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따사로운 5월 어느 날
건조한 도심을 벗어나 여행이라는 일탈을 꿈꾸며
무작정 경춘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레일을 달리는 바퀴소음..
덜컹대는 차체에 몸이 흔들릴 적마다
텅 빈 위장의 허전함은 외로움 못지않은 공허함으로
몸 속 깊숙이 밀려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랬거늘..
주섬주섬 들고 나온 가방을 뒤지다 마침 손끝에 잡혀든 건
나와 같은 생을 살아온 초코파이..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던 90년대 초,
부산 앞바다에 러시아 선원들이 상륙할 때면
수퍼마켓의 초코파이가 동 날 정도였고..
명절날 가족들에게 줄 가장 좋은 선물로
평판이 돌면서 중국시장을 강타했던 우리의 초코파이..
이 손 바닥만 한 빵조각 하나가 세계를 정복하기에 나섰고
급기야 북한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명 '개성공단 초코파이 계(契)'
2005년부터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줬던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모아두었다 순번을 정해 한 사람에게 몇 십 개씩 몰아줘
집에 있는 가족들과 나눠먹거나 친지들의 선물로 쓰여진단다.
자본주의의 단맛을 보여준 초코파이..
공단 내에서의 반출을 우려해 단속을 했지만 수많은 근로자들을
일일이 검색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는 이 이야기는
얼마 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기사내용들이다.
어쩜 검색관들도 '계'모임에 합류하지 않았을까?
암튼 그들이 느꼈던 초코파이는 어떤 맛일까?
자신의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
지루하지만 설레일 그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나와 같은 기분이 아니였을까?
가뭄의 단비 마냥 허기져 움츠린 나의 배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 맛!
어쩌면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맛 일 수도 있겠다.
이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