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반심의제도 때문에 음악계가 후끈하다. 여성가족부의 심의 기준이 큰 웃음을 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음반사전심의제도폐지 사건이래 이번처럼 심의와 관련한 논란이 전면에 부각되고 지속된 경우는 없었기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술과 담배에 대한 심의 근거 중에도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지난 7월 24일 대중가요 심의논란을 다룬 [시사매거진2580]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 맹광호 위원장은 노랫말에서 음주와 흡연에 대한 제재이유 중 하나로 ‘어려운 일을 당하고, 괴롭고, 외로운 문제를 푸는 방법이 술이나 담배’로 언급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위 사진 참고). 그렇다면, 아래 국내의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 중 한 명인 팔로알토의 가사 일부를 보자.
‘둘만의 축배, 수많은 문제를 거쳐왔으니 승리를 축하해줄게/ (중략) 오늘따라 왠지 소주 맛이 달어 후회할지도 몰라, 오늘밤이 가면’ -2집 [Daily Routine] 수록곡 “Dreamer” 중에서
오늘날 자신의 꿈을 실천하며 사는 청년으로서 긍정적인 고민과 다짐을 담은 이 곡에 내려진 ‘19금 판정의 근거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난 심의 자체를 부정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리고 단어의 뜻이나 (그들의 기준에 의한) 유해 단어만을 근거로 ‘19금’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도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단지 예술을 대하는 데 꽉 막힌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버리고 제발 융통성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언제까지 모든 예방을 ‘금지’라는 낡아빠진 조치로만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할 지식과 여력이 부족하다면, 음악 관계자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거나 미국 대중음악계의 기준이라도 참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비상식적인 심의 때문에 음악(특히, 장르음악)이 얼마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