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작가라면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야한다! (반전有)

카르카네타 작성일 08.02.20 0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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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숙녀복 매장 쇼윈도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싱긋 웃었다.

 

나이가 다 차도록 남자친구도 없고 3년째 백조생활을 해오던 그녀는 "이러고 있을 바엔 선 봐서 시집이나 가라."는 어머니의 성화를 견디지 못했다는 다소 흔해보이는 사건을 계기로 커피숍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충분히 있었다. 염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길고 검은 생머리, 적당히 큰 눈, 적당히 솟은 코, 나름대로 희다고 생각하는 피부, 작지 않은 키, 썩 괜찮은 몸매. 오랜 골방생활로 생겨난 기미와 주근깨는 약간의 화장으로 충분히 가려졌다. 날씬한 다리를 돋보여주는 청바지와 분홍색 상의는 수수하지만 수수한 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런 그녀였기에, 자신이 아쉬워서 나온 자리이지만 눈에 차지 않는 남자라면 얼마든지 거절할 용의는 있었다.

 

2층에 있는 커피숍은 다 그렇듯 외벽 대신 커다란 유리를 댄, 전망과 운치를 강조한 디자인이었다. 고풍스러워보이게 하려는 흔적이 보이는 나무장식 계단을 올라 문을 열자, 카펜터즈의 노래가 적당한 볼륨으로 흘러나왔다. 은은한 황색 조명과 소녀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내부 인테리어는 그녀에겐 썩 괜찮게 다가왔다. 그녀는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사진으로 본 남자의 얼굴과 찬찬히 대조해보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드는 남자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그는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조금 짧은 머리에 살짝 젤을 바르고 금테 안경을 두른 약간 마른 얼굴은 지적인 인상을 풍겼다. 신뢰성을 강조한 듯한 푸른빛이 도는 양복이 썩 잘 어울렸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확실히 나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은 그 남자였다.

 

"사진보다 미인이십니다."

 

느끼한 소리를 해대는 남자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였지만 막상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기분이 꽤 괜찮아졌다. 그 때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어요?"

 

그는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숙녀분 먼저."

 

그녀도 마주 웃었지만, 생전 이런 비싼 곳을 들락거려봤어야지!

 

"시키시는 거랑 같은 걸로."

 

당연히 남자가 내는 거니까. 그는 '아이리시 커피'라는 것을 두 잔 주문했고, 티슈꽂이에 깨알같이 적힌 메뉴판(중국집도 아니고!)을 힐끔거린 그녀는 이 한 잔에 만 원이 넘는 커피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시키는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남자는 부자다.


신데렐라!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가진 뒤였고, 그도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모양이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겼다.

 

"OO대의 건축학과를 나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일류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좋은 학벌이었다. 게다가 돈도 많은 듯하다. 좀 속물같아 보여도 돈 쪽으로 살짝 떠 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전에 책을 몇 권 낸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깜짝놀랐다. 그리고 그는 말로는 부끄럽다곤 해도 나름대로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어머나, 작가셨나보네요. 무슨 책을?"
"아 네, 전업작가는 아니고, 하하, 오락 소설을 써서 출판한 경험도 있고요. 부끄럽지만 흔히 말하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는 거..."
"어머 저도 판타지소설 좋아해요."

 

그 말은 사실이다. 할일없이 방바닥만 뒹구는 것도 괴로워 책방의 책은 몽땅 읽은 바 있는 그녀다. 그런 사람 덕에 출판업계도 밥을 먹고 사는거다, 라는 생각까지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책 제목이 뭔가요? 제가 읽어본 걸지도..."
"아 네..."

 

그녀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커피를 홀짝였다. 달다...

 

 

 

 

 

 

 


"해리와 몬스터라고...."

 

푸우우. 공기중으로 커피가 흩날린다....

 

From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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