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내외분이 여행을 떠난지도 어언 4일째, 내일이면 돌아오시는데....
제 룸메이트가 엄청난 걸 제안하더군요.
"우리 치킨 튀겨먹자!"
!
치킨이라.... 얼마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삼일불식계, 구중생형극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며,
고3때 친구들과 치킨, 콜라, 온게임넷의 삼위일체를 받들었던 이몸이다!
오늘도 영양가없는 후라이 하나에 고추장넣고 김치없이 비벼먹은 저로써는 그 제안을 아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중대한 문제가 있었으니....
"너, 치킨 튀길줄 알아?"
"아니, 넌 아냐?"
"아니"
"......."
"........."
둘다 치킨 튀길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사나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얼마만의 고기인가...
나와 제 룸메는 맛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다 먹기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웃으며 맺은 저 맹세가.... 그런 지옥의 치킨을 만들 줄이야.......
"얼레? 반죽 이거 맞아? 그냥 밀가루물아냐?"
친구 왈,
"괜찮아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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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반죽이 좀 질다?"
친구 왈,
"괜찮아 대충 비비문대놔.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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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베이킹 파우더가 필요해?"
친구 왈
"없어도 돼.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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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닭 해동 안시켜도 돼?"
친구 왈,
"괜찮아 뜨거운데 있으면 알아서 녹아.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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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기름이 모지란데? "
친구 왈,
"아 그냥 붕어빵처럼 반튀기고 뒤집고 반튀기고 뒤집고 하면 돼.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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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기름 안끓는데 넣어도 돼? "
친구 왈,
"괜찮아 튀기면 다 맛있어."
.
"얼레? 반죽이 다 떨어져 나가는데?"
친구 왈,
"괜찮아 튀김옷 따로 먹지 뭐.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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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기름이 적어서 눌러 붙는데?"
친구 왈,
"괜찮아 누룽지처럼 먹으면 돼. 튀기면 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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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가슴살은 아예 튀김옷이 벗겨졌는데? "
친구 왈,
괜찮아 원래 가슴살은 저렇게 먹는거야. 튀기면 다 맛있어
...제가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뭐 어쨌건.... 시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쩝쩝..
!
!!
오오...........이, 이맛은!
살코기는 마치 지점토와 우레탄의 중간적인 맛이 나고요.
음... 표현을 하자면.. 입대 전날인듯 하지만 전역 전날인듯한
마치 혹한기훈련때의 행보관, 삽질을 하는 행보관,
하지만 그 행보관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모양새가... 드래곤볼의 재배맨이 자폭한 파편같아서 귀엽구요.
흠.....씹자마자 식용유가 주르륵 제 입안을 적시고, 건들지도 않은 튀김옷이 스르륵 벗겨져 에로틱한 느낌을 줍니다.
가슴살은 마치 칡뿌리씹는마냥 질기지만 속은 아삭아삭, 아직 안익었구요.
날개는 관절에 케토톱을 붙였는지 살코기 캐내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그 지옥같은 맛을 참고 견디며 먹고있는데...
제 룸메이트는 아직 주방에서 꾸물대고 있었습니다.
"이봐, 안먹고 뭐해. 우리의 아이와도 같은 치킨이다. 뼈까지 씹어먹자구!"
"아...응....어 잠만"
제 룸메는..........
저몰래.......
짜파게티를 끓이고 있었습니다.
.
'ㅇ'
우리 룸메가 치킨이 먹기 싫었나보구나...
친구의 마음을 헤아린 저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래....네 맘 잘 알겠다.. 그래 맛있는 짜파게티를 먹으렴....
튀겨줄께. 괜찮아. 튀기면 다 맛있어.
그날, 친구와 저는 치킨을 남김없이 다 먹었답니다.
죠아저씨... 보고싶어요....
결론: 그래도 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