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7시, 서울 신촌동 연세대 음악대학 구관 한 강의실. 운동화에 간편복 차림을 한 10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한 남학생이 그들 앞에 서 있고, 당구채를 든 또 다른 남학생이 학생들 사이를 위압적으로 오간다. 후덥지근한 날씨이건만 모든 창문의 블라인드는 내려와 있다.
“엠티 참가율이 낮다”,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의 훈계가 15분 정도 이어지다 갑자기 험한 욕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아!” 고함과 동시에 남학생들이 일제히 머리를 땅에 박고 손은 엉덩이에 올린다. 이른바 ‘원산폭격’ 자세다. 여학생들은 열외다. 한 선배 학생이 겁먹은 얼굴의 여학생들을 향해 외친다. “뒤에 기집애들 다리 모으고 서 있어. 흔들거리지 마.”
이날 행사(?)는 이 대학 음대 성악과 학생회 차원에서 이뤄졌다. 얼차려 시간, 강도까지 모두 사전에 협의됐다. 대상은 성악과 06학번부터 08학번까지다. 이들은 전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집합했다. 얼차려를 준 쪽은 학생회장을 비롯해 졸업을 한 학기 앞둔 4학년 등 10여명이었다.
7시45분, 어느덧 30분이 흘렀다. 하지만 머리박기는 여전히 계속됐다. 신음소리를 내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올린 손이 바닥을 짚는 등 자세가 흐트러지자 “똑바로 박아야지. 지금부터 손 내려가면 다 죽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욕설과 함께 “3학년들이 선배들 무시하면서 후배들한테 할말이 있냐. 요 몇 년새 전통도 없고 기강도 없고 다 무너졌다”는 다그침도 들렸다.
8시, 급기야 신입생으로 보이는 몇몇 학생이 쓰러졌다. “머리가 아파서 못 하겠으면 정신력으로 버텨. 그 정도 깡도 없이 뭘 하겠냐”는 고함이 쓰러진 이들을 향해 꽂혔다. 신음소리가 더 많아졌고, 더 커졌다. “힘들다고 티 내냐, 아직 생각이 안 바뀐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박으면 그 생각도 없어질 것”이라며 다시 머리박기 자세를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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