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주말저녁 보내고들 계신가요
누구하나 불러주는 이 없어도
주말저녁따위에 의미를 두지않는
쿨한 톡커이자 26살 완소남입니다(잠시 눈물좀 닦고..)
요즘처럼 커뮤니티문화가 발달하기 전엔
한 문장의 텍스트에서도 그사람의 숨결과 체온이 느껴지던
모 사이트 채팅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 say ho~)
그때당시 제가 10대 후반이었으니
이성에대한 욕심이 가장 활발하던 때이기도 하죠
(여자라면 걸음마만 떼도 꼬실 기세)
번개라는 문화가 트렌드이던 시절엔
남녀노소 , 종족(오크,트롤,호빗등)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시버러버(...)에 환상을 갖게 됩니다
물론 예외없이 저도 그 문화에 선두주자가 되었고
여기서부터 내 인생 최대의 떡밥을 물게 됩니다
채팅방을 접속해서 한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아이디는 "방울벌레"
그 여성과 제가 나눴던 대화는 너무나도 리드미컬했고
급속도로 그 여성에대한 궁금증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날리는 이모티콘과 말투 , 그리고 생각은
의심할 여지없이 내 이상형에 근접했고
그녀가 보낸 사진한장이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여신이 있다면 바로 당신이라고 윽박지르고 싶을정도로..
그 여성분은 저를 알고싶다는 꿀맨트를 날리셨지만
이미 전 알고나발이고를 떠나서
혼자 그 여자분과 사귀고있었으니
판도는 이미 이효리앞에 이등병(혹은 일병..?)
우리는 만날 장소와 인상착의를 주고 받게 되었고
제 연락처를 먼저 알려주었습니다
곧 전화벨이 울렸고 ,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전화기에 댄 제 귀는
영화 아바타의 한장면속 머리카락마냥
제 모든 세포 신경이 전화기와 도킹하는 느낌이었습니다(i see you)
의심할 여지없이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가보로 여겼던 정장을 꺼내서 폭풍간지를 발산하고
약속 장소였던 모 공원 시계탑앞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
배드민턴을 치던 한 커플은 어느덧 종목을 3개째 바꾸고 있고
평상위에서 약주를 하시던 점잖은 노인분들은
점잖게 네발로 돌아가고 계십니다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한창 멍때리다 돌아보니
해는 이미 떨어진지 오래 , 다들 집으로 돌아갔는지
주변엔 제 또래 남자애들만 한 4~5명 남아있네요
다들 깔끔하게 차려입고 온걸 보니
이 저녁에 친구들끼리 술이라도 한잔 할려나 생각하며
저는 몇십분을 더 기다립니다
근데...이친구들...뭔가 일행같지가 않습니다
서로 시선도 맞추지않고 각자 시계보랴 먼산보랴 담배피랴
갈곳없이 여기저기 같은자리를 방황합니다...그것도 5명 전원이
저 뒤로 또 한명의 간지남이 오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무리 사이로 합세합니다
면접보러 나온 사람들마냥 서로 경계하기 바쁩니다
아...이거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해나갈 그때쯤
그 간지남 무리들중에
유독 보스급 간지를 내뿜는
간지남1이 내뱉는 포효를 듣고
제 귀를 의심하지않을수가 없었습니다
"미.친 방울벌레 같은.년"
"미.친 방울벌레 같은.년"
"미.친 방울벌레 같은.년!!!! "
그렇습니다.....
드디어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나까지 포함한 저 간지남무리는
방울벌레 손에서 놀아난것입니다!!
간지남1의 포효가 끝난후 간지남2가 간지남1에게 다가갑니다
우리는 모두 상관없는척 , 무관한척
시크하게 딴청을 피우고 있지만
초조함과 절박함에 심리상태가 적절히 믹스된지 오래이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눈과 귀는 그들을 보고 듣게됩니다
간지남2 : 혹시..채팅에서 누구 만나기로 하신거에요?
간지남1 : 아..네..아이디가 방울벌레란 여자아인데...
간지남2 : 저..저도...방울벌레 만나러 나온건데요...
(간지남3이 쭈뼛쭈뼛 다가옵)
간지남3 : 혹시..모 사이트에서 채팅하셨나요?
(뒤이어 나머지 간지남 합세)
간지남 4&5 : 하하하....저희도 피해자인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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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 "....................아 ㅅㅂ.."
결국 우리는 그날 밤
처음으로 뒷풀이(...)를 했습니다
물론 개개인들간에 의도와 목적은 달랐지만
진정 이것이야 말로
we are the world
그날느낀점입니다
뒷담화는 여자들의 특기가 아닙니다
남자들 , 주제만 통한다면 단결력 완전 끝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좋은분들이셨는데
어디서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요즘처럼 계산적이고 무미건조한 세상에
순수하고 따뜻했던 그때의 그 감성들이
잠시나마 그리워져서 추억을 곱씹어봅니다. (포장의 완성)
내용중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습니다만
출연자들의 심리상태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리플 추천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좋은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