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뀐 이야기
경기도 안성의 어느 농촌 마을에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 역시
호주가로 소문난 이웃마을 사람과
사돈을 맺었다.
두 사돈은 모두
애주가인지 호주가인지
술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추수를 마친 늦가을에
용돈 마련을 위하여 안성장날에
곡식을 소등에 싣고 장터로 향했다.
때마침 저쪽 사돈도
소등에 곡식을 싣고 장터로
가다가두 사돈이 만났다.
두 사돈은 소에 싣고 간
곡식을 모두 팔고서 약속대로
주막집으로 갔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인지라 소는 주막집
마당에 매어놓고 밤이 깊도록 마셔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게 되었다.
그믐밤이라
달도 없고 깜깜한 밤인데,
술은 정신없이 마셔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니,
주막집 주인은 몸을
부추겨서 마당에 매어놓은
소에 태워서 떠나보낸다는 것이
그만 소를 바꿔 태우고 말았다.
밤은 칠흑같이 어두우니
사방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소는 어두워도 자기가 자주 다니던
길이라 방울소리를 내며 제집마당으로
당도해서 외양간 앞에 섰다.
안방에서 불을 끄고
영감을 기다리며 졸고 있던
마누라가 소 방울소리에 눈을 부비며
나가서 술이 몹시 취한 영감을 부추겨서
안방에 옷을 벗기고 뉘 었다.
그리고 마누라도
옆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이 되자 마누라는 영감
해장국을 끓여주려고 일찍 일어나서
부엌에 나가고,
영감은 속이 쓰리고 아파
잠에서 깨어 소변을 보려고 일어나 보니,
자기 집이 아니었다.
깜짝 놀란 영감이
급히 옷을 입고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다.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날이 밝아오자
사돈집이라는 것을 알고는
줄행랑을 처서 자기 집으로
돌아오니 마누라가 부엌에서 나오며
하는 말이 “술이 아직도 덜 깼소?
왜 자다 말고 어디 갔다 오는게요?”하고 물으니
영감하는 말이 “어제 밤 별일 없었소?”라고 하더란다.
그 사돈도 새벽에 줄행랑을 친 모양이다.
술 조심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