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순대와의 혈투

아로니아 작성일 08.09.25 17: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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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순대와의 혈투

 

 

 

방학시즌을 맞아 한창 시간이 남아돌던 나는

어김없이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고

하루하루 열심히 똥으로 만드는 기계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뭔가 예감이 좆치 않았던 그 날-_-

어머니께서 친목회를 가야 한다며

나에게 혼자 알아서 밥을 차려먹으라는

정말 나에겐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쥐어주고

그렇게 유유히 떠나가셨다.

-_-

 


엄마 : 나 아빠랑 같이 나가서 친목회하고 올게. 밥 니가 해먹어라.

천상 : 나 밥 못하는거 알잖아.

엄마 : 하여간 니가 알아서 해먹어. 집에 아무도 없으면 딸이나 치든가.

천상 : 안돼!! 차라리 나를 즈려밟고 가!!

엄마 : 응

 


'즈릿즈릿'

-_-

천상 : 컥..

 

그렇게 엄마는 날 즈려밟고 멀리 떠나버리셨다.

 


하지만 나에게도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나의 대리모 역할을 하는

내 여동생을 시켜서 밥을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_-

 


천상 : 정말 사랑하는 내 하나뿐인 사랑하는 동생아.

동생 : 왜 오빠?

천상 : 이 오라버니 밥좀 차려주련.

동생 : 맞고나서 니가 밥차릴래? 아님 니가 밥차리고 나서 맞을래?

천상 : 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동생 : 응 오빠..

천상 : 안맞는건 없는거니?

동생 : 그래 이 슈ㅣ발 밥버러지야!

 


-_-

 


그렇게 평소 밥버러지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던 나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듬뿍 담긴

정말 통쾌한 귓방망이를 한대 후려 갈겨주고는

내 동생은 그렇게 유유히 자리를 떠 버렸다. -_-

 


천상 : 너 진짜 밥 안해줄거야?

동생 : 오빠, 미안한데 나 친구랑 나가서 밥먹기로 했어.

천상 : 헐.. 결국 또 나 혼자 집에 남게 생겼군.

동생 : 응 오빠.. 기분좋게 집에서 딸이나 쳐

천상 : 이집식구들한테 딸치다 걸린적도 없는데 왜 맨날 딸은 치라는거여-_-

 


아무튼 그리하여 또다시 혼자 집에서

밥을 차려먹어야 할 위기에 봉착하게 된 나는

더이상 이렇게 지내다간

도저히 해결방안이 나질 않을 것같아서

집에 아무도 없는 그 긴 시간동안

단식투쟁을 하여 나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로 하였다.

 


'따르르릉'

 

엄마 : 응, 천상이니? 무슨일이야?

천상 : 나 엄마 집에 올때까지 단식투쟁할거니까 알아서 해.

엄마 : 단식투쟁보단 삭발투쟁이 더 간지난다드라.

 

물론 저렇게 말씀하시진 않았다.

-_-

 


아무튼 그렇게 집에서 혼자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보니 입이 심심해져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천상 : 새...생.. 생쌀이라도.. 씹어볼까..-_-

 


난 쌀독에 있는 쌀을 한줌 쥐어서

입안에 털어넣고

기분좋게 씹어보았다.

 


'와드득'

 


내 이가 모두 나가버렸다.

-_-

 

생쌀이 밥하고 똑같은줄알고 그냥 씹으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좋다.

그렇게 대책없이 생쌀 씹다간

진짜 조..존...존나 아프다..

-_-

 


독자 : 생쌀이 밥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는 똘츄는 너뿐이야.

천상 :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독자 : 왜냐하면 넌 존나 못생겼으니까.

천상 : 음.. 왠지모르게 납득할만한 근거군 -_-..

 


아무튼 이도 아프고,

배는 무지하게 고프고

모든게 다 서러워서 혼자 질질짜고 있을무렵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천상 : 그래, 그냥 나가서 먹을걸 사오면 되잖아!!

 


이런 기가 막힌 생각을 해내다니

난 천재란 말인가

-_-

 


그래..

나 똘구다.

-_-

 


그리하여 대충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서

아주 오래전에 가봤던 분식집을 찾아갔다.

그 분식집은 여중/여고 바로 앞에 있었는데

남들 한창 일할시간에 왠 누추한 젊은이 한명이

그쪽앞을 서성거리자

떡볶이를 사먹고 있던 여고생 여중생들이

하나둘 나를 피하며 이내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_-

 


천상 : 쟤들이 왜..저러지..

분식집 아줌마 : 젊은이. 자네 남대문이 개방되어 있다네.

천상 : 아..그랬구나.. 헤헷..^^

분식집 아줌마 : 웃지마 *아. 너땜에 손님 다 갔잖아.

천상 : -_-

 


배고픔에, 서러움에,

거기다가 쪽팔림까지 더해지다보니

나도모르게 더 배가 고파지게 되었고

난 분식집 아줌마에게 떡볶이와 순대 만원어치씩을 달라고 하였다.

 


분식집 아줌마 : 헐.. 만원어치씩이나?

천상 : 왜요? 술집가서 만원짜리 떡볶음시키면 쥐꼬리만큼 나오던데.

분식집 아줌마 : 아, 아니야^^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주머니는

나에게 떡볶이와 순대 각각 만원어치를 담아 나에게 건내주셨다.

 

 

천상 : 그..근데.. 좀 많네요..-_- 원래 이렇게 양이 많나요?

분식집 아줌마 : 많이 줘도 지랄.

천상 : 아, 아닙니다.. 장사 많이 하세요^^ 전 이만

분식집 아줌마 : 손님은 지가 다 쫓아놓고 헛소리는.

 


난 술집에서 안주로 시켜먹던 그 떡볶이와 가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떡볶이와 순대를 만원어치씩 시켰는데

분식집에서 나에게 준 떡볶이와 순대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양손으로 들고가는데 팔이 빠질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_-

 


그래도 그땐 왠지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만큼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일단 집에가서 난 닥치는대로 꾸역꾸역 먹어댔다.

 


'허겁지겁'

'꾸역꾸역'

'질겅질겅'

'꿀꺽꿀꺽'

'하악하악'

 

-_-

 


그렇게 약 삼십분 정도를 정신없이 쉬지도 않고 먹었을무렵.

드디어 난 내가 정말 미련하게도

떡볶이와 순대를 허벌나게 많이 사왔음을 깨달았다.

-_-

그러나 이미 시간을 되돌리기엔 늦었고,

내가 밀가루 음식을 먹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께서

집으로 돌아오시기 전에

이걸 얼른 다 먹어서 없애야했다.

 


천상 : 조.. 조금만 더 쳐먹어보자.. 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약 삼십분정도를 더 먹으니

이미 떡볶이와 순대는 식을대로 다 식어서

씹기도 힘들정도로 불어터져있었고

난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배가 터질지경이었다.

 


천상 : 음... 일단 똥으로 한번 밀어내고 다시 시작해볼까..

 


난 화장실에가서 일단 쌓인 물질을 제거해낸다음

다시 쳐 먹어보기로 결심을 하고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아랫배에 힘을 주었는데

정말이지 돈주고도 보기 힘든

3.5kg의 건강하고 육중한 똥새끼 한마리가 출산이 되었고-_-

그 아름다운 축복을 환영이라도 해주듯

냄새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 냄새를 맡고

화장실 바닥에

떡볶이와 순대를 토해내버렸다.

 


천상 : 크와아와와왁-_-

-_-

 

 

 

3시간 후.

 


엄마 : 아들아, 너 왜 화장실에 피를 쏟았니? 어디 아픈거야?

 

 

라고 하진 않았다.

-_-

 


화장실에 왠 창자를 쏟았냐며

거침없는 질타를 해주시던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앞으로 한번만 더 떡볶이와 순대를 만원어치씩 사먹으면

그땐 내 창자를 꺼내다가 당면을 넣어버리시겠다며

따스한 격려와 충고의 말씀을 건내주셨고

그날 난 뒤지게 쳐 맞았다.

-_-

 

 

결론 : 역시 난 엄마가 해준 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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