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17살 고등학생입니다.
이런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고 어말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워보기도 하고, 글을 쓰는 게 맞을까 가만히 있는 게 맞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다면
이 어수룩한 글을 몇 번이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1년7월28일,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왔었을 때였습니다.
그날 아침도 큰 소리로 천둥이 치고 비가 많이 왔던 날이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저에게 문자 한 통이 와 있었습니다.
'어제 윤지네 동네에 비가 많이 왔대. 윤지가 여기에 없대.'
그때 저는 '무슨 장난을 이렇게 치나?'라고 생각하고 문자를 보낸 친구한테 전화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윤지가 어딨는데?"
"…."
"병원에 있대?"
"…."
이 무서운 침묵이 윤지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전화를 끊고 윤지에게 전화했습니다.
TV에서는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도가 계속 나오고, 윤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울음 섞인 전화에 저는 두려워졌습니다.
느껴 보지 못했던 두려움에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멋진 남자친구와 같이 놀러 가기로 했고,
윤지가 스튜어디스가 되고 저는 의사가 되어 일하고 나이가 들면
서로 같은 동네에 살자고 했던 그 꿈이 무너졌습니다.
꿈이 무너져 마음에 쌓이고 진정되지 않은 마음을 이끌고 친구들과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윤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수업시간마다 윤지의 빈자리를 느꼈고,
다른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윤지가 없는데도 웃는구나, 내가 윤지가 없는데도 내가 할 일을 하는구나 '
하면서 자책 아닌 자책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책으로 끝내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한탄에 불과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지역, 저희 지역과 가까운 지역들 모두 비 때문에 큰 피해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윤지는 억울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피해는 ‘한전의 철탑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철탑 공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길’ 때문이죠.
전문가들이 안전하게 길을 내고, 그 길을 이용했더라면.
혹은 안전하더라도 비가 많이 올 것을 대비하거나
다른 천재에 대비하여 안전 대책을 마련해놓았더라면
윤지가 떠났을까요?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산사태라면 왜 윤지네에만 흙이 내려앉았겠습니까.
철탑공사를 하기 위해 허가 되었던 길이 변경되어 윤지네집 바로 뒤로 길이 나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변경 전 도로는 인가도 없고 전혀 출입이 없는 계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고가 났더라도
인명 피해도 없을 것이며 사고가 난 지점이 윤지네의 펜션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 길을 이용했으면 됐을 것을, 토지소유주와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변경하겠다는
한전의 공문 한 장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의한 주민은 아무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건지,
무슨 당당함으로 그런 기만을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허술하고 인재로 보이는 이 일이 천재지변으로 덮이고 있습니다.
길을 만든 시공업체 말대로 길이 도면대로 완벽하게 했다고 하면 도면이 잘못된겁니다.
그토록 경사가 심해서 작업하는 차량 조차도 수차례 전복되고
배수를 위한 시설 하나 없는 길이 흙주머니 몇 개 쌓는걸로 허가가 났다면
한국전력공사라는 거대한 회사에서 공사의 기본인 토목공사를 무시하고
사람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원가절감이나 자기들의 이익만을 위하여
국민들에게 행한 만행 인겁니다.
윤지가 사고를 당한 날,
사고나기 2시간 전에 현장소장이라는 분이 내려와 걱정하는 윤지 부모님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전 하니까 마음 편히 주무셔도 된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윤지는 영원히 편히 잠들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왜 사고 난 다음 날에서야 부랴부랴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비닐을 쳤을까요?
제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전에는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을까요?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가족처럼 생각했더라면 제 친구가 억울하게 눈을 감았을까요?
이제는 윤지를 위해 인재를 자연재해로 그냥 덮어버리려 하는 한전과 시공 업체 등 관련자들의
부도덕한 양심을 꾸짖고 힘없는 개인의 억울함을 정부에서 혹은 공정성 있는 기관에서 알아주고
명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윤지의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집을 떠나서 다른 집을 마련하셨는데,
제 친구들 모두 어제 윤지의 가족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전처럼 말도 많이 하시고 저희 장난도 받아 주시지만,
가끔은 씁쓸한 눈빛이 느껴졌습니다.
어머님께서
"나중에 윤지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윤지랑 놀아 주려고 했는데 ‘나중이’ 없더라."
라고 하시는데 목이 메었습니다.
어머님은 소송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모두가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고 합니다.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개인이 아닌 한전과 시청을 상대로 긴 소송을 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일을, 이 무서운 일을 저희 친구들이 다 같이 힘을 보태 이겨 내려고 합니다.
제 친구 윤지의 일이 억울하게 끝나지 않게 ,
이 일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나지 않게 관심이 가져주세요.
이런 일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 분 들이나, 이런 일을 겪으셨던 분들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다시는 사회에서 개인에게 이런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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