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부
- 남자 이야기 -
지수에게 들은 은주의 결혼 한다는 말에 처음 들었을 그 당시에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더니
하루 이틀이 지나갈수록 은주가 야속하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내가 이렇게 널 그리워 하는 만큼 너도 나를 그리고 있을까? 아니 그 반 정도라도..-
-아님 날 잊은거니? 은주야.. 정말 궁금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순전히 진짜 사랑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핑계인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일 때문에 많이 바빠도 여전히 은주는 내 기억에 잔상이 지나치게 크게 남았고,
마치 지금도 대구에서 주말마다 나를 기다릴 것 같았다.
그녀를 조금이나마 떠올리지 않으려 일에 매달리던 중
최근에 나를 주시하던 동료가 아침부터 등을 한 대 살짝 때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강과장~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가?"
"그냥 내가 할 일인데 뭘.."
"아닌 것 같은데~ 과장 달고 바로 차장으로 진급 할려고 그러는거 아니가?"
"짜식..싱겁긴.."
동기가 웃으면서 농담을 던졌다.
"높은 곳에 있을 때 나 잘 봐도~"
동기의 농담에 웃으며 받아주었다.
"에이그~ 됐어~ 확! 내가 진급하면 너부터 짜르고 만다~"
동기가 나의 웃음에 엄살을 떨며 말했다.
"커피 한잔 사줄테니~ 짜르지마~"
"에이그~ 알았어~ 휴게실로 가자~"
휴게실에서 종이컵의 커피를 뽑아 나에게 건네주던 동기가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 때 유부초밥이랑 어때? 올해 국수 먹는건가?"
"아니..헤어졌어.."
동기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왜? 너 재수없데?"
동기의 농담에 살짝 웃으며 나도 농담을 던졌다.
"재수는 있는데 날 너무 사랑해서 아까워서 닳을까 싶어 못 사귀겠단다~"
"아! 재수없어...이렇게 재수가 없으니 여자가 싫어하지!!"
동기의 장난스러운 말에 웃으면 말했다.
"뭐야~ 나 진짜 진급하면 너부터 짜르고 만다~"
그렇게 농담으로 한 바탕 웃고 나서 동기가 나를 걱정스레 보면서 말했다.
"최근에 힘들어 보이던데 헤어져서 그런거야?"
"그냥..뭐 그렇지.."
갑자기 생각난 듯 동기가 말했다.
"부장이 자기 조카 때문에 걱정 많이 하던데 이번에 결혼 한다더라~"
"그래?"
동기가 내 목을 장난치려 팔로 걸며 말했다.
"올해는 너도 결혼하고, 부장 조카도 결혼하고, 나 뺴놓고 다 결혼이야기라서 우울했는데~"
동기의 헤드락에 예전 은주가 놀이 공원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났고,
동기는 팔을 다시 풀며 말했다.
"의리 있는 넌 배신을 안하는구나~"
"부장님이 조카가 있어?"
"대구에서 바람둥이로 속 썩인다던데.."
"아 그래...."
"그러고 보니 부장이 너랑 같은 강씨라고 너 많이 챙겨 줬는데 부장에게 너무 신경 안쓰는 거 아니가?"
동기의 말에 장난을 치려 옆구리를 찌르면서 말했다.
"강씨라고 챙겨 준거 아니거든~ 일 잘하니깐 챙겨준거야~"
커피를 마시고 사무실로 들어서서 기지개를 한 번 펴고, 일을 다시 하려는데 등 뒤에서
내 어깨를 누가 쿡 찌르는 느낌이 나서 뒤돌아 봤더니 부장이 서 있었다.
"강과장 바쁜가?"
"아뇨.. 괜찮습니다.."
"잠시 휴게실로 좀 나와보게.."
"네.."
휴게실에 부장을 뒤따라 걸어가니 부장은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고,
한 모금 연기를 내 뿜으며 나에게 물었다.
"자네..예전에..."
"네..말씀하세요 부장님.."
"혹시 도시락 사준 여자 아직 만나는가?"
부장이 은주를 말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갑자기 은주 이야기를 왜 하는거지?-
이런 궁금한 생각을 가지며 근심이 있어 보이는 부장에게 되물었다.
"뭐 때문에 그러시는거죠?"
"그냥 닮은 것 같아서..."
"누구와 닮았다는 거죠?"
"아니 그건 됐고.. 그 여자 아직 포항에 있는가?"
"아뇨..지금은 대구에 있습니다.."
"혹시 이름이 은주 아닌가?"
-어...부장님이 은주 이름을 어떻게 알지??-
섣불리 대답을 하면 은주에게 난감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일단 말을 돌렸다.
"아뇨...방금 은주? 인주? 하여튼 그런 이름은 아닌데 뭐 때문에 그러시죠?"
나의 어리둥절하는 반응에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조카가 요번에 결혼을 하는데 자네 여자친구와 닮아서 물어본걸세~"
"조카랑 ...결혼을 한다구요...?"
"나 예전에 말했지 않는가 집안에 사고뭉치 하나 있다고..그러고 보니 자네와 동갑일 걸?"
갑자기 부장의 말에 불길한 예감에 목소리가 떨렸다.
"아..그래요...그 조카 이름이?"
"희철일세.."
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고,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부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게 쳐다봤다.
부장과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서 일에 집중을 하기가 힘들었고, 그 모습을 계속 부장이
쳐다보며 나를 주시하는 듯 했다.
- 그녀 이야기 -
희철 오빠 부모님을 만나고 난 후부터 임신이라는 이유로 더욱 더 결혼이야기는 빨라졌고,
희철 오빠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의 동의하에 오빠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전에 만난 희철 오빠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진짜 한 번쯤은 본 사람 같은데..누구지..포항에 있다면 ..아닐꺼야..-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하루 이틀을 보내던 중 희철 오빠와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을 때
오빠가 나에게 물었다.
"은주는 학교 들어가기 2년동안 뭐했어?"
갑작스런 말에 당황을 할 때 오빠가 음식을 먹으려 고개를 숙였고, 눈동자는 나를 향해 보고 있었다.
"그냥 대구에서 아르..바이트 했죠.."
"그래? 누가 널 포항에서 봤다고 그래서...혹시나 하고.."
-이 사람 뭔가 알고 말하는 건가??-
음식을 먹으려 숟가락을 들려는 중에도 손은 사시나무 떨 듯 했고,
내 모습을 보는 오빠는 태연하게 음식을 먹으며 다시 말했다.
"우리 결혼 할 사이인데 과거 따위 알아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애~ 그치?"
"네..."
내 말을 들은 오빠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다시 나에게 말했다.
"그 말은 무슨 과거가 있다는 말인거야?"
"아뇨..과거 따위는 없어요.."
"내가 아는 그 승훈이라는 사람 말고는 다른 과거는 없는 거 맞지?"
"네.."
희철 오빠와 마주보며 밥을 먹으려니 너무 떨려 자리에서 일어났고,
등 뒤에서 희철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네가 다른 여자와는 달리 순수한 모습에 끌렸다는 것만 알아줘~"
"......."
오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해~ "
딱딱한 희철 오빠의 말에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
"아직까지는.."
오늘따라 이상한 희철 오빠의 말에 일부러 피하려 거실로 걸어가는 중에 다시 희철 오빠가 말했다.
"못 믿는 건 아닌데..혹시나 싶어 사람 좀 샀어"
희철 오빠의 말에 깜짝 놀라 뒤 돌아 봤다.
"왜 그리 놀라?"
-저 사람 무슨 이야기를 듣기는 확실히 들었구나...-
-그래도 아직까지 다 아는 것 같지는 않은데..-
오빠의 계속 추궁하는 듯한 말투에 짜증이 나서 말했다.
"놀라긴! 그렇게 못 믿을꺼면 결혼 안 하면 될 꺼 아냐!"
내가 쎄게 대꾸를 하니 오빠의 특유의 눈웃음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왜 그래~ 2주만 지나면 결혼 하는데...결혼 하기전에 자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그런거야~"
"오빠...나 솔직히 내 뒷조사 기분 나빠..우리 결혼 다시 생각 하자.."
"알았어..알았어~ 내가 잘 못했어~ 화 풀어~"
-아무래도 이 사람 말은 저렇게 해도 계속 내 뒤를 캘 것 같은데...-
- 남자 이야기 -
부장이 은주에 대해 넌지시 묻고 난 후에는 나에게 다시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은주를 사랑했던 기억만 떠올리며 혼자 힘들어하고 아파하며 지내던 중이였다.
월요일부터 퇴근 후 혼자 캔 맥주를 마시며 쇼파에 멍하니 있을 때 책상 서랍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작게나마 들렸다.
-혹시 은주가 나처럼 잊지 못해 전화를 한건가? -
마시던 캔맥주를 쇼파앞 테이블에 놓고 벌떡 일어나 방으로 걸어가려다 테이블에 다리가 걸려
캔맥주가 쓰러지며 테이블을 타고 맥주가 흘러 내렸다.
그 걸 보고 있으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순간 들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방으로 갈 때까지 전화는 끊기지 않고 계속 울렸다.
휴대폰의 번호를 보니 지수의 번호가 찍혀 있었고, 얼마전 우리집에 다녀간 지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근 들어 지수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어보려 노력은 시도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지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응~ 왜 전화 했어~"
"내가 뭐 언제 용건이 있어야 오빠에게 전화를 했나~"
지수의 귀여운 투정에 피씩 웃음이 나왔다.
"하긴..."
"오빠 어제 무슨 날이였는 줄 알어?"
"무슨 날은..그냥 일요일이지...."
"땡! 틀렸어요! 어제는~"
지수가 장난치려는 말에 답답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지수의 굉장히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은주 결혼식이였다~"
지수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가 없이 멍하니 서 있었고,
휴대폰에서는 지수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오빠~? 오빠? 오빠..?"
"지수야...사실이니?"
"응...말 안하려 했는데 오빠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지수의 대답에 온 몸이 캔맥주 반 캔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그래...지수야..오빠 좀 쉬어야 겠다.."
"그래 오빠..목소리가 좀 쉬어야 할 것 같네.. 이 번주에 놀러갈.."
지수가 말하는 중에 전화를 더 통화하기가 힘들어 전화를 끊었다.
-내가 마음 먹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것 같던 네가 이젠 영영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거구나..-
-너무 행복하지도 말고...너무 빨리 오빠를 잊지도 말아주라.. 이젠 이 정도만 욕심 부릴께..-
-이 정도는 은주를 사랑한 내가 받을 수 있는 것 맞지? 은주야.. 진짜로..우린 헤어지는거구나..-
지수와 통화를 하고 이젠 완전히 은주를 잊으려 마음을 굳혔지만, 여전히 지수가 남긴 추억은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은주와 있었던 행복한 추억을 네모난 수첩에 꼼꼼히 다 적어 놓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장씩
추억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13장째를 찢으려는 일요일 저녁이였다.
여전히 캔맥주를 마시며 추억이 적히 종이를 읽으며 옛 생각을 떠올리던 중 이젠 서랍에서
꺼내 놓은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렸고, 이제는 은주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지수나 창식이의 전화겠지...-
방으로 천천히 걸어가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봤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은주의 번호가 휴대폰에 찍혀 있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리는 전화를 받지도 못한체 그냥 손만 떨고 있었고,
그렇게 전화는 끊겨 버렸다.
그리고 바로 다시 은주의 전화가 또 다시 왔다.
심호흡을 한 번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목소리를 내며 전화를 받았다.
"은주야~ 오래간만이네~"
전화기 너머에서 은주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나 너무 무섭고...힘들어.."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은주에게서 슬픈 목소리를 들으니 피가 꺼꾸로 쏟는 듯 했다.
"은주야.. 거기 어디야?"
"......"
여전히 흐느끼는 소리만 들릴 뿐 은주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빠 지금 대구 갈테니 지금 어디냐고!"
"아냐 오지마...오빠...그냥 오빠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어.."
그렇게 말하고는 은주는 전화를 끊었다.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되어 다시 전화를 했을 때는 은주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은주가 무슨 일이지??-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 은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지금 대구 가니깐 문자 보면 바로 전화해』
지금 은주를 만난다면 가슴이 아파 올 것 같은 예감을 가누면서 문자를 보내고
바로 은주가 슬퍼하고 있는 대구로 차를 타고 향했다.
은주가 걱정되는 만큼 속도를 내니 포항에서 1시간이 걸리는 대구까지 40분만에 도착을 했다.
막상 대구에 오니 갈 곳이 없어 은주와 주자 만났던 칠곡의 공원 벤취에 앉아 다시 한 번
은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늘 같이 있던 그 벤취에 있어 나올 때까지 기다릴께』
문자를 보내고 은주를 기다리며 시계는 보지 않았다.
-널 기다리는 시간을 계산 같은 것은 하기가 싫어..-
그렇게 한 동안 기다리니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은주처럼 보이는 여자가 이 쪽으로 힘 없이 걸어왔다.
나에게 걸어오던 여자의 형체만 봐도 은주인 것을 알수가 있을 만큼 항상 은주를 그렸던 것 같았다.
은주가 내 앞으로 힘 없이 걸어와 힘 없는 걸음과 어울리는 힘 없는 미소로 말했다.
"오빠 안녕~"
- 그녀 이야기 -
희철 오빠의 찝찝한 행동과 말이 있었지만, 계속 커가는 뱃속의 아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무난한 결혼 생활이 무난한 출산으로 이어 질 줄 알았는데 신혼 여행을 다녀온 이 후부터
희철 오빠의 행동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듯 했다.
그리고 같이 저녁을 먹던 중 어떤 남자의 전화를 받고 잠시 나간다며 집을 나섰다.
아마도 내 뒷조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만약 내 과거를 희철 오빠가 알게 됐다면 난 어떻게 되는거지? -
누구 하나 의지 할 곳이 없어 혼자서 숨 막히며 긴장을 하는 중에 나도 몰래 항상 따뜻했던
승훈 오빠가 생각이 났다.
-오빠 나 너무 무서워...그 사람이 내 과거를 알까봐...그럼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되는거지?-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나도 몰래 휴대폰에서 지워졌던 승훈 오빠의 번호를 누르게 되었다.
-오빠 나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애...그래도 여전히 오빠를 사랑하니 이해해줄꺼지?-
신호음이 갈 때 오빠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그 것 또한 오빠가 날 잊었을까 겁이 났다.
오빠는 야속하게 전화를 받지 않았고,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전화를 했다.
이 번에는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아 오빠가 전화를 받았다.
"은주야~ 오래간만이네~"
꿈에서만 그리던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들리니 마음이 편해졌고,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오빠..나 너무 무섭고...힘들어.."
울음섞인 내 목소리에 오빠가 깜짝 놀라고 걱정이 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주야.. 거기 어디야?"
하지만 또 다시 오빠를 걱정시키고, 실망을 시킬 것 같아 목소리만 듣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오빠 지금 대구 갈테니 지금 어디냐고!"
대구에 온다는 오빠의 다급한 목소리에 당황을 했다.
"아냐 오지마...오빠...그냥 오빠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어.."
그리고 대구 온다는 말에 너무 놀라 먼저 전화를 끊으니
오빠를 여전히 그리워 하는 심장이 나에게 화를 내 듯 두근거렸다.
분명 오빠가 대구 온다고 전화가 올 것 같아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오빠...아직까지 나 때문에 오빠를 힘들게 하기 싫어서 그래...-
혼자 한 동안 쇼파에 앉아 안절부절 못하다 혹시나 싶어 휴대폰 전원을 켜니 2통의 문자
메세지가 들어와 있었다.
『오빠 지금 대구 가니깐 문자 보면 바로 전화해』
『우리가 늘 같이 있던 그 벤취에 있어 나올 때까지 기다릴께』
-이 바보 같은 승훈 오빠 이런 내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문자를 보고 있으니 오빠를 보고 싶어 하는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 내렸고,
발걸음은 오빠와 추억의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빠가 기다리던 장소로 나가니 오빠가 벤취에 앉아서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오빠가 다가가는 나를 한 동안 쳐다보며 가만히 있었다.
진짜 할 말은 많았지만, 막상 만나니 할 말이 너무 없었다.
"오빠 안녕~"
"은주야..왜 이렇게 몸이 상했어?"
오빠의 걱정스런 말에 예전처럼 입을 삐죽 거리며 말했다.
"오빠도 만만치 않네 뭐~"
"그런가..."
"어머니 팔은 어떠셔?"
"이젠 괜찮으신 것 같다더라.."
-같다더라?? 그럼 오빠는 아직까지 집에 안 간거야?? -
오빠의 말에 오빠 때문에 아팠었던 심장이 기억을 했는지 그 부위가 쓰라렸고,
오빠를 보기만 해도 예전처럼 눈물이 나려 했다.
나를 보며 오빠가 걱정스레 말했다.
"네 소식 들었어...결혼 했다는 거.."
당연히 오빠의 귀에까지 들어갔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오빠가 알고 있다니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당당히 거짓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려 해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그거 알어? 나 정말 행복하다~ "
"그래..."
나의 거짓말을 눈치 챘는 듯한 오빠의 표정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오빠의 담담한 표정을 보게 되니 나도 몰래 말하게 되었다.
"오..빠가 필요해.."
나의 말에 오빠는 예전에 나를 안아주 듯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러고 보니 희철 오빠는 나를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었구나..-
한 동안 꿈꿔 왔던 따뜻하게 안아주는 오빠가 옆에 있지만 지금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파 울먹이며 말했다.
"어디든지 우리 지금이라도 가 버릴까? 서울이든 부산이든?"
이렇게 말하는 나를 오빠는 더 안쓰러운지 더 쎄게 안아주며 말했다.
"널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였는데..."
"........."
오빠가 말하는 조용한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왔고, 그 목소리를 예전처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더 애원을 했어야 했는데.. 난 아직 네게 사랑이 부족했던가봐.."
-아냐..오빠..오빠는 내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해 주었어..-
오빠의 말을 다 듣고 나니 예전처럼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려 진정을 시키려 오빠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나서 오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면 뭐든 가능하다는 거 사실일까?"
오빠는 슬픈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왜?"
"오빠랑 6개월만..아니 너무 긴가 아니 3개월만이라도 같이 지낼 수 있다면.."
오빠는 심각한 분위기에서 은근슬쩍 분위기를 바꾸려 웃으면서 말했다.
"영화를 보면 하루만이라고 하던데~"
또 다시 오빠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영혼까지 팔았는데 하루는 너무 짧잖아.. 오빠 얼굴만 봐도 하루는 금방 갈 건데.."
오빠는 푸념하듯 말하는 나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진..짜..무슨 일인데.."
"그 사람이 아는 것 같애.."
"뭐를?"
"포항에서의 일을...."
4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