 적신채
저 퍼붓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울며 서 있어.아름다운 기억도 모두 다 난..난..
난 눈몰로 널 지워버릴께.이제는 다 지워 버릴께.
쏟아지는 빗속에 끝없이 눈물 흘리며 이젠 안녕.."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여러가지 색을 내던 그 눈물은 떨어졌다.
우린 바닷가 앞에서 헤어졌다.
역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나의 권유를 그녀는 사양했고
무안해 하는 날 미소로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애타게 좋아하는 마음이 나쁜길로 빠져버린다면
집착,혹은 스토커가 되겠지만 가던 길을 계속 걸어 간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
너를 기억하기 위해서 찾아왔다곤 했지만 사실 이유가 더 있어.
내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거 보여주고 싶었어."
대답대신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를 향한 나의 웃음은 무척이나 짧았지만 아쉬움은 그 반대였던 거 같다.
"이상 좀 전에 꺼낸 말들은 나의 욕심,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였고
이번엔 너의 독자로서 한마디 할께.
항상 그랬던 것처럼 좋은 글 많이 많이 써줘.
넌 항상 네 글이 형편 없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나처럼 네 글이 삶의 한부분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꺼야.
그러니까 항상 자신감 있게 살아야돼.알았지?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 일이 있은 후로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최근 나는 삶과 꿈의 중간에서 방황하고 있었고
글 때문에 나의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글을 쓰면서 얻은 것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박혜경의 rain 이라는 곡이였다.
요즘에도 친구들이랑 노래방을 가면 친구들은 말한다.
"항상 팝송만 쳐부르는 새끼가 왜 박혜경 노래를 부르고 그래?
가끔씩 비가 내리는 날에 박혜경의 rain 이라는 곡이 내 귓가에 들?철㎏?
그녀의 흐릿한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이젠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기억 할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단지..기억나기에 쓰는 것일 뿐이다.
[펌] 춧천 해주시면 힘을 얻고 더 열심히 퍼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