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가 아니라, '한드'라니깐요.
올해 들어서 '미국드라마', 또는 '미드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도 <'미드'가 대세>..라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말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인기있었던 <CSI>,
'석호필'이라는 스타를 낳은 <Prison Break>,
초능력과 미스테리를 엮은 블록버스터 시리즈 <Heroes> 등등..
국내의 많은 팬들을 거느린 '미드'의 힘이 한창 기세를 뻗치는 중인 거 같다.
내 미드의 로망, 잭 바우어.
살인병기임엔 틀림없지만.. 그의 눈빛을 보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혹자는 케이블이나 공중파의 마케팅 효과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지 모르지만,
최근 방송국에서 다양한 해외드라마를 구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중들의 욕구를 반영한다는 것임은 부정하지 말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미드의 시대>가 아니라 <한드의 시대>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뭐..분명히 말한다고 해서..논리적인 근거가 있거나 그런건 아니다..당근.
단지 최근의 '한국드라마'가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는 것뿐.
미드, 시즌제의 덫
미국드라마의 경우,
<24>,<Lost>,<Prison Break>,<Heroes>,<Rome> 등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45분 한편을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 놓는 '간지형' 시리즈와
<CSI>,<House>,<Greys Anatomy> 등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를 통한
개성강한 캐릭터 구축으로 재미와 흥미를 만들어가는 '캐릭터형' 시리즈로..
다소 엉성하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갠적으로는 두가지 스타일 다 맘에 들고 좋아한다. 언급했던 드라마들도 재밌게 봤고.
그리고 올해 가장 기대했던 시리즈는 <24>시즌6, <House>시즌3, <Rome>시즌2 정도.
하지만 여기서 재밌게 본 건 <Rome>시즌2밖에 없고,
<24>와 <House>는 모두 5화를 넘기지 못했다..-_-;
이건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다..
나름대로 잭 바우어와 닥터 하우스의 폐인이라고 생각했는데..말이지.
로망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히 아끼는 닥터 하우스.
생각건대, 이런 결과를 낳은건 미드의 장점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시즌제'에 있다.
최근 미국드라마는 시즌1 정도는 파일럿 방송에 다름 아니다.
시즌1로 떡밥 던져주고.. 붕어떼들이 몰려들면.. 본격적으로 시즌을 지속시켜나간다.
재밌는 드라마를 오래 해준다는 데.. 뭔 불만이 있겠냐 싶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재미'가 있을 때의 얘기이고, 작품의 퀄리티가 유지될 때의 이야기다.
시즌이 오래 지나다보면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우도 있고,
캐릭터가 처음의 그 캐릭이 아닌 경우도 있고,
똑같은 이야기 진행에 지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24>와 <House>를 중도 포기한 원인도 이 중의 하나들이다.
암튼 미국방송사들이 대박 드라마 하나 잡고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편한 선례가 남겨지고 있는 거 같아 걱정이 드는 건 사실.
보다 신선한 작품들을 통한 도전보다는 안전빵을 택하는 마음..모르는 건 아니지만,
하이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할거 같다면, 그냥 넣어두는게 어떨까 싶다..;;
(물론, 장기 시즌속에서도 퀄리티 유지를 지속시키는 좋은 선례도 있을 것입니당..)
드라마의 로망, 일드. 그러나...
지나가는 김에 일본드라마 얘기도 잠깐 하면, 일드도 최근 장기 침체 속에 있는 것이 사실.
작년에 건진 건 <노다메 칸타빌레> 밖에 없었고..
올해도 <화려한 일족> 외엔 별다를게 없는 상황이다.
3분기 <라이프>는 나름 잘 보고 있지만..ㅎ;
노다메!!! 치아키 센빠이!!!ㅜ.ㅜ
과거 일본드라마는 일종의 로망이었던 거 같다.
신선한 소재와 알싸한 감성, 스타일리쉬한 연출..같은 것들이 날 일드의 세계로 끌여들였지.
하지만 최근의 일본드라마는 매너리즘 이랄까..
다들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드라마 소개만 봐도 어떤 구성일지 뻔히 감이 오는 그런 경우가 많다.
또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해야할 지,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보다 새로운 영상작품의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드의 진화는 계속된다.
아무튼.. 이렇게 미드와 일드가 내게 등을 돌리는 동안,
손을 내밀어 준 건.. 한국의 드라마.
작년 겨울 <환상의 커플>부터 시작된 한드 러쉬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얀거탑>,<고맙습니다>,<한성별곡> 과 같이 진지한 고민과 감성을 끌어안은 작품에서부터, <환상의 커플>,<외과의사 봉달희>,<히트>,<커피프린스1호점> 처럼 신선한 공간과 소재를 활용한 캐릭터형 드라마, <쩐의전쟁>,<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만화적-느와르적 상상력을 통해 풀어낸 이야기형 드라마까지.. 올해 국내에서 방영된 많은 드라마들이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었다.
요즘 떡실신 중인... 개늑시. 스타일리쉬 액션로맨스 라늬...ㅋ
요약평을 해본다면,
미국드라마보다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더 견고하고 신선한 상상력이 재미있었고
일본드라마보다 다양하진 않지만, 더 진한 감성이 가슴에 남았다..는 정도.
(와.. 엄청난 칭찬이다!ㅋ;;)
올해는 상반기에만 10개에 육박하는 재밌는 드라마를 즐겼으니..
분명 한국드라마에 변화, 혹은 진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한 거 같다.
특히나 내 취향에 맞는 진화..인 거 같아 흐뭇하다..후훗
어쨌거나..최근 <미드가 대세다..>라는 언급들이 자주 나오는게..
왠지 껄끄러워서.. 써 봤지만, 뭐.. 다들 자기가 재밌는 거 보면되는 거지..ㅎㅎ
그냥.. 난 이렇다는 거긔... 울 나라 드라마 왠일로 기특하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