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조금은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리구요. 내일부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재밌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것을 약속합니다.
이번 필리핀 세부 여행은 저에게 있어서 동남아 여행 1호였습니다.
동남아 특히 세부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휴양지인데요. 여기서의 꼴불견은 어쩌다 한번씩 얘기는 들어봤지만 이따금씩 제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세부에서 제가 묶었던 리조트입니다. 아침 조식 시간에 그림같이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즐겁게 식사중인데요.
바로 앞 테이블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와서 식사하고 가버린 풍경입니다. 이런 풍경은 호텔이나 리조트 식당 내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순간 제가 촬영하고도 이것이 합성인가 싶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은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멀리 멋드러진 풍경앞에 보이는건 어울리지 않을거 같은 김치 포장지와 컵라면, 그리고 접시에 짜놓은 고추장..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용한 테이블은 안그런데 유독 한국인들이 이용한 테이블은 왜이리 지저분한지..
물론 내 돈내고 내가 이용하는 리조트입니다. 리조트는 늘 손님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해줘야 하며 우린 그런 리조트 시설을 적극 이용해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왕인 우리가 쓰레기까지 생각해가며 식사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뭐 다 좋습니다. 늘상 이러한 테이블을 치우는 리조트 직원들도 한국인의 김치, 고추장 사랑은 못말려~ 라고 생각할테니깐요.
그런데 귀국하는 당일날 공항에서 벌어지는 꼴불견은 이대로 참고는 못넘어가겠더라구요
세부막탄 국제공항의 출국장입니다. 이것을 통과하게되면 대합실이 나오는데
들어오자 마자 보이는 이런 풍경은 어디 시골의 버스 터미널에서나 볼법한 장면이겠지만 이곳은 분명히 국제공항입니다.
보시다시피 여기저기 누워 있는 사람들 땜에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어요.
보딩타임이 있기까지 앞으로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텐데 저희 부부가 앉으려고 자리를 물색해 봤지만 여의치 않았어요.
앞에 두 사람이 누워있는데 그 사이에 딱 두자리가 보이긴 했으나 솔직히 여러분 같으면 앉고 싶겠습니까?
양쪽에 있는 발의 압박에 선뜻 망설여집니다.
어떻게 겨우겨우 자리를 찾아서 앉는데는 성공!
하지만 여기저기 누워있는 사람들 천지입니다. 세부가 아무리 한국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휴양지라곤 하나 분명 이곳은 국제공항이며
필리핀 현지인들은 물론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이용하는 곳입니다
앞에 사람이 없다고 발을 올려놓는건 이곳에선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꼴불견에 여기가 국제공항 대기실이 맞는건지 점점 제 눈이 의심스러워 집니다
시간이 지나자 보딩타임을 기다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들어옵니다.
그리곤 여기저기 드러누은 사람들로 인해 자리가 없어 서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 속출합니다.
여기엔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끌고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점령한거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는데 "만약 이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하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갑니다. 외국인이 등장합니다.
들어오자마자 한바퀴 둘러보더니 드러누은 사람들 때문에 자리가 없다는 걸 알자 살짝 당황한 기색입니다.
여긴 아예 드러누운 사람이 태반입니다. 뒤에서 봤을땐 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면 정말 한숨밖에 안나옵니다.
보딩타임을 기다리려고 들어왔다 이런 광경을 본 외국인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결국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들은 뒤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점령한 세부의 국제공항 대기실
여긴 관광온 사람들이 아닌 피난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믿을거 같은 이런 분위기에 외국인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자기 안방인것 마냥 드러누은 한국인들 때문에 그저 주위를 서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허벅지와 발바닥을 훤히 드러내놓고 주무시는 젊은 아가씨를 보며 이 문제는 연령대와도 그다지 관련이 없음을 여기저기서 알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국제공항에서 이렇게 드러눕고 계신 분들은 모조리 한국인이였다는 사실입니다.
공항내에 시계를 보심 아시겠지만 늦은 시간이였습니다. 다들 여행하느라 지칠만도 합니다.
피곤해서 눕고 싶습니다. 그리고 처음 대기실에 들어올 땐 이렇게 사람이 많아질줄 몰랐을테니 잠시만 눕자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딩타임을 기다리기 위해 사람들은 늘어났고 외국인들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화가 났던건 외국인들이 자리가 없어 서성일 때 상황을 뻔히 지켜보던 가족과 일행분들이 깨우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더욱이 황당했던건 드러누운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가 급기야 깨우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가 자리를 비켜주라는게 아니고 여행가방을 머릿맡에 끼워주면서 베개로 쓰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뜬눈으로 지켜봐야만 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용기를 내어 곤히 자는 사람을 깨우기도 쉽지 않을터..
그나마 이 상황에서 저는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 이렇게 올려봅니다. 앞으로 나가 대놓고 사진찍으려니 이것도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발 다른나라 국제공항에선 이런 꼴불견들이 사라졌음 하는 바램입니다.
출처 - http://yahoometro.co.kr/Okwqy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