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건.

하이베입 작성일 09.04.26 12: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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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찬란했던 중학교시절의 가슴아픈 감동 실화이다.

 

(주의: 조금은 더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은 쉬엄쉬엄 읽으세요)

 

중학교를 나온 분이라면 한번쯤은 해봤을것이다.

 

쪽지전달...

 

풋풋한 남녀공학의 경우, 남녀간의 애뜻한 메세지들이 전달 되겠지만

풋!!!한 남고의 경우, 온갖 욕설이나 비방, 헛짓거리등이 전달되기 마련이다.

 

오늘 할 이야기는 나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평생 가슴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간직하게 되어 아직까지도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슬픈 친구에 대한 일화이다.

 

중2

 

어느날의 수업시간.

 

그친구는 1분단의 맨 앞에 앉았었고, 나는 그 뒤에 앉았었다.

 

수업은 언제나 지루했다. 앞에서는 뭐라뭐라 떠들고,

 

뭐 재미난일 없을까.. 망상속에 들어가려던 찰나..

 

그놈이 나에게 두번 고이 접은 쪽지를 보냈다.

 

'이자식이 유치하게 아직도 이러고 노나?'

 

하며 쪽지를 펼치는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연두색...아니 녹색과 노란색,검정색, 흰색의 색상들이 서로 앙상블을 이루며 좌우대칭으로 나의 눈앞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펼쳐진 환상의 데칼코마니 기법!!!!( 데칼코마니: 어떠한 무늬를 특수 종이에 찍어 얇은 막을 이루게 한 뒤 다른 표면에 옮기는 회화기법.)

그렇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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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의 한 예. 어렸을 적 다들 해보셨으리라 믿는다.    

 

 

 

 

 

코딱지였다!

        샤프를 들어 녀석의 관자놀이에 쳐박고 싶었다. 허나 그럴 수 없었다. 그의 그것은... 자랑스러워 할 만했다.   컸다....   갑작스런 테러에 대한 분노도.. 그것을 본 경이로움에 묻혔다. 생전에 이렇게 생긴 그것을 본적이 있던가?   그는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거기다 자신도 자랑스러운지....     자신의 그것에다 화살표를 쳐놓고 스스로 '왕 건'이라고 써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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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허나.. 나혼자만 테러를 당할수는 없었다.

 

여기서 나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을 다시 고이 접어서 뒤로 넘겼다.

 

쪽지를 전달한지 2초만에 뒤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이런 개 ㅇㄴ머ㅏㅗㅇ라ㅓㅁㄴ라ㅓㅇㄴ"

그러다가도 그 크기에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

 

ㅋㅋ 재밌다.

하며 다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라 다들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4분단 뒷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그쪽으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이, 거기 뭐하냐!"

 

선생님은 그쪽으로 갔다.

 

"얌마 그거 뭐야 내놔. 이자식들이 수업시간에 쪽지를 돌려? 뭐하는 놈이야?"

 

커헉!!!

 

선생님은 쪽지를 펴보았다.

 

..........

..........

..........

 

"....뭐, 뭐야 이미친새끼는;; 야 '왕건'누구야? 빨리 튀어나와!"

 

분명 그 친구는 1분단 첫째줄이었다.

나는 1분단 둘째줄......

 

그렇다.

 

그들은 4분단 끝까지 그 데칼코마니 기법의 '왕건'을 돌려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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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다했죠..

 

 

 

"너 미친새끼지? 미쳤지? 야이새꺄 1분단 첫째줄에 앉은놈이 뭐가 자랑스럽다고 지 코딱지를 4분단 끝까지 돌려보게 만드냐? 이거이거 제정신이 아니구만.. 그리고 코딱지는 또 왜이렇게 커? 코딱지로 넌 밥 빌어먹고 살아도 되겠다. 신성한 수업시간에 지 코딱지가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냐? 오냐 그래 너 밥먹고 교무실로 바로 튀어와! 원 찐따같은놈을 다봤네"

 

그 친구는 점심을 먹고....

 

교무실 앞에서...

 

자신이 창조한 예술품을 들고 무릎꿇고 손들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왕건에 대한 소문은 돌고 돌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아마도...

 

다봤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 이후...

 

그는 졸업할때까지 '왕 건'으로 불리게 된다.

 

나의 경솔한 행동때문에 친구는 씻을수 없는 굴욕을 갖게 되었다.

 

그친구는 아직도 나를 보면 이를 간다.

 

어디서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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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도 호시탐탐 내 목숨을 노리고 있다.         아.... 미치도록 슬프고도 아름다운 학창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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