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필요없는 기대작 '디아블로3'의 국내 심의가 신청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등급거부(서비스 불가)' 가능성이 크다.

블리자드는 지난 2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디아블로3'를 '청소년 이용불가(성인용)' 등급으로 심의를 신청했으며,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등급분류는 심의 신청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전문위원의 검토가 필요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다음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등급분류 심의는 매주 수, 금요일 진행되기 때문에 이르면 14일, 16일에 '디아블로3' 서비스의 운명이 정해질 전망이다.

'디아블로3'의 심의 쟁점은 게임머니(골드)가 아니라 실제 현금으로 이용하는 '화폐 경매장'이다. 국내 심의 일정이 늦어진 것도 이 콘텐츠를 완성하는데 상당 시일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이템 현금 거래는 국내에서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등 외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행해져 왔지만 '디아블로3'에서는 게임 속 콘텐츠로 포함시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아왔다. 심의에서 다른 콘텐츠 내용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등급거부 가능성 크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는 '청소년 게임에 대한 아이템거래는 금지'라는 대목이 포함됐다. 바꿔말하면 '성인용 게임의 아이템거래는 허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뼛속까지' 성인용게임을 표방하는 '디아블로3'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또 대규모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에서의 게임머니나 아이템은 우연적인 결과(도박)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기 때문에 개인간 거래는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어 사실상 '디아블로3'의 '화폐 경매장'은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를 통해 직접 현금화하지 않고, 경매장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블리자드머니)를 제3의 사업자(미국의 경우 페이팔)를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즉 '디아블로3' 자체에는 현금화하는 시스템이 없다. 게임과 아이템현금거래가 분리된 현재의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와 유사한 형태다. 만약 '디아블로3'가 등급거부 사태를 맞이한다면 사실상 아이템베이, 아이템매니아 등 아이템거래 사이트를 통한 거래도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3'는 '등급거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에 성인용 게임의 아이템거래는 허용이라는 해석과 디아블로3의 경우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심의위원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하겠지만 지금으로썬 반대(등급거부)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화폐경매장 빠지나

별다른 근거는 없지만 심의위원 사이에서 '사행성=아이템현금거래'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는데다, 게임위 심의 자체가 법적인 근거보다는 '찬반'을 묻는 형태이기 때문에 등급거부가 나와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디아블로3'가 기대작인데다 많은 게임유저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크지 않냐는 질문과 관련해 게임위 관계자는 "(역풍이)하루 이틀도 아니고…"라고 말을 흐렸다.

만약 '등급거부'가 된다면 블리자드는 최악의 경우 '화폐경매장'없이 '디아블로3'의 국내 서비스를 진행해야한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전세계 유일한 '화폐 경매장'이 없는 '디아블로3' 서비스 국가가 된다.

최악의 경우 화폐경매장을 없애서라도 국내 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인 블리자드는 "화폐경매장이 없어도 아이템 현금 거래는 계속될텐데, 게임위의 등급거부 자체가 무슨 사행성 방지의 의미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