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유 메인에 "소위의 착각" 보고 문득 떠오른.

고군짱 작성일 07.11.09 0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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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교적 빡세다고 소문난 백골부대 출신입니다.

 

제가 이등병 때...

 

일명, 이등병 같지 않은 이등병이어서,,,(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루기 힘든 타입의 쫄병이죠..)

 

당시 쫄병들이 소대장과 부소대장 물품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일을 합니다..(주기 라고 하나요?? 기억이 가물가물..)

 

특히 훈련 앞두고 군장 사열 받을 때 아주 피크죠..

 

 

그 때 부소대장으로 갓 부사관교육을 마친....정말 어리버리한..하사 한 분이 있었는데,,

 

상병들한테는 말도 걸지도 못하고,, 맨날 이등병이었던 저한테 와서 병장한테 말해야될 작업 지시하고,,

 

이거저거 시키고 그랬더랍니다..사실 이등병한테 그런 거 직접 시키는 부사관이 어딨습니까..

 

이등병 100일 지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px에서 장교용 우의 사오라고 시킨다면,,뭐 개념 레벨 말 다했죠..

 

px에서 우의같은 건 팔지도 않슴다..ㅡ.ㅡ;;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군기 센 야전부대에서 이등병이 혼자 px 출입도 못하던 때라..ㅎㅎ

 

 

암튼 아 짜증난다..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부사관 수발을 들었습니다. 간간히 갈구기도 하구요..

 

이등병이 하사한테 그런것도 모르십니까...이건 이렇게 하는 겁니다...이렇게 가르치기도 했었죠.ㅋㅋ

 

하루는 큰 훈련 앞두고, 장교들이 군장 가라로 싸는걸 막겠다고 갑자기 급 사열을 하게 됐습죠..

 

부소장대장 헐레버리(헐레벌떡,,어리버리..) 뛰어와서는 "내 군장 좀 빨리 싸서,,그거 뭐야..그거 뭐야..이름표 빨리 달아줘."

 

"아..네.."

 

그래서 시킨대로 레자천에 매직으로 이쁘게 글씨 써서 모든 물품에다가 붙여버렸습니다...

 

그 문제의 장교용 우의 에다가도 말이죠....

 

근데 그 우의가 군장에 들어가도록 돌돌 말려 있어서.(우의 접는 법 아시죠) ㅋㅋ

 

제가 한번 엿되보라고, 아주 잘 보이는 부분에다가 레자천을 떡하니 붙였습니다..

 

"부소대장..아 잘 붙였네..수고했어..이걸로 주스나 뽑아먹어.."하면서 200원 줍디다...

 

'ㄱ ㅐ ㅅ ㅐ야 주스 300원이다...'

 

.암튼 사열이 시작되려는 찰나 비가 오기 시작했고,,상당히 터프했던 대대장은 우의를 입히면서까지 사열을 시작했죠..

 

울 부소대장...그 우의를 꺼내서 입었는데...진녹색 우의에 하얀 레자천이...등 한복판에 붙어 있었습니다....

 

정 가운데..면서도 군장으로 가려지지 않게 카라 바로 아래에..

 

아주 본드로 쳐발라놔서 떨어지지도 않게..

 

...

 

그 사람 원래 그냥 서있어도,,좀 삐리해보인다고 느낄정도로 자세가 이상한 사람이라...

 

대대장도 되게 우스웠나 봅니다....

 

개 쪽 먹은 부소대장 씩씩 대면서 관물정리 하던 나한테 와서 뭐라뭐라 씨부리기에..

 

어리버리한 이등병 흉내내줬습죠....

 

 

 

햐...그 사람 지금쯤 모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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