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교사가 안전띠를 매게 해 교통사고에도 제자들을 살리고 자신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숨진 여교사는 “안전띠를 반드시 매라”고 해 제자들의 인명피해를 막았지만 정작 자신은 학생들을 돌보느라 안전띠를 하지 못해 참사를 당했다.
10일 오전 10시 15분경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금능사거리에서 전북 익산시 W여중 2학년생 34명을 태운 전세버스가 교차로를 지나다 왼쪽에서 오던 15t 트럭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인솔교사 신명선 씨(39·사진)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동료 교사인 정모 씨(47), 버스 운전사 주모 씨(39) 등 2명은 중상을 입었고 학생 34명은 대부분 찰과상 등을 입어 제주시내 3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차량이 충돌하면서 버스는 튕겨나가 도로 옆으로 미끄러졌고 트럭은 뒤집혔다. 정모 양(14)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렸고 머리가 의자에 처박혔다”고 말했다. 박모 양(14)은 “버스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해 당황했지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차례차례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당시 대부분 안전띠를 매고 있어 대형 참사를 피했다. 인솔교사인 신 씨가 학생들이 버스에 탑승한 직후 “안전띠를 매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로 숨진 신 씨는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 타고 있었는데 트럭이 운전석 쪽을 들이받아 안전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튕겨 나갔다. 버스가 출발한 지 5분밖에 되지 않아 학생들을 돌보다 미처 안전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전세버스는 한림공원 관람을 마치고 말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트럭은 석재 등을 싣고 서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금능사거리 교차로는 신호기가 작동했지만 폐쇄회로(CC)TV는 설치되지 않아 과실 소재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운전사 등을 상대로 신호 위반, 과속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11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배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학생들은 현재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에서 대기 중이다.
신 교사의 사고 소식을 듣고 동료 교사들은 크게 안타까워했다. 원광중 최병용 교무부장(49)은 “신 교사가 성격이 활달하면서도 자상하고 아이들 지도에 열정적이어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당했는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