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안톤 오노가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알래스카 항공 보잉 737 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오노 홈페이지>
밴쿠버 올림픽을 석 달 앞둔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 공항에 알래스카 항공(Alaska Air)의 최신형 보잉 737-300기가 착륙했다. 쇼트트랙 선수의 모습이 그려진 비행기 동체에는 '아폴로를 따르라'(Follow Apolo)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착륙한 비행기 트랩에서 내린 인물은 다름아닌 아폴로 안톤 오노였다.
이 비행기는 알래스카 항공이 오노의 올림픽 제패를 기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오노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2월 동계올림픽에도 '오노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한 것은 물론이다. 오노를 도요토미 히데요시 급의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는 한국인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장면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인에게 '찍힌' 오노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정반대다. 1일 올림픽이 끝난 후 오노의 트위터(twitter.com/apoloohno)에는 '축하한다. 당신은 역사를 만들었다' '올림픽 끝나면 연예계 데뷔할거냐'라는 축하 메시지가 밀려들었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하면서 메달 7개(금2, 은2, 동3)를 획득, 미국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한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언론은 그를 '얼음의 신'(God of Ice)으로 부를 정도다.
이처럼 미국에서 오노의 대중적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을 뛰어넘는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노는 미국 빙상계의 전설 에릭 하이든에 이어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계올림픽 선수로 선발됐다. 심지어 한국에선 비웃음을 사는 그의 염소수염이 미국 여성들에게는 섹시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앞서 소개한 '오노 비행기'에선 스튜어디스 전원이 얼굴에 '염소수염'을 그리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의 대중적 인기에는 실력 외적 요소도 있다. 2007년 ABC의 최고 인기 리얼리티쇼 '스타와 함께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에 출전해 10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차차차, 룸바, 탱고, 삼바 등을 화려하게 소화하며 단숨에 스타로 등극했다.
미국에서 오노의 이미지는 놀랍게도 '건강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통한다. 백인과 동양인 혼혈로 태어나 어릴적 불량청소년으로 살았지만, 쇼트트랙으로 거듭난 자신의 삶을 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먹으면 운동을 잘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독자적 메뉴를 개발해 아동 비만과 당뇨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오노는 자신의 건강 이미지를 광고에 십분 활용했다. 2002년 맥도널드, 2006년 코카콜라 CF에서 출연하며 최고의 광고모델로 거듭났다. 의류메이커 GAP 광고에 출연한 후, 출연료 절반을 에이즈와 결핵 퇴치운동에 기부했다. 구세군 등에 의류기부운동을 벌이는 CF모델로 무료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에선 '역적 취급'인 오노지만 미국에서는 '슈퍼스타'이다. 그 이미지의 상당수는 그의 꾸준한 사회봉사와 자선활동, 자선강연 때문이다. 한국인이 아무리 그를 비판하고 미워한다지만, 적어도 그의 철저한 이미지 구축전략만은 한 수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재미언론인>
아주 지랄염병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