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선 산업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맹추격으로
잠시 주춤했던 적도 있었지만 올 들어 글로벌 조선업 1위 타이틀을 되찾아 왔다.
부가가치가 큰 첨단 선박들을 잇따라 수주한 덕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한국 기업이다.
조선 관련 기업 수만 지난해 기준 1,688개, 종사자 수도 13만4000여 명에 달한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업계가 만드는 선박들을 가격별로 살펴보자.
9위 벌크선
가격 : 약 5,500만 달러 (약 637억 원)
해상 물류는 내게 맡겨라, 벌크 화물선
벌크선(Bulk Carrier)은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상업용 화물선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선박이기도 하다.
각종 원자재나 곡물 같은 화물을 별도로 포장하지 않은 상태로 싣고 운반한다.
수송하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광물운반선·석탄운반선·곡물운반선 등으로 나뉜다.
벌크선은 글로벌 경기 동향에 가장 민감한 선박이기도 하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물동량이 커져 벌크선의 수요도 늘어나지만 반대의 경우는 수요가 확 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해운 물량이 크게 늘면서 선박 크기와 적재 능력도 계속 느는 추세다.
1990년 이전까지는 7만5000t 이하의 파나막스급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10만t급의 대형선 건조가 늘어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발레 브라질’은 현존하는 최대 크기의 광탄 운반선으로, 차이나막스급으로 불린다.
발레브라질의 길이는 362m로 에펠탑보다 길고 폭도 65m나 되며 높이 역시 56m에 달한다.
대형 트럭 1만1150대 분에 해당하는 40만t의 철광석을 실을 수 있다.
다만 벌크선은 건조기술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 중국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한 상태다.
8위 자동차 운반선
가격 : 약 6,000만 달러 (약 695억 원)
로로(RORO)선은 자동차를 나르는 배, 자동차 운반선
자동차, 트럭을 전문적으로 수송하는 선박이다.
자동차가 올라가고 내려온다고 해서 ‘로로(RORO: Roll on Roll Off)선’이라고 불린다.
대신 자동차를 싣고 내리는 시간이 단축되고 크레인 같은 장비로 옮겨 싣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파손,붕괴의 위험이 없다.
자동차 운반선은 화물을 실을 때 부두와 연결되는 다리(Ramp)를 이용한다.
이 다리를 통해 선적할 자동차를 그대로 배 안으로 몰고 들어가 정해진 장소에 주차하듯 세워놓는다.
보통 배의 뒷부분 혹은 중간 부분에 다리를 설치한다.
다만 주차 공간의 틈이 만만치 않아 컨테이너선에 비해 화물 적재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크게 승용차 전용선(PCC: Pure Car Carrier)과
승용차, 트럭 전용선(PCTC: Pure Car and Truck Carrier)으로 나뉜다.
공동 6위 컨테이너선
가격 : 약 1억 달러 (약 1,159억 원)
TEU는 컨테이너를 세는 단위, 컨테이너 선
컨테이너선은 말 그대로 선박 내에 화물 운송에 이용되는 용기, 즉 컨테이너를 싣고 나르는 선박이다.
1957년에 처음 해상 컨테이너 수송이 시작됐다.
화물을 낱개로 운송하던 기존 재래식 화물선에 비해 하역 시간을 크게 단축해 해상운송업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선박이 커질수록 단위당 컨테이너 운송비가 싸진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해운사들이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고 있다.
1TEU(Twenty-Feet-Equivalent Units)는 컨테이너 1개(길이 20피트, 약 6m)를 의미한다.
공동 6위 유조선
가격 : 약 1억 달러 (약 1,159억 원)
기름 유출 방지를 위해 선체가 두 겹, 유조선
유조선은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이며 종류도 다양하다.
원유를 운송하는 원유 운반선,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정유운반선이 대표적이다.
또 화학제품을 옮길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화학제품 운반선,
해상 원전에서 원유를 건네받아 육지로 운반하는 셔틀탱커도 있다.
기름을 실어 나르는 배인 만큼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역시 기름 유출 방지다.
그래서 국제해사기구(IMO)의 조약에 따라 1993년 이후 건조되는
모든 유조선은 의무적으로 선체를 두 겹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원유가 유출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탱크를 5~6개의 독립 공간으로 나눠 배치한다.
20~30만t 급 유조선은 초대형 유조선 ‘VLCC(Very Large Crude)’,
30만t급 이상은 ‘ULCC(Ultra Large Crude Oil Carrier)’로 분류된다.
5위 LNG선
가격 : 약 2억 달러 (약 2,318억 원)
특수구조탱크가 핵심 기술, LNG선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를 운반하는 선박으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LNG선은 영하 163도로 액화된 천연가스를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는 특성 탓에
초고압, 초저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구조 탱크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저온 유지를 위한 냉동장치와 보온설비가 장착돼 있다.
탱크의 형태에 따라 갑판 위에 둥근 화물탱크를 설치한 모스형(구형), 선박 내부를 오각형으로 만든 멤브레인형으로 나뉜다.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와 고유가로 인한 대체에너지 LNG의 수요가 늘어나 향후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참고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운반하는 LPG선도 있다.
주로 석유 정제 때 만들어지는 액화부탄이나 프로판 가스를 실어 나른다.
4위 드릴십 (원유시추탐사선)
가격 : 약 5억 ~ 6억 달러 (약 5,795억 원 ~ 6,954억 원)
배위에 타워를 설치, 한국이 드릴십 세계 시장 독점
드릴십(원유시추탐사선) 은 해저에 있는 석유·가스를 시추하는 장비를 탑재한 선박이다.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이나 파도가 심한 곳에서도 시추 작업이 가능하다.
해상에서 최대 12㎞ 밑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한 척당 가격이 5~6억 달러를 웃돈다.
배 중간에 커다란 시추타워가 우뚝 솟아 있는 게 특징이다.
고도의 선박 건조 기술과 해저 시추 기술이 동시에 필요해 어중간한 조선소에선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드릴십 분야는 그래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 현상으로 인해 해상 유전 개발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
앞으로 드릴십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3위 이지스함
가격 : 약 9억 달러 (약 1조 431억 원)
깨지지 않는 ‘절대방패’, 이지스함
이지스(Aegis) 전투 체계를 탑재한 전투함을 뜻한다.
이지스란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의 방패에서 유래됐다.
신화에 나오는 방패처럼 방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졌다.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선물한 방패의 이름이 이지스다.
이지스 전투 체계는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을 핵심으로 해서 3차원 정보를 수집하고
원거리 대공 방어와 대함전·대잠전·탄도탄(TMD) 요격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전투체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7600t급)’과 ‘율곡이이함(7600t급)’이 실전 배치돼 있다.
올 3월에는 세 번째 이지스함인 ‘서애류성룡함(7600t급)’이 진수식을 갖고 시운전 중이다.
2위 크루즈선
가격 : 약 17억 달러 (약 1조 9,703억 원)
승객 태우는 여객선
여객선은 크게 페리(Ferry)와 크루즈(Cruise)선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항구와 항구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을 페리선이라고 부른다.
크루즈선은 최소 1,0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는 이른바 ‘바다 위의 호텔’이다.
크루즈선 건조를 위해선 고도의 방음·방진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최고급 인테리어 기술도 필수다.
하룻밤 이상을 바다 위에서 운항하기 때문에 호텔에 준하는
서비스(거주·유흥· 운동· 오락· 식사 등)를 모두 승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STX의 자회사 STX유럽이 2009년 인도한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시스(Oasis of the Seas)’호는
축구장 3개 반 정도를 합친 크기에 16층 건물 높이를 자랑한다.
3D영화관은 물론 아이스링크와 공원까지 갖추고 있다.
보통 크루즈선은 척당 가격이 1조 원을 넘나드는 초고부가가치 선박이다.
1위 FPSO
가격 : 약 5억 ~ 20억 달러 (약 5,795억 원 ~ 2조 3,180억 원)
해상의 정유공장, FPSO
FPSO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Unit)’라고 불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유 공장인 셈이다.
심해에서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제작됐다.
통상 길이 300m, 폭60m, 높이 30m 이상의 규모로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다.
하루 25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고 200만 배럴 이상을 저장할 수 있다.
종류에 따라 LNG-FPSO· FPSO 두 종류로 나뉘고
LNG-FPSO는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액화 설비, 저장 설비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해상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한 뒤 저장하고 있다가 LNG선에 액화 상태로 옮겨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