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게이패션이 대세다.

꽑뢊뷄쐤 작성일 09.02.02 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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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패션리더 ‘게이’…문화트렌드 선도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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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입고 있는 양복 재킷이 일년 전 지구 반대편에 사는 게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면?’ 소설 같은 얘기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때 금기시 됐던 게이들의 문화가 이제 패션을 비롯한 문화 전반을 주도하는 주체로 자리잡았다.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 퍼레이드. 당시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선보인 하얀 뿔테 선글라스는 1년 후 한국의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이 쓰면서 국내에서도 대히트를 쳤다. 지난해 인기그룹 샤이니가 선보인 원색계열의 의상 역시 2007년 게이 퍼레이드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이다.

게이들의 선구안은 단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은 이미 2007년 이태원 게이 클럽에서 잉그리드의 원곡 ‘원 모어 타임’으로 크게 유행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테크토닉도 그 시작은 게이들이 주도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테크토닉에 대해 ‘게이 퍼레이드에서 유명세를 타며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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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모든 게이들이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자들에 따르면,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성적 정체성을 옷과 신발, 각종 문화적 요소를 통해 강하게 표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성과학자 마그누스 허쉬필드는 “이성의 복장을 착용하는 행위는 동성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옷을 통해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성 역할을 표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패션 디자이너 계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은 오히려 강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을 게이라고 소개한 패션업계 종사자 강모씨(30)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게이라는 사실이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디자인을 의뢰한 전문가나 면접 담당자들은 ‘게이는 섬세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이름만 대도 알 법한 국내 모 유명 디자이너는 실제로 게이이며, 게이가 아니더라도 게이바에 스스럼 없이 드나드는 디자이너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성애에 대해 좀더 관대한 해외에선 ‘패션의 역사를 주도한 것은 게이’라는 진담 같은 농담이 돌 정도다. 실제 연인 사이였으며, 2005년 결별을 선언한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돌체앤가바나’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마크 제이콥스, 이브 생 로랑, 장 폴 고티에, 베르사체 등 수없이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도 게이였다. 수려한 외모로 유명한 ‘버버리의 후계자’ 크리스토퍼 베일리 역시 게이로 밝혀져, 전세계 여성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디자이너들의 시제품을 가장 먼저 테스트해보는 것도 게이들이다. 유럽에선 아예 게이들만으로 이뤄진 ‘베타집단’이 존재하며, 한국에서도 이태원 게이바를 중심으로 신제품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의상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민모씨(19)는 “게이들 사이에서 입 소문이 나면 일단 첫 관문은 통과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100년 전 예견된 게이들의 반란

한때 경멸과 회피의 대상이기도 했던 게이들이 오늘날 문화를 선도하는 집단으로 자리잡은 것은 왜일까?

우선은 ‘메트로섹슈얼’, ‘글루밍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패션과 미용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화 비평가 막 심프슨이 1994년 ‘인디펜던트’지에 소개한 ‘메트로섹슈얼’은 미적 관점에서 자신을 꾸미고 가꾸며,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는 남성들을 가리킨다. 유명 브랜드와 유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메트로섹슈얼의 대표주자로 영국의 축구선수 베컴이 꼽히고 있다. 여성들처럼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이 남성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으로 자리잡으면서, 게이들의 문화가 오히려 추종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멀게는 20세기 중반 본격화된 여권 신장도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용감하고 책임감이 강해야한다는 남성성이 약해지고, 섬세하면서도 유행에 민감한 ‘신종 남성’들이 탄생했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전통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고, 복합적인 다원주의를 제시했다. 정확히 구별되던 남성성과 여성성 대신, 양성성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역시 게이로 유명한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는 남성복에 화려한 컬러와 바비인형 같은 여성스러운 요소들을 과감히 도입했고, 1984년 장 폴 고티에는 남성복 패션쇼에서 스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역할의 구분이 다수의 학자들의 주장처럼 관습적, 사회적인 것이라면,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은 갈수록 모호해질 것이다. 100여 년 전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남자들 상상할 수 없었듯이, 또다시 100년의 시간이 흐르면 남성들의 스커트 패션이 공공연히 선보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조병주 인턴기자/talented_b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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