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도원결의 - 엘롯기 삼형제

하얀입맞춤 작성일 09.04.22 22: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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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 사내가 벽에 붙은 방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방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있었다.



"2009 프로야구 개막. 모든 구단은 어서나와서 참가하시오"







'어차피 또 꼴찌일텐데, 참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한숨을 쉴때 뒤에서 누군가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쳤다.

"아니 이 대낮에 다큰 사내가 한국야구걱정을 못할망정 왠 한숨을 그리 쉰단 말이오"




사내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풍채가 당당한 거인이 서있었다.




"공은 뉘십니까"

"나는 롯데, 지금은 시장 푸줏간에서 껌장사를 하고 있소"

"저는 기아라고 합니다. 누상촌에서 자동차 딜러를 하고 있죠."

"그래 풍채당당한 메이저리거들을 보유한 사내 대장부가 저 방을 보고 마치 꼴찌예약이라도 한듯 한숨이나 푹푹 쉰단말이오? 나는 저 방을 보고 올해도 봄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발이 끓어오르는데 고작 한다는게 한숨뿐이오?"

"...저도 저 방을 보고 끓어오르는게 왜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는 속에있는 얘기를 마음껏 터놓을 자리가 못되니 저 주막에가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떻습니까?"

"좋소"




그렇게 롯데와 기아는 주막에 들어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서로 뜻이 맞고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의기를 나누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할때 주막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여기 술좀 갖다 주시구려 주모"




그러면서 번트모션으로 술병을 들어 찔끔찔끔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지금 온 저 사람도 호걸중의 호걸로 보이는구려. 같이 자리에 부릅시다"





기아가 다른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내를 데려와서 같이 술을 권했다. 사내가 말했다.





"저는 엘지라고 합니다. 서당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전자제품 수리를 하고 있소"





셋이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서로 뜻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에 셋은 서로 의기를 모아 의형제를 맺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들은 벚꽃이 흐드려지게 피는 부산 사직 운동장으로 가 마운드 한가운데 술상을 펴놓고 술잔을 들었다.





"근데 형씨는 조상이 어떻게되오? 자세히보니 이런 시골바닥에서 꼴찌나 할 인상은 아닌듯하오만."


엘지가 기아를 보고 물었다.

그말에 기아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숨겨오고있엇지만 사실은 난 예전 9회우승을 달성한 해태황실의 후예요. 해태가 부도나고 그와중에 호랑이의 정체를 숨기고 이렇게 하위권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소이다"



그러자 엘지와 롯데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었다.



"저희들이 황족을 몰라뵙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공이 저희들의 형님이 되어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허허허. 내게 그런 역량이 있을지 모르겠소. 알겠소. 이제부터 우리들은 형제요"



그뒤 서로 우승횟수를 따져 엘지가 둘째, 롯데가 막내가 되었다.






기아가 서약서를 들고 읊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가 서로 창단된 해는 다르나 서로 항상 마음을 같이하여 가을 잔치에 올라갈때는 다 함께 올라가고 그러지못할때는 다 함께 6,7,8위를 하기를 여기에서 맹세하노라. 만약 이 맹세를 어긴 자는 서기2250년까지 플레이오프 문턱도 못밟게 되리라"




그렇게 엘롯기 삼형제는 서로 술을 건내며 의형제를 맺었다







이를 가리켜 야구팬들에게선 엘롯기 도원결의라고 회자되곤 한다.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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