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림체의 불편한 진실

vngn7 작성일 11.12.30 19: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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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루'체를 디자인한 나카무라 유키히로 선생
1942년 생/제1회 이시이상 창작타입페이스콘테스트 1위 입상.
1970년~2001년 까지 주식회사 샤켄에 근무

 

+++++++++++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온 국민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굴림체, 
그 디자인 국적은 일본입니다. 지금부터 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굴림체의 원 이름은 '나루체'


굴림체의 원래 이름은 '나루'입니다. 이 '나루체'는 1970년대
일본산 사진식자기와 함께 한국에 수입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서체가 사람들에게 익숙한 서체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렇게 좋은 서체로 인정받지도 못해서 아주 드물게 사용되곤 했습니다.
이 나루체는 컴퓨터용 디지털 서체로 새로 한국에서 제작되면서
이름도 일본명칭을 버리고 그 특징을 살려 '굴림체'로 명명되기 시작했습니다.

 

 

2. 그러면 왜 이 일본 디자인 서체가 어떻게 한글로 디자인되었나?


1970년대 부터 출판을 위해서 활자조판용 사진식자기가 필요했던 시절
기술이 없던 한국은 약 20여년 간 일본 사진식자기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했습니다.
그 때 일본 사진식자기 회사는 이 기계를 판매하기 위해서 한글자판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한국으로 수출했습니다. 
이 때 명조체나 고딕체는 최정호 선생님 같은 분에게 용역을 주서 값싸게 원도를
주문해서 제작하였습니다만, 그 외의 다양한 서체들은 이미 일본에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에 맞추어 한글을 세트가 되도록 제작하였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나루체'였습니다. 
그러므로 일본 오리지널 디자인인 '나루체'에 한글을 추가한 것이
오늘날 우리 전 국민이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굴림체'의 역사입니다.
그 외에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그라픽체','환고딕체'도 있었습니다.

 

 

3. '굴림체'가 거의 국민서체가 되다시피한 것은 과연 무슨 연유일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불행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 굴림체를 윈도우즈의 기본서체로 
탑제한 것 때문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 컴퓨터 환경이 인터넷 환경으로 번지면서는 모든 국민이 웹 환경에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체가 굴림체가 된 것입니다.
어떤 대상이던지 익숙해지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어있습니다.
지금 전 국민은 바로 이런 상태가 되어 굴림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 컴퓨터 운용체계 회사의 지각없는 선택에 의해 일본이라는 국적을 가진 
'나루체'가 지금은 '굴림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에게 강요(?)당했고
지금은 익숙해져서 사랑(?)받기 까지에 이른 것입니다.

 

 

4. 우리는 언제나 우리 국적 디자인 서체를 쓸 수 있을까??


2002년 부터 그 MS사는 새로운 기본서체 디자인을 계획했고 미국 본사의 재정 지원하에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산돌은 지난 몇 년간 그동안의 역량을 집중하여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걸로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한국국적의 서체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완성될 수 있는데는
한국 MS사의 개발진행 책임자였던 유지영 부장님 같은 분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 서채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와 영향이 미칠 문화적인 가치에 대해서 정직하게 고민한 분이셨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이 새로운 서체는 '맑은고딕'이라는 아주 한국적인이름이 붙여져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현재는 MS 오피스 2007년 평가판에 포함되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제 년 말 쯤으로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윈도우즈 VISTA에 기본서체로 탑재되어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30여 년 만에 비로소 우리 고유의 디자인 서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입니다.
인터넷의 기본서체가 이제 모두 이 '맑은고딕'으로 바뀌게 되니
인터넷 서체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환경도 크게 개선되고 바뀔 것입니다.

 

 

5. '맑은고딕'은 어떤 특징이 있나??


먼저 맑은고딕은 LCD 디스플레이 장치에 최적화되도록 디자인된 서체입니다. 
아무리 폰트를 아웃라인으로 미려하게 그려도 디스플레이 장치의 물리적인 한계
(화소의 크기)때문에 작은 글자에서는 아주 보기 싫게 깨어져 표현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자꼴의 형태도 그 장치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거쳐서 결정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글의 단아함과 우아함을 가능하면 표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매뉴얼힌팅(Manual Hinting)이라는 고급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한글서체입니다. 
이 힌팅 기술 때문에 작은 글자에서 깨어짐 현상을 최소화 시킬 뿐 아니라 
아주 미려한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이러한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서 채용되었던 비트맵 서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재는 아웃라인서체와 비트맵서체를 함께 묶어서사용하고 있음. 작은 포인트에서는 
깨어짐의 현상이 커서 화면용 서체를 별도로 탑재하여 디스플레이용으로 사용하는 환경임.)

 

 

6. 결론


제가 강의할 때 마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나라의 최고의 지적자산이며
세계를 향해 가장 자랑할 만한 국가 최고의 컨텐츠입니다.
그러나 이 한글을 가지고 돈을 번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입니다.
우리 것을 우리가 소홀이 여기면 누가 우리 것을 가치있게 보아줍니까?
한글의 가치는 우리가 아끼고 발전시키고 지켜야 합니다.
한글은 앞으로 미래 한국의 최고 자산으로서 인정받을 것이며
한글의 가치 때문에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입니다.
한글을 소재로 한 상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것입니다.
이 일은 남의 나라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손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글을 잃어버리고 남 좋은 일 시키는 역사는 한번으로 족합니다.

글.사진/석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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