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묵은 도시다. 물론 중간에 벨기에 브뤼셀에 잠시 머물렀지만, 기차시간을 착각해 헐레벌떡 뛰느라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풍차와 튤립과 하이네켄의 도시. 하지만 동시에 마약과 *, 동성애자의 천국이기도 하다. 여기선 마리화나도, 성매매도 합법이다. 대낮에도 길에서 마약을 팔고, 젊은 여자들은 거리를 걸으며 대마초를 피는 곳. 도시 전체가 흔들거리는 느낌이다.
처음 도착한 후, 센트럴 역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읽어보다 경악했다. 홍등가 광고였다. ‘red light street tour’라는 문구 옆에 피어싱을 잔뜩 박은 남자가 서 있었다. 저녁에 지정된 장소로 나가면 이 가이드가 홍등가를 구경시켜 준단다. 즉, 이 나라에서는 사창가 투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이다.(서울시 관광지도에 용산 집창촌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홍등가는 거의 대부분의 암스테르담 여행자들이 한번쯤 둘러보는 코스다. 중앙역과 걸어서 약 10분 거리. 유동인구도 많다. 그냥 내려서 사람 많이 가는 쪽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매춘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일단 트램을 타고 호스텔로 가 배낭을 풀었다. 그리고 숙소를 나와 해질 무렵 홍등가로 접어들었다. 흐음. 도대체 어떤 곳 이길래. 호기심은 여행을 버라이어티하게 만들어주는 무기다.
세계 어느 나라나 사창가는 비슷한 듯하다. 작은 방들이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고, 유리창 너머로 여자들이 야한 옷을 입고 서 있다. 거의 란제리 차림이다.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손짓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대신 삐끼는 없다. 여긴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도 많이 구경하러 온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사창가를 구경하기도 하고. “와우! 여보 저 여자 좀 봐!” 이건 뭐. 신세계라면 신세계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도 외모의 순위 같은 게 나눠지는 듯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부에는 모델 뺨치는 백인 여자들이 많다. 단연 손님들도 많다. 그러나 점점 변두리 쪽으로 갈수록 흑인이나 외모가 못생긴 여자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한적한 곳으로 가니 몸무게 100kg은 넘어 보이는 한 흑인 여자가 비키니를 입은 채 윙크를 하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더라. 솔직히. 무서웠다.
내가 여행할 당시 홍등가 업소들의 가격은 숏 타임에 50유로였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약 7만5천 원 정도. 유럽 여행 중 하루 호스텔 숙박비가 20~30유로 정도니까. 뭐 이걸 싸다고 해야 할 지...
돌아다니다 잠시 쉬려고 운하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멕시칸(라틴 아메리카 남자)들이 모여 흥정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여기선 손님과 여자가 1:1로 바로 이야기 한다.(모두 개인 사업자라고 해석하면 된다) 왁자지껄 떠들더니 한 남자가 들어가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사람이 들어가면 일단 여자는 커튼을 친다. 그리고 한 10분 쯤 지났을까. 그 남자가 나오자마자 양 손을 번쩍 들더니, 운하가 떠나가도록 만세를 외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웃고 난리가 났다. 이게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여기선 대마초도 합법이다. ‘coffee shop’이라고 쓰인 간판에서는 마리화나를 판다. 그것도 포장해서 당당히! 호스텔에 갔더니, 미국인 친구들이 흰 종이에 마리화나를 말고 있더라. 전 유럽의 젊은 대학생들이 방학만 되면 암스테르담을 찾는다. 마리화나와 *를 즐기러(?). 이 홍등가에서 연간 성매매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1억유로가 넘는다. 참, 골 때리는 도시다.
여행 중 만난 네덜란드 친구에게 물어봤다. “아시아에도 홍등가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불법이다. 마리화나도 그렇고. 너희 정부는 왜 저런 걸 허용 해 주는 거지?”
내 질문에 네덜란드 친구는 좀 당황한 듯 했다. 그런 질문 자체가 생소하다는 표정이었다. 잠시 생각하다 “정부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거지. 그러니까 그건 개인이 알아서할 문제지.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막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유럽 여행 중 한국인들과 만나면, 이 암스테르담 홍등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게 된다. 그러다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문제인데, 글쎄... 어려워 보인다. 합리적이란 말로 대신할 수 없는 사회 정서라는 게 있으니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수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
암스테르담은 종종 여행자(특히 남자 대학생)들을 고뇌에 빠트린다. 한번 가? 질러? 이런 거. 어차피 말린다고 들을 것도 아니지만, 나중에 한국에 올 때는 본인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프라하에서 만난 한 30대 한국 여자는 나에게 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호기심 삼아 대마초를 피웠는데, 한국 공항에서 걸릴 수도 있냐고. 그것 때문에 귀국하기가 겁난다고. 거의 울 듯 한 표정이었다. 본인이 자신의 행동을 감당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여행 내내 찝찝하니까. 마약과 도박, *에 허우적거리다간 머나 먼 이국땅에서 비명횡사하는 수가 있다.
출처 : http://kr.blog.yahoo.com/raitos@ymail.com/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