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 관료, 대선 캠프 관련 인사 81명이 공기업 고위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공공기관 임원 물갈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 상태로, 보은 차원인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2기 낙하산 인사’가 전면화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인 ‘알리오(www.alio.go.kr)’에 올라온 286개 공공기관 신규 임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 한나라당 등의 정치권 출신 인사 38명과 관료 출신 인사 43명이 공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인사로는 청와대 참모 출신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기간 공식·비공식 캠프에서 활동하거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한나라당 당직자, 시·군·구의회 의원 등의 경력자들이 다수 포함돼 정실·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14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산업은행장 겸임)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김해수씨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 등을 지냈으며 이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무1비서관을 역임했다. 건설관리공사의 상임이사 자리는 유신호 전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실 4급 보좌관에게 돌아갔다.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도 주요 공기업으로 잇따라 이동하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마산갑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중호씨는 한국마사회 상임이사로 낙점됐다.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과 청주시장을 지낸 한대수씨는 한국전력 상임이사가 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재건 상임이사는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 통일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관료 출신들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도 눈에 띈다.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는 청와대 선임행정관, 국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역임했다.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고, 강원경찰청장을 지낸 박학근씨는 도로교통공단 상임이사가 됐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상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공기업을 정부와 정치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정치권은 정권을 차지하는 데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보은 차원의 보상이라 여기고 관료들은 퇴직 이후를 생각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