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아들과 엄마의 편지

킁킁색색 작성일 08.07.28 10: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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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 부모님 전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이등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에서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보고 밤새 울었단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 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 생활 잘하길 빌겠다.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 무좀 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부쳐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병 어머니> 아들 보아라. 휴가 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한 달 가계부가 정리가 안 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다음 휴가 나올 때는 미리 연락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_-;;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네 아빠 군대 때는 그냥 줬다던데.)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네 엄마는 먹을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무실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투덜~


<상병 어머니>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 자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의 휴가는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둘이 대판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결정 났으니 그리 알거라 ^^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 되. 어떻게 군 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기가 돌아 미치겠어. 글구 보내준 무스를 다써버러삼. 다시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그리고 놀라지 마.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뒤집어져서 고장 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된대~ 엄마... 100만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음 주까지 어떻게 안 될까?


<병장 어머니> 니 보직이 PX 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땡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 말로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았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창고로 쓰고 있다. 벌써 26개월이 다 지나간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 없구나.

...말뚝 박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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