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러분 알바 구하시나요?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킥오프넘 작성일 11.01.20 23: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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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단, 언뜻 보면 제목이 좀 홍보글 같게 보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려고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9 아니 그러니까

2011년으로 드디어 20살이 된 새내기 20대입니다.

20살을 앞둔 저와 친구들에게 학교선생님, 그리고 주변사람들

모두 사회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험한 적이 없는터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죠

그럼 바로 오늘 제가 겪었던 일을 말해드릴게요.

 

이 겨울방학만 지나면 대학생이 되니까

이것저것 필요한것도 많고 졸업식과 입학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주변에 친구들도 다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저도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곳 저곳 전화도 해보고 이력서도 제출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전 키도 작고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얻을만큼 예쁘지도 않습니다

이력서 지참해서 가게 한번 와봐라 라는 소리를 듣고

이력서를 가지고 가게에 가면 연락 주겠다는 소리만 하지

나중에 보면 다른 알바생을 썼더라구요

솔직히 제가 키가 작아서 일도 잘 하지못할 것 같고

호감형 얼굴도 아니니까 더 신뢰가 가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는 저보다 키가 큰 친구들보다

힘이 약하지도, 일을 게을리 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더라구요.

 

오늘도 여김없이 저는 알바사이트에서 자리를 찾아

이력서를 지참하고 가게로 들려달라는 한 가게에 갔습니다.

약속시간과 애매해서 친구와 같이 갔는데

친구는 밖에 서있고 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는 과자점이였습니다.

들어가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저를 위아래로 훑더라구요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고

 

"알바 구하신다고 해서 이력서 들고 왔어요" 하니

 

"아 그래요? 잠시 밖에 나가 있어요"

 

요즘 날씨 좀 춥습니까.. 놀라서 쳐다보니

 

"아 추울려나 그럼 잠시 거기 있어요" 하고는

다른 직원분과 하던 얘기 마저 하시고

진열되있는 빵을 만지작 거리시더라구요. 뻘쭘했지만 계속 기다렸습니다

일이 다 끝나셨는지

 

"나와요" 하시며 먼저 나가셨습니다

 

밖에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거기 앉아서 일종의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력서 좀 보여주시죠"

 

드리니까 이력서를 보시다가 다짜고짜

어머니 아버지는 뭐하시냐고 물으시는겁니다

 

솔직히 저는 많이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그런 질문은 처음이였거든요.

그것도 초면에 그런 사적인 질문이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냥 자영업 하신다고 말하니까

어디서 어떤 가게를 하냐고 꼬치꼬치 묻는겁니다.

근데 분명 그 말투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였거든요,

대답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요 근방에서 가게 하신다고 하니,

무슨 가게 하냐고 다시 물어왔습니다.

저도 그때부터는 기분이 나빠져서 여기서 알바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호프집 하세요" 하니까

이름이 뭐냐고 물으시는겁니다.

정말 이름까지는 말하기 싫더라구요

절대로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알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모른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직접 운영하시냐고 물어보시길래

제가 분명히 자영업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나요 하려다가

네 하니까 그런데도 가게 이름을 모르냐며

약간 따지시는 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랑 안친하냐 따로 사냐 하면서

집안환경을 막 캐물으시더라구요.

따로 산다고 대답하니

"따로산다고? 왜 따로사는데?" 라는 질문이 어이없는 표정과 함께 제게 돌아왔습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멀리 있던 제 친구도 딱 이 한마디만 들렸다고 하더라구요.

 

"따로산다고?"

 

저는 현재 어머니와 아버지 이혼을 하시고 아버지랑 살고 있기에

그렇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보통 어른들이라면 "아 그래?" 하고 넘어가시는데

이분은 계속 어이가 없다는 식의 말투로

"이혼하셨어?" 라고 하셨구요.

여기선 더이상 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갑자기 제 친구를 좀 아니꼽게 쳐다보시면서

아는 사이냐고 하시길래 친구라고 하니까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다음부턴 친구 데리고 오지마요.

라고 하시며 '어려서 잘 모르나보네' 라는 말씀을 덧붙이시더라구요

이건 뭐 제가 잘한 짓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구요

그 뒤로부터는 학교로 트집을 잡으시더라구요.

 

저는 전문계고등학교를 나왔구요.

이력서에 적힌 제 단기 알바들이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던지

왜 이렇게 단기로 알바를 하는지 물으시길래

학교 공부 때문이라고 하니

저희학교 이름을 말하며 어디에 있는거냐면서 약간 비꼬시더라구요

전문계 공부를 하는데도 알바에 지장이 있었는데

대학 공부를 하면서는 어떻게 하겠냐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 분의 말투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큰 상처가 되었지만

너무 충격이 컸던지라 세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고요.

결국 끝엔 저한테 문제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성격?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 제가 알바를 단기간만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혼자 짚고 넘어가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이력서를 주시며 말하시더라구요.

다음 아르바이트 구할때는 이런 신뢰감 가지 않는 이력서가지고 가진 마라고 하셨어요.

 

솔직히 부모님 얘기 할 때부터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어른이기에 참았어요.

요즘 10대를 떠올리면 예의없고 자기 할 말 다한다고들 생각하시지만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나보다 어른인데 참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물으시는 질문에 계속 답했어요.

 

하지만 돌아서서 친구와 함께 가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취조당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를 쓰지 않는거였다면 그 자리에서 끝내면 될 것을

제 마음에 비수가 대는 질문들을 콕콕 찝어서 물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5시간 전 쯤에 있었던 일이지만

그 분 얼굴과 말투가 너무 생생하게 생각이 나네요.

 

저는 이제 아르바이트 하고 싶은 마음은 없구요.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제가 세상을 너무 좋게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그게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당당히 말했던 거거든요.

비록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진 않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랐는데 흠 될게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거죠

특히나 이런 동네 빵집 아르바이트에 말이예요.

 

하지만 세상. 아니 조금 더 구체적이게 말하면 사회 라는 것은

선생님들과 주변인들이 말한 것 처럼 호락호락 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키가 크고 늘씬했더라도 그 분이 저에게 캐물으셨을까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여리다면 여린 제가 어머니께 이 일을 말하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자신때문에 딸이 나가서 이런 수모를 겪은게 속상하셨던지

아무 말도 하시지 않더라구요.

 

아파트 상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도 자주 가고 꽤 장사도 잘되는 빵집인 것 같은데

지금 맘 같아선 정말 공개해버리고 싶네요. 하지만

참을꺼예요. 왠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대신, 저 말고 다른 청소년 그러니까 막 사회에 나갈 새내기 스무살들이

저처럼 이런 모욕과 수치심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 아직 따뜻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저만의 어리석은 바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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