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400명 꿇렸다던 놈은 제 친구입니다.

빌어먹을붉음 작성일 07.08.07 18: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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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놈과 안면을 튼지 어언 10년입니다. 그리고 그 10년 동안 이 녀석보다 이상한 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원래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런 녀석도 있고 저런 녀석도 있는 법인데...

 

이 녀석은 격이 달라요, 격이..

 

처음 만난 건 중 1 겨울방학 소집일 날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서 청소 대충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락실에 들렀죠.

 

가진 돈은 100원 뿐.

 

당시 최고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던 킹 오브 파이터 97을 어떤 형이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과감하게 이었죠.

 

무참하게 이겨줬습니다.

 

그런데 리액션이 엄청난 겁니다.

 

오락기가 부서져라 내리치고 열팔이라고 외치며 신경질적으로 두드리고...

 

처음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무참하게 밟았습니다.

 

나중엔 무섭더라고요.

 

얼굴도 사납게 생긴게 시비라도 걸면 어쩌나...

 

그래서 져줬습니다.

 

근데 너무 티가 났는지 무서운 얼굴로 돌아보며 외치더군요.

 

"이어!!"

 

저는 쫄아서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형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쏟아내며 한 마디 더 하더군요.

 

"이어!!!"

 

저는 최대한 티 안나게 지려고 막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자연스럽게 지지는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회생불능으로 밟아준 다음에 시간이 없다면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학년이 되고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간 순간 그 형을 보았습니다.

 

전 진짜로 형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까 동갑이었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게 그 친구가 10년째 얼굴이 변화가 없습니다만 지금도 약간 늙어보이는 타입이니 상상이 가실겁니다.

 

그런 인연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습니다.

 

이 친구와는 오락실을 정말 자주 다녔는데요.

 

항상 교복 마이 안 주머니에 무기를 휴대하고 다녀서 저를 무섭게 했습니다.

 

길이가 50cm에 달하는 대침을 가지고 다닌다거나

 

무게가 반 키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쇠사슬을 갖고 다닌다거나...

 

게다가 이따금 머리에 붕대를 감고 와서 더욱 저를 두럽게 했죠.

 

물어보면 대답이

 

"아빠한테 쇠사슬로 맞았어."

 

그런데 어느날 그 친구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자퇴했다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아버지랑 싸우고 그자리에서 가출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존재를 잊고 있다가 고등학교 입학식날 다시 만났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학교기 때문에 나름 들어가기 힘든 학교였습니다.

 

중학교에서 대충 반 7등까지가 들어갈 수 있는 학교였죠.

 

그런데 그놈이 나타나는 바람에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중학교 때 그렇게 개판인 성적으로 자퇴까지 했는데 무슨 수로 이 학교를 왔는지....

 

아무튼 그는 가출 기간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모양이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도 가벼운 똘끼를 보이던 놈이 진짜 희한한 놈이 되어서 나타난 겁니다.

 

많은 일화가 있지만 몇 가지만 소개를 하겠습니다.

 

1. 마법진

 

다행스럽게 그 친구와 고등학교 3년동안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체육복을 빌릴 일이 있으면 그 친구를 찾았죠.

가서 체육복을 빌려달라고 하면 사물함 번호를 알려주며 직접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사물함을 열어보면...

 

사물함 안 6면에 전부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 그거? 방어마법진이야. 천공은 대천사의 ^&*$%^*%*#"

 

천공에 무슨 마법진 대지에 무습 마법진 사방 방위에 맞춰서 무슨 마법진 하는데...

솔직히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2. 요정을 잡아줘.

 

어느 날인가는 심각한 얼굴로 저에게 말하더군요.

 

"공중에 빛나는 작은 알갱이가 보이면 잡아뒀다가 나 줘"

 

의아해서 반문하니 요정이라고 하더군요.

 

무슨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 이것저것 재료가 필요한데 요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죠....

 

물론 가볍게 외면해 줬습니다.

 

 

3. 저, 저기...

 

또 언젠가는 저와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멈춰서서 허공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저, 저기!!!!!"

"뭐?"

"저기! 공간이 갈라졌다!!!!!"

 

그 친구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에는 거짓은 요정 눈물만큼도 없고 오직 공간이 갈라진 현상에 대한 놀라움만이 가득했습니다.

덤으로 너는 진짜로 그 것을 못보았느냐는 질책의 빛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 말고도 이녀석의 똘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냥 특이한 취미정도로 참아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마법진과 요정까지도 오컬트에 심취했다고 생각하면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간의 단절사건만큼은 저로 하여금 진지하게 이 녀석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진짜 미친 것이 아닌가....

 

 

이랬던 친구가 지금은 군대에 가있습니다.

벌써 병장이라지요? 다른 친구들은 죄다 전역했는데....

이 친구가 입대하고 가끔 걱정이 되더군요.

이런 후임을 받은 선임과 이런 선임을 받은 후임의 군생활은 얼마나 꼬일까....

 

매일같이 전화가 오고...

일본 경매사이트에서 결박된 레이의 피규어를 사다두라는 부탁을 들을 때마다 진심으로 걱정이 되더군요.

 

이제 3달이면 녀석의 제대니...

후임병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3달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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