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두려움을 좀 더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택이 있어 화제다. 일본 건축사무소 <이스턴 디자인 오피스>가 디자인 한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 바로 그것. 죽음에 관한 철학적 해석과 미학적 응용이 돋보이는 이 주택은 한 고객의 의뢰로 혼슈 이세 반도 동쪽 끝에 지어진 것이다.
이 주택을 의뢰할 당시 고객이 주문한 것은 단 두 가지. 자신의 수명이 1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니 죽음을 조용히 맞이할 수 있으며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것. 의뢰인이 일출 풍경을 요구한 이유는 죽는 순간 사라짐을 의미하는 일몰을 보며 슬퍼하기 보다는 시작과 새로움을 의미하는 일출을 보며 희망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에 <이스턴 오피스> 측은 이세 반도 동쪽 끝에 독특한 형태의 창문을 지닌 이층집을 설계 완공하였다. 바다를 향해 파노라마 식으로 나열된 이 창문은 나비의 앞날개 형태와 무늬를 형상화한 다각형 창문. 일본에서 나비는 보통 죽은 자의 영혼을 가져가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이 창문을 통해 떠오르는 태양과 바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집안 곳곳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와 햇빛이 만들어내는 채광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