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라는 블랙라면의 불편한 진실

단홍비 작성일 11.04.22 18: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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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라면 농심 ‘신라면 블랙’이 밝히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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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라면이 나왔다고 합니다.

4월 15일 주식회사 농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이 라면은 ‘신라면 블랙’입니다. 현대카드사의 컬러 마케팅 따라하기일까요? 아무튼 아예 대놓고 ‘명품’과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포장지에 붙였습니다. 물론 방송광고 컨셉도 역시 ‘명품’이라며, “프리미엄 라면인데 맛 안 볼래?”하는듯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광고가 주효했는지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합니다. 대형마트에 입고한 물량들이 기대 시간 이내에 다 팔려 나갔다는군요.


 

아시다시피 제조사의 슬로건은 ‘충분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라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끼 식사인데 김치 파동 & 유류가 폭등 이후 1500원으로 값을 올린 ‘천원 김밥’만큼은 받아야겠다는 심산인지 블랙라면 한 개 값은 기존 신라면의 두 배가 넘는 1320원입니다. 비싼 데도 불구하고 마트에선 꼭 4개들이 묶음으로만 팔고 있으니 한 번 맛 보려면 적어도 천 원짜리 6장은 들고 가야합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맛이나 보자’는 마음에 마트를 들렀습니다. 식구도 없고, 4개를 사기는 부담스러워 라면을 들다가 놓았더니 마트 아주머니가 포장을 터서 낱개를 주십니다.

 

지금부터 과연 맛이 명품인지, 라면 한 냄비로 충분히 배 부른 한 끼 식사가 되는 지 세세한 분석 들어가기로 하겠습니다.

 

1. 명품라면 내용물 구성입니다.

스프가 한 종류 늘어난 사실 외에는 기존 라면과 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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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라면 겉면입니다. ‘우골보양식사’라고 한문으로 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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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골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원기회복에 좋은 우골보양식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겼다’고 해 놓았습니다. 포장지대로면 정말 대단한 라면이지 않습니까? 라면 한 그릇이 설렁탕 한 그릇과 맞먹는 영양분을 갖고 있다니 말입니다.

 

게다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갖춘 제품’이라고도 밝혀 놓았습니다. 그간 라면은 한 끼 배를 채우기엔 2%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랑받는 대표적 패스트 푸드이면서도 정식의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포장지에 따르면 이야말로 대박! 완전식품입니다. 균형 잡힌 영양식에다가 1천 원대로 완벽한 한 끼를 해결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신라면 블랙만 먹으면 아마 평생 병원 갈일도 없겠습니다.

 

 

3. 이제 영양이 가득하다는 육수를 알아 보겠습니다.

스프1 : 겉포장과 마찬가지로 ‘푹 고아 낸 우골육수’를 강조하기 위해 사골 이미지를 넣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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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포장과 마찬가지로 ‘푹 고아 낸 우골육수’,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 ‘단백질과 칼슘 콜라겐이 들어있어 원기 회복에 좋은 보양식’임을 강조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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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골이라는 분말을 쏟아보니 정확히 한 큰술 가득입니다.

 

스프2: 기존 라면에도 들어있는 양념 분말입니다.

이번에는 스프 내용물에 관한 설명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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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3: 건더기 스프입니다.

역시 개봉해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옆에 있는 백원 짜리 동전과 비교했다시피 소량의 건조 식품들이 스프 속을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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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파 약간, 건조버섯 미량, 1mm 두께로 썬 홍고추 3낱, 역시 1mm 두께로 썬 건조 편마늘 2낱, 그리고 건조 소고기 약간입니다.


 

건더기 스프를 몽땅 간장 종지에 쏟으니 반도 안 차는군요.

 

4.원산지 표기

명품라면다운지 재료 원산지 표기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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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 쓰인 소맥분은 호주산 미국산으로, 팜유는 말레이시아산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농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포장지에 표기한 원산지에서 생산한 최고급 재료를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솔직히 소맥분과 팜유의 제품 질이 면발의 맛을 얼마나 좌지우지할지 일반인은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라면은 기름에 튀겨낸 인스턴트 식품이기에 전문가가 아니고는 원재료인 소맥분의 품질을 왈가왈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저 시식 시 면발의 찰기 정도로 호불호나 가를 뿐이지요. 그래서 고급소맥분이나 고급 팜유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즉, 저렴하게 파는곳의 물건을 쓰리라는 추측입니다.

 

또 생각합니다.


 

만일 호주산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기면 미국산을 쓴다고 표기할 것이고

 

만일 미국산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호주산이라고 적어놓지 않겠습니까?


 

이런 잡다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원산지를 적어놓은 겉봉 뒷면은 이런 걱정스런 추측까지 해결해주지는 않는군요.


 

그리고… 소맥분과 팜유 외 나머지 재료의 원산지 표시는 없습니다.

 

 

5.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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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블랙’에 ‘명품’이나 ‘프리미엄’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당위성은 무엇때문일까요.

서두에 적은 농심의 슬로건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충분한 한 끼의 식사’가 되며, ’우골분이 듬뿍 우러난 육수 만들어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담겨’있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제공해주는 제품’인 명품라면임을 신라면 블랙이 기치로 세웠기 때문입니다.

 

‘신라면 블랙’이 그래서 불편합니다.

프리미엄과 명품을 표방하면서, 명품임을 증명할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골잡뼈에 소고기라고 표기했다고 해서 그것이 명품이고 프리미엄급 재료일까요?

 

명품 설렁탕 국물을 우러내준다는 사골스프의 원 재료는 사골분말일 것입니다.

제조사인 농심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사골도 사골나름인데, 소인지 돼지인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머리뼈인지 갈비뼈인지 소 목뼈인지 소꼬리뼈인지 제품 설명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지 ‘사골분말’입니다.

 

우골조미분말도 있습니다. 소뼈조미분말입니다. 소뼈에 양념을 해 분말로 만들었다는 뜻일 겁니다.

모든 양념의 분량이 정말 소량이라서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제조사는 더불어 자사 자랑도 했습니다.

우골을 푹 고아내는 전통방식을 농심 만의 고온쿠커로 그대로 구현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발명입니다.

그 힘든 과정을 고온 쿠커 하나로 해결하다니요.

 

보통 설렁탕 국물을 우려낼 때는 소뼈를 10시간 이상 고온에 끓여야 합니다.

그 과정이 힘들어서 주부들이 집에서 곰탕을 하기 싫어 합니다.

겉봉에 적힌 문안에 따르면 이 우골조미분말은

단백질과 칼슘,콜라겐이 들어있어 원기회복에 좋은 보양식이라고 돼있습니다.

저 작은 스프 10그램만으로 보양이 가능하다니 제조사인 농심은 저 스프만 만들어서 팔아도 때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도 역시 분량과 원산지 표기가 없기는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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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소고기 몇 조각도 있었습니다. 소고기라도 건더기 스프 내용물이라서 굳이 원산지 표기가 필요없었을까요? 돼지고기도 들어 있다고 적혔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모두 다 들어간 라면입니다. 그러나 그 양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들어 있다고 쓰였습니다.

 

우유도 들어있네요. 웬 우유인지… 시중 설렁탕 집에서 뽀얀 사골 국물을 만들기 위해 프림의 유지방 재료를 쓴다던데 블랙라면도 설마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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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더기스프도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원산지가 없는 보니 원산지 표시를 까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식품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의거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하게 된다고 하는 데 이 사실을 까먹지 않고서야 원산지 표기를 부러 안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원산지 표기가 굳이 필요없을 정도로 블랙라면에 들어간 식품 재료가 극히 미미한 분량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 그렇지 않다면 설마 가짜 재료를? 요즘 중국에서 가짜고기도 팔린다던데… 그래서 ’신라면 설렁탕’이라고 쓰지 않고 ‘신라면 블랙’이라고 이름 달았을까요?

 

이런 아줌마적인 질문에 농심 관계자는 라면 우골보양식이란 말 밖에 안 썼노라고 강변하지는 않겠지요. 충분히 한끼가 되는 설렁탕이고 보양식이라면서…

 

출시하자마자 신라면 전체 매출액의 30~50%를 차지했다는 농심의 ‘신라면 블랙’.

블랙 라면은 최근 제품 리뉴얼과 제품 질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의혹을 사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법 가격 인상보다 더 큰 문제는 출처도 밝히지 못할 재료로 만든 제품을 ‘프리미엄급’이고 ‘명품’이라며 국민을 호도하는 병든 기업 윤리입니다.

580원 짜리 신라면 보다 저렴한 기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농심은 이것마저 ‘개에게나 줘’버렸나 봅니다.

 

블랙라면 시식 소감을 적어 봅니다.

국물과 면은 부드러웠지만 무슨 잡뼈인지도 모를 육수가 느끼했습니다.

꼭 설렁탕 맛을 낸 우골사분 라면을 드시고 싶은데 느끼함이 걸리신다면 콩나물을 넣어 드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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