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펌]

여린소녀 작성일 10.12.12 16: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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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헤어졌습니다.

동호회 모임 내에서도 제일 안정적인 커플이었던 우리들.

어제도 동호회 송년회가 있어서 함께 참석했습니다.

1차, 2차가 끝나고, 숙소에서 몇잔 더 하고 집에 갈 요량이었었는데...

남자친구는 일찍 뻗어서 누워있었죠.

그런데 새벽 1시에 전화가 옵니다.

동호회 사람들이 농담으로 "여자 아냐? ㅋㅋㅋㅋ" 이러면서 놀렸는데,

발신인이 '후후'라는 애칭으로 저장되어있는 번호더군요.

저는 남친 친구중에 이름이 '후'로 끝나는 친구가 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받아서 00 잔다고 알려주려 했는데...

놀랍게도 여자더군요.

"여보세요?"

하고 받자, 그쪽에서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어요. 여자가 받았으니까요.

저에게 묻더군요. 누구냐고...

"저 OO 여자친구인데요. 그쪽은 누구세요?"

자신이 누구라고는 대답하지 않고 저에게 오히려 캐묻더군요.

"얼마나 만나셨죠?"

"10년 넘었는데요... 누구세요?:"

이번에도 대답은 않고,

"OO씨와 얘기좀 해야겠는데요." 하며 남자친구를 바꿔달라더군요.

저는 이미 당황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이상 당신누구냐고 따지지 못하고...

자는 남친을 흔들어 깨우면서, "후후한테 전화왔다 받아라" 해버렸어요.

그자리에서 받고, "응" "응" 하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고요...

다시 뻗어서 잠들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많이 놀랐는데...

주변 사람들은, 진짜 바람이면 애가 저렇게 태평스럽게 잘 수는 없을거다. 하면서,

아닐 가능성만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10년이나 사귄 남자친구를 믿어야 한다고 다들 한목소리로 말하더라구요...

근데... 저런 통화를 한 이상...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깨워서 일단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와 서로 앞집에 살고있기 때문에...

일단 맥주피트 한개 사가지고, 우리집으로 데려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여자는 누구냐 물었습니다.

친구 예전 여자친구인데 좀 이상한 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 예전 여자친구를 애칭으로 번호저장 하느냐.

친구 예전 여자친구가 어째서 새벽 1시에 너에게 전화를 한거냐.

그리고 친구 예전 여자친구가, 왜 내가 너랑 몇년 사귀었는지를 묻고, 거기에 대해서 너랑 이야기해봐야겠다고 하느냐...

따졌습니다. 저는 이미 흥분한 상태였구요...

남자친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안했기 때문에, 저는 더 더 더 화가 났습니다.

"아니다. 내말좀 들어봐라. 이러이러 했다." 이런식으로 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랬는데.

끝내 침묵이었습니다.

그 침묵에 저는 더 화가 나서, 그 여자 번호를 알려달라. 내가 직접 물어봐야겠다. 했습니다.

이번에는 대답합니다. 그건 안된다고.

어째서 안되느냐... 그 사람이 기분 나빠 할까봐 그러느냐. 내가 기분나쁜건 안중에도 없고 그 사람 신경써주는 것이냐... 따졌고...

그런건 아니랍니다....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지금 도저히 나로서는 너를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말했습니다.

그럼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그리고...헤어졌습니다...


제가 심하게 따진 건가요. 믿었어야 했나요. 저는 침묵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거의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과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유일한 인간관계가 그 동호회분들이었는데...

이제 그 사람들과도 연락하지 못하게 되었고...

(남자친구는 저 때문에 그 모임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더 친해져서, 아마도 그 분들은 남자친구를 챙길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더 못했던 부분이니 그분들을 원망할 수는 없지요....)

아무에게도, 나 마음이 아프다... 라고. 말 할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끄적거려봅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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