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그런 어른이 돼있었다.

마이미러 작성일 07.12.24 18: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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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특근과 잔업으로 얼룩졌던

회사 생활을 잠시 접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설날에 분주한 분위기는

나랑 상관없는 일인냥

한손에는 리모콘을 들고

누워서 곧 있으면 나올

성룡형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평온했던 집에

느닷없이 초인종이 울린다.



방문너머로

큰누나와 매형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계속 누워 있으려다

작년에 매형이 외국 출장갔을때

아버지는 스위스제 시계주고

난 스위스제 과자준 일이 떠 올라

힘겹게 땅바닥에 붙어있던 몸을

떼어내 현관으로 나왔다.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누나와 매형...

그리고

조그마한 생명체들.

조카라고 불리는...




조카놈들은 나를 반긴다.


" 삼촌 놀아줘~~~"



"....."



이렇게 황금같은 연휴의 소박한 휴식은

부질없는 희망사항이었다는걸

가르쳐 주며

꼬꼬마들의 놀잇감이 되어버린다.




말, 비행기, 곰...등등등의

각종 탈수있는 놀잇감으로 변신하며

조카들과 놀아주고 잇는데

어머니가 대형마트에 갔다 오라고 했다.





누나의 막내 조카놈은

자기도 따라가겠다며

따라 나선다.




설이라서 그런지

마트는 더욱 붐볐고

사람들 사이를 요리 조리 피하며

어머니가 쪽지에 적어주신 물품들을

모두 구입하고 집으로 갈려는데

조카놈이 2층에서 좀 놀다 가자고 한다.





때쓰면 대책이 안서는 놈이라

이층으로 향했다



그녀석이 이끈 곳은

장난감 매장이었다.



조카놈은 혼자 여기 저기를 돌며

장난감 감상에 빠졌고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 시선이 멈춘 곳은

장난감 매장을 지키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나의 게슴츠레한 시선을 느낀 그녀는

기분이 나쁜듯 다른 곳을 응시하지만

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짜 옷이 뚫어졌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삼촌...나 이거 사줘."



"...."


조카놈이 작은 손을 내민다.

손안에는 장난감 상자 하나가 들려있었다.




지구용사.....*가드.

4만 8천원.




뭔...

애들 장난감이 이다지도 비싼지.




가난한 월급쟁이에겐

적지 않은 돈이기에

못사주는 이유를 확실하게 가르쳐 줘야한다.




"에이~~이거 변신 안돼는 거네.

담에 삼촌이 삼단 변신되는 걸로 사줄께.

그냥 가자."



"...."



"그거 삼단 변신 되는데요."




내 시선을 애써 피하려던

그녀가 어느새 옆에 와서

조카놈을 꼬신다.



나나 꼬셔주지...

그러면 내 기꺼이

당신의 장난감이 될터인데...




"이거 요새 애들한테 최고로

인기많은 장난감이에요..

삼단변신도 돼구요.."



"....."



아나...

이 여자 진짜 왜이래?



"얘야....삼촌이 이거 사주면

좋겠지??"



"응...삼촌 나 이거 꼭 갖고 싶어...

이거 사줘..."




이미 조카놈의 손에서

*가드를 뺏는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는수없이 조카놈에게

장난감을 쥐어주곤

계산대로 향한다.



"즐거운 설연휴 되세욧"



"......"



그녀는 음흉한 눈빛보내더니

꼬시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건낸다.



에라이....

평생... 휴일에

장난감이나 팔 여자가트니라구.




예상치 못한 지출에

또 한달이 힘들어 질테지만

마냥 좋아하는 조카녀석을 보니

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한달동안 담배를 끈으면 되지 않는가?




......




그냥 밥을 굶자.





집에 도착하자 마자

녀석은 *가드를 들고

놀이터로 간다.

또래 꼬마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겐 그저 고맙기만 한 말이었으므로

굳이 말리지 않았다

녀석은 *가드를 한손에 들고

후다닥 나가버린다.




드디어...

*가드가 준 평화가 찾아 왔다.

다시 방바닥과 사랑을 나눈다.



성룡형님의 구닥다리 액션은

아직까진 볼만한 것이었다.



성룡형님의 액션이 절정에

이를때쯤 조카놈의 우는 소리가 났다.



"우아아아왕~~~흑흑..."



"준규야..무슨일이야??"



"우아아앙~~ 삼촌....이거봐....흑흑.."



녀석은 가지고 갔던 *가드를 내민다.




한개의 장난감을

두개로 만들어 왔다.

다리와 상체를 잘라서..



그것은 *가드의

토막난 시체였다.



삼단 변신 로봇이라더니...

절단 * 로봇이었나?




"이거 누가 그랬어??....."



"놀이터에...어떤 형아가 변신시키다

부셨어....우아아아와왕~~~흑흑흑"




이런...

크리스마스때 산타한테 선물 못받을

꼬꼬마를 봤나..

밥까지 굶을 생각으로 사준 장난감인데...



"준규야...같이 그놈 잡으로 가자."



"응.삼촌 그 형아...혼좀 내줘...흑흑.."




그렇게 우리는

지구용사 *가드 토막살해범을

잡으러 놀이터로 향했다.



"삼촌....저 형아야..."


"재??....알았쓰..."




다행히도 범인은

아직도 사건 현장에 있었다.



"야!! 너 일루 와봐."



"예?? 저요??"




녀석..

잔뜩 겁 먹은 표정이다.




꼬마라도 얄짤 없다.

아나...내 4만8천원.



"아저씨...죄송합니다...."




녀석의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그래도 내 4만8천원.




"왜...내 조카가 가지고 노는거 부수냐??

이거 사줬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그냥 변신 시켜 볼려구...하다가...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정말....죄송합니다."




그래도 4만 8천원.




"제가 용돈 받은거 모아서 드릴께요...

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흑."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도 내 4만8처....


어쩔 줄 몰라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이녀석을 보니

갑자기 잊고있었던 옛일이 떠올랐다.



내가 이녀석처럼 어렸을 무렵...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힘들게 생활 했을때가 있었다.




물론 밥을 굶거나

집이 없어 밖에서 자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렸던 나는 여느 아이들이 가지는

장난감 조차 가질 수 없었다.




난 철이 빨리 든 편이라

그런것에 투정을 부리진 않았지만

친구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걸 보노라면

가질수 없는 것에 대한

부러움은 날 서럽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친구집에 겜보이를

하러 가는 중에

동네에 2살 어린 녀석이

고무줄로 프로펠러를

감아 날리는 비행기를

갖고 놀고 있었다.




신기했다.

고무줄만 감았을 뿐인데

비행기가 날다니...




날려보고 싶었다.

하늘 높이....

단 한번이라도.




그러나 나는 안다.

저 녀석은 나의 한번의 처녀비행도

허락하지 않을 녀석이라는 걸....





그러나.

나는 머리 좋은 아이...



녀석을 꼬셔본다.




"야!! 그것밖에 못 날리냐??

난 진짜 멀리 날릴 수 있는데..."




"형..이거 날려 보고 싶어서 그러는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예리한 놈....

그러나 포기란 국어사전에나 있는 말.



"쳇.누가 그거 날려볼려구 그러냐??

그냥 너 날리는게 한심해서 하는 소리지."



"........."



"아....난 겜보이나 하러가야지..."




"형....진짜 멀리 날릴 수 있어??'



"그~래 난 진짜 멀리

날릴수 있다."



거봐....

곰새 걸려들거면서.




"그럼 날리는 법 좀 가르쳐줘..."



"음....아나...지금 민철이 집에 겜보이 하러

가는 중인데....뭐..니가 원하니깐

한번 날려 주께..."


"아...형... 고마워."



정말...

순진한 놈이다.



녀석은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비행기를 넘겼다.



"잘 봐봐....이렇게 프로펠러를 감아서..."




"와....역시 다르다.멀리 날릴려면

프로펠러를 반대로 감아야 하는구나..."




아...

잘못 감았다.




"뭐...요렇게 하면 멀리 날리지만

넌 초보니깐 반대로 감아서 날려줄께"





감았던 프로펠러를 풀어

반대방향으로 감았다.




이제 하늘 높이 날리면 된다.

내가 이녀석 보다 덩치도 더 크고

힘도 세니깐 녀석보다 멀리 날것이다.




"잘 봐봐...얼마나 멀리나는지...."



"응 형...빨리 날려봐"




힘껏 하늘로 던졌다.


있는 힘껏.


고무줄 비행기는 하늘로 날았다.


2초동안.





힘을 너무 준탓에

급격한 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 쳐버린것이다.



비행기는 산산 조각 나버렸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떻게 하지??



"우와아앙~~~엄마~~~"



"아.....미안해....진짜...."




녀석은 울며 집으로 달려갔다.

이내 녀석의엄마를 데리고 왔다.




아줌마는 화가 나있었다.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우는게 아니다.




" 너 왜? 얘가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

뺏어서 부수냐?? 얘가 너때문에 울잖아!"



"...........죄송해요..."



"형이면 형답게 놀아야지.

애를 왜 울려? 너 참 못됐다."



"..........죄송해요...정말..."



"너 이제부터 우리 애랑 놀지마."



"....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




난 한번만....

딱 한번만 날려보고 싶었다.

부술 생각도 없었고

뺏을 생각도 없었는데...



"제가 용돈 모아서 드릴께요...죄송해요.."



내말에 대꾸도 없이

녀석을 데리고 들어가 버린다.



산산조각난 비행기 앞에서

참았던 눈물은 창피해서 빨게진 볼을 식힌다.




남자는 우는게 아닌데.....

남자는 우는게 아닌데.....




보름뒤에 녀석집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아줌마가 나온다.




아줌마는 2주전의일이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나를 쏘아 본다.




조그만 두손을 내밀었다.

두손에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하다.



"이거...받으세요...정말 죄송했어요..."



이런일이 없었다면

매일 매일의 주전부리가 되었을

돈이었다.

어린 맘에 참 악착같이도 모았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난 커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그런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있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어른이...

아이의 맘은 이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녀석도 장난감을 부술맘은

없었을 것이다.

48만원어치의 미안한 맘이 든다.



"에휴....메이드 인 차이나가 다 그렇지 뭐..."



"예?? 메이드 인 차이나가 뭐에요??"



"아...장깨집에서 만들었다구..."



" ........."



"괜찮으니깐 신경쓰지마...."



"....진짜요??"



"그래... 장난감이야 또 사면 돼지...뭐."



"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녀석은 죄인같은 얼굴을

풀고 친구들이 놀고 있는

사이로 뛰어간다.



그래...

아이는 저런 표정으로 커야한다.




저녀석은 훗날...

이 일을 기억할까??



적어도...

상처로 남진 않을 것이다.


4만 8천원에

내기억속에서 큰 상처하나 지운다.



"삼촌....

그럼 내 *가드는....??"


"삼촌이 테이프 붙여줄께..."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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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애들은 정말 안돼."



그런말 하지 말아요.

당신과 내가 만든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바르게 크게 지켜줘야하는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면허정지였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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