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재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겸손하고, 배꼽 사과 잘하고, 게스트를 배려해주는 순발력 좋은 '국민 MC' 정도? 우리가 모르는, 아니 알 수 없었던 유재석의 또다른 모습은 뭘까.
IS 연예팀 기자들이 총출동해 의외의 지점에서 유재석을 분석했다. 오래 전부터 그를 알았던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방송국 밖에서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객관성을 위해 그의 현 매니저와 지인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 잠복근무와 발품 취재로 확인한 유재석을 만나보자.
▶ 박명수씨(33·현대아파트 10동 경비원)
늘 밴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유재석씨를 가까이에서 볼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가끔 지나칠 때마다 인사를 거르지 않는다. 가정교육을 참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번 "내 이름도 박명수요"라고 했더니 박장대소하며 "명수 형에게 알려줘야겠다"며 좋아하는 걸 봤다. 가끔 아내나경은씨와 함께 저녁에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는 날 본인의 은색 그랜저XG를 타고 혼자 어디론가 가곤 한다. 부모님도 참 검소하고 소박하신 분들이다.
▶ 이동석씨(33·형제네 야채가게 주인)
재석씨 어머니가 단골인데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그런지 직접 귤과 채리를 자주 사 가신다. 재석씨가 어머니를 많이 닮았는데 어머니도 무척 겸손하고 친절하시다. 가게 차린지 3년 됐는데 재석씨가 가끔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뿐 동네에서 대면할 일은 별로 없다.
▶ 이용성씨(54·캔두 인테리어 사장)
2년 전 결혼할 때 유재석씨 집 도배를 우리가 했다. 깔끔한 흰색 벽지를 골랐는데 다른 연예인 집처럼 화려하지 않아 기억에 남는다. 한강변 60평대 아파트이지만 저층이라 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소음방지용으로 내부에 문을 하나 더 설치했을 뿐 다른 집과 똑같다. 결혼할 때 부모가 근처 아파트로 독립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재석씨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해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은 검소하고 소박한 분들이다. 웬만한 거리도 현대백화점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며느리가 신혼여행 다녀오며 악어가죽 가방을 사왔지만 쓸 일이 없다며 장농 속에 넣어두고 계신다.
▶ 오광석씨(48·로데오거리 광명안경 사장)
99년부터 2003년까지 유재석씨에게 안경을 팔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기가 높지 않아 그가 직접 와서 안경을 골랐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라 그런지 추천해주는 물건을 별 말 없이 사는 편이었다. 요즘엔 뿔테를 주로 끼지만 당시엔 금속테로 된 안경을 주로 썼고, 반무테도 즐겼다. 시력은 꽤 나쁜 편으로 기억된다. 양쪽 눈의 시력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아마 꽤 불편할 것이다. 안경이 잘 어울리고 익숙해져서 라식 수술을 안 하는 것 같다.
▶ 박성복씨(33·전 매니저)
재석이형과 5년간 일하며 느낀 건 엉뚱한 구석이 많다는 점이다. 형이 운전을 좋아해 드라이브를 자주 했는데 돈이 없어서 1000원어치씩 휘발유를 넣고 다닌 적도 있었다. 주유원이 "1000원이요?"라고 물으면 형 대신 내가 "다음엔 많이 넣을게요"라고 답하곤 했다. 한번은 동호대교를 건너다가 기름이 떨어져 다리 위에서 차가 멈춰선 적도 있다. 내가 주유소 들르자고 얘기 했는데 형이 "괜찮다"고 말리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김용만·지석진형과 음료를 주문한 뒤 여섯 시간씩 수다를 떨어 카페 주인이 엄청 싫어했던 기억도 난다.
▶ 이어진씨(30·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
유재석씨를 처음 만난 게 2006년 봄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말랐지만 지금은몸짱이 됐다. 가슴과 팔 근육이 특히 발달됐다. 해외 출장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3~4일씩 헬스장에 들렀다. 러닝머신으로 시작해 근육 운동, 스트레칭 등 한 번에 2시간씩 쉬지 않고 운동했다.
운동하는 모습만 지켜봐도 "이 사람은 잘 될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이다. 노홍철·길씨도 함께 다녔는데 한번은 길씨가 러닝머신을 잘못 작동해 재석씨가 팔꿈치와 무릎을 크게 다쳤지만 화 한번 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바르고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유성재씨(32·KBS 안전관리팀 직원)
유재석씨는 박수홍씨와 더불어 인사성이 가장 좋은 연예인이다. KBS 출입을 관리하는 우리에겐 첫인상이 중요한데 유재석씨는 10년간 한결 같다. 유재석씨가 KBS에서 타 방송으로 옮겨갔을 때 일이다. 갑자기 KBS로 찾아와서 "새 프로를 맡으셨냐"고 물었더니 "불우이웃 성금을 내러 왔다"고 하더라. 내 눈이 정확했다.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맡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걸음걸이로 볼 때 무척 부지런한 성품이란 것도 말하고 싶다.
▶ 강성근씨(39·경기 일산 고깃집 '678' 직원)
유재석씨는 항상 허리를 90도로 굽혀 정중히 인사한다. 보통 식사할 때는 팬들의 사인 요청이 짜증스러울 텐데 한번도 거절하는 걸 못 봤다. 서둘러 나갔다가 종업원들이 사인 용지를 들고 있는 걸 보고 다시 들어와 사인해준 적도 있다. 한번은 '무한도전' 팀과 식사를 마친 후 옆 테이블에 있던 일반 손님의 밥값을 계산해 주는 것도 봤다.
1999년부터 이듬해까지 KBS 2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에서 유재석씨와 함께 독거 노인에게 쌀을 배달하는 코너를 같이 했다. 최대한 여러집에 들러야 방송 분량이 나오는데 유재석씨는 한 집에 들어가면 쉽게 나오질 못했다. 할아버지·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 콧물을 흘리느라 촬영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요즘은 리얼이 대세라 괜찮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다큐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한번은 할머니 한 분이 고맙다며 검정 비닐봉지에 음료수를 건네자 재석씨가 그 자리에서 통곡을 하더라. "마음이 너무 아파 이 코너를 계속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재석씨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재석이가 놀라운 건 국민 MC가 된 지금과 스무살 무렵이 너무 똑같다는 거다. 차라리 술이라도 먹으면 흉볼 거리가 생길 텐데, 솔직히 형의 입장에선 재미없을 만큼 바른 친구다. 재석이와 내가 대학개그제에 입상하게 된 배경엔 전태열이란 친구의 공이 크다. 성우가 된 그 친구 집에서 매일 개그 연습을 했다. 우리 둘다 그 친구집에서 빈대처럼 먹고 자며 신세를 졌다. 재석이는 연기에도 재능이 있어 개그맨이 되더라도 나중에 연기자를 겸업할 줄 알았다.
▶ 김태균(37·서울예대 방송연예과 91학번 동기)
유재석은 10년간 같은 휴대전화 번호를 쓸 정도로 한결 같다. 동기 모임에 빠질 때도 항상 친구들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한다. '메뚜기 춤'은 대학 시절부터 췄다. 당시엔 '낭랑 18세'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었다. 대학 시절엔 '빌붙기의 달인'이었다. 당시 유재석은 나와 SB(슈퍼 빈대) 클럽을 결성해 여기저기 빌붙고 다녔다. 지면을 빌어 한마디 하고 싶다. "재석아,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친구들은 항상 너를 최고로 인정한다."
▶ 김석윤(KBS PD)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에서 '60년을 이어라'라는 코너의 야외 MC를 맡긴 적이 있다. 메뚜기 탈도 그때 등장했다. 유재석은 성격이 소심해 핑클이나 god가 나오면 위축돼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토크가 약한 단점을 보와하기 위해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며 감각을 익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술도 안 마시고 당구도 안 쳐 "넌 대체 낙이 뭐냐"고 물었더니 "전 그냥 까불고 노는 게 좋아요"라고 답했던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