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군에서 막 제대한 친구가 채팅으로 1개월간 열애를 하고 자기키가 143이라던 그 여자분을 만나던 그날얘기.
143이라는 이름을가진 여자가 있었다. 내 친구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그러나 늘 나에게는 쑥스러운듯 속마음을 밝히지 않았다.
이녀석이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해줄수 없었다. 아니 이해해주고 싶지 않았다.
나도 그녀를 사랑했기에...
오늘 그녀를 구의역앞 맥도날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우리는 황사바람에 떨면서 143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녀는 조금
늦었다. 이제 오는 길이라며 문자가 서너번이나 왔다.
친구는 많이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네온사인에 초롱초롱 빛나는
친구의 눈을 멀찌감치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그래. 저녀석 처럼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거야. 그래 친구야 내몫까지 너에게 맡길께'
앞에 있던 길잃은 고양이가 나만 쫒아 다닌다. 마치 그녀를 포기한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그녀가 도착했다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우리는 맥도날드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보통 채팅을 하면 "저는 검은 치마를 입고있어요" "저는 흰색 반바지를
입고있어요" 이런 식으로 쉽게 찾을수 있도록 미리 말을 해두지만
우리의 천하무적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143을 첫눈에 알아보았고, 난 지하철역쪽으로 눈을 질끈감고 뛰고있었다.친구에게 양보하는 길은 이것이라고 판단했다.
슬며시 눈을 뜰무렵 놀랍게도 친구녀석은 나보다 서너걸음이나 앞쪽에
달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가 뒤를 돌아보았을때 난 그의
얼굴이 스크림에 나오는 누군가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말했다.
"찌발! 병진이다. 튀어!"
143은 병진이었다.
나중에 집에 오는길에 문자가 왔다.
'빨리 전화좀 해주세요 이지*씨...'
지금에서야 생각하지만 내 친구의 사랑은 이뤄질수없는
서글픈 사랑인것 같다. 친구야 화이팅!
이라고 글을 남겨놓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