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스타를 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웃으실 수 있는 얘기 일겁니다.
며칠전 게임방에서 있었던 이야깁니다.물론 실화지요
저는 언제나처럼 게임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스타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한지 한시간쯤.
게임방 문을 열고 왠 두명의 거구가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짧은머리에 우람한 체격, 이마엔 '건달'이라고 써있었습니다.
'오옷 건달이다..쿡쿡'
어떤이유에선지 전 건달만 보면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
.죽기쉬운 버릇입니다
아마 건달에 관한 우스개를 많이 봐와서 그런거라 생각됩니다만..
전 뭔가 '꼬투리'(?)를 잡기위해 그 건달들을 주시했지요.
건달과 게임방..뭔가 언밸런스한 설정에서 저는 다분한 유머의 냄새를
맡았던거죠!
둘중 좀 나이가 있어보이는 쪽이 '형님'인듯 싶었습니다.
오늘은 형님이 스타를 배우러 왔나봅니다.
전 가만히 귀를 귀울였습니다.
- 행님! 이게 '스타크래프트'라고 아주 죽입니다요!
- 그래 틀어봐라.
전형적 건달의 정석대로 꼬봉은 촐싹대는 목소리, 형님은 차분한 낮은
목소리의 소유자였습니다. 건달의 교과서적인 두명이었습니다.
두사람은 IPX로 해놓고 꼬봉이 형님에게 '스타'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 행님! 요거시 세가지 종류가 있는데 행님 맘에 드는걸 골라서 하면
됩니다요!행님.
- 으음..아무거나 좋은걸로 해라...아니..이게 좋아 보이는데..좋은거냐?
- 행님,카아~ 역시 행님은 안목이 탁월하십니다요! 행님!
저는 이 괴물로 하겠습니다요.
행님은 '테란'을, 꼬봉은 저그 골랐습니다.
이윽고 그들의 '건달크래프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행님! 이거슬 누르며는 공장에서 일꾼을 만듭니다요 보쇼!이 짝대기가
올라가지요? 이게 다되면 일꾼이 나옵니다요!
- 으음..
- 그리고 야들이 이렇게..보쇼보쇼 돈 캐내는거 보이십니까?
돈이 올라가지요? 그럼 이렇게 눌러서 또만드는 거십니다요
- 음..노가다 하는 오락이냐?
낮은목소리로 분위기있게 말했습니다.
- 하이고, 행님도!이래 해가지고 전쟁을 하는거 아입니까?
보십쇼 이래 군인만드는걸 만드는겁니다..
- 음..일꾼을 군인으로 만드는건가?
- 아임니다 행님! 요거슬 다 만들고 나며는 자동으로 군인이 나오는 거십
니다.예,
- 허허, 그러니까..저기서 기집이랑 요로코롬 해가지고 애새♡를 찍어내는
거시냐?
- 하이고, 행님도! 유우머 감각이 뛰어나십니다,행님
- 허허허
행님은 뭔지 몰라도 자기가 웃겼다는 생각에 흐뭇한 얼굴이었습니다.
순간 '서프라이 디폿을 더 만들어주십시요..'라는(영어로 뭔지..?)메세지
가 나왔습니다.
- 이거슨 뭔소리다냐?
- 행님, 이거슨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는 소립니다요
야들도 뭘 먹어야 일을 할 거 아닙니까요?
그럴땐 이래 해가지고 밥집을 만들어주면 되는 겁니다.
- 음..그래 어디 해봐라.
저는 이때 그 꼬봉의 이해수준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프라이 디폿의 용도에 의문을 품고있던 저 역시 '밥집'이란 해석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죠!
여하튼 이것저것 가르친 끝에 둘은 실전에 들어갔지요.
물론 꼬봉이 봐주며 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 아따 행님!고것만 만들고 계시면 어짜십니까! 조거 탱크도 만들고
행동대원도 만들고 해야 할 것 아입니까, 행님!
'행동대원'
꼬봉이 말한 행동대원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진 전 머리를 쑥 내밀어
건달의 모니터를 보았죠..
꼬봉은 골리앗을 뽑고 있었습니다.
..행동대원 골리앗..전 또한번 머릴 끄덕였습니다.
'역시 사람은 성장환경에따라 해석이 제각각이구나..'
시작한지 두시간쯤.
행님은 어느정도 유닛 뽑는데 익숙해 졌는지 여러가지 종류의 유닛을
골고루 예쁘게 뽑아 놓고 있었습니다.
- 행님 잘하십니다. 계속 그렇게 만들어서 이제 저랑 전쟁하시는겁니다,예
- 음..
행님은 자기가 만들어놓은 유닛들이 꼬물대는 것을 보고 흐뭇했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둘은 몇시간인지 재미있게 '심시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행님은 끊임없이 유닛을 만듭니다.
하지만 역시 초보자인탓에 서플라이 디폿이 계속 모자랐던 것이지요
'밥집을 만들어주세요'
하는 소리가 연달아 서너번 났습니다.
처음엔 허허 웃고 말더니 어느새 좀 짜증이 난 듯 했습니다.
- 아따 고놈의 새♡들 밥 더럽게 찾아버리네,이?
- 하이고,행님 밥을 제때 안메기면 야들이 일을 안해버립니다요
- 거 참, 아따..뭐 몽둥이같은거 없다냐? 팍 갖다 패부렸스면 시원하것
구만!
- 행님! 아 들을 팰라고만 하면 안됩니다요! 살살 요래 타일러갖고 잘
따르게 맹글어야 안쓰겄습니까?
..!
전 꼬봉이 여기서 오락을 빌미로 자기가 평소에 하고싶은 말을 한다는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이해력과 처세술에 능한 신세대 꼬봉이었습니다.
잠시 후였습니다.
행님의 스피커에선 끊임없이
'밥집을 만들어주세요..밥집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기서 행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 흐..요것들아 배고파 죽것지? 느그같은 것들은 한번 굶어봐야 써..
....
행님의 얼굴엔 희열이 가득했습니다.
유닛들이 뭔가 행님의 맘에 안드는 짓을 했나 봅니다.
전 그날 유닛들 밥을 굶기며(?)희열에 젖어있는 행님의 표정을 보며 또한번
건달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퍼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