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 45부(마지막)

진짜킹카 작성일 12.07.11 00: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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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부




-남자 이야기 -




온갖 걱정과 희철에 대한 분노로 은주가 내렸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고,

도착과 동시에 차에서 내려 은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전히 은주의 휴대폰에서는 설레는 은주의 목소리가 아닌 들을수록 소름끼치는 희철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 소리를 질렀다.



"은주 바꿔! 은주 바꾸라고!!"


나의 흥분된 상태를 비웃는 듯한 웃음이 섞인 말투로 비웃는 듯한 말투로 능글맞게 희철은 말했다.


"벌써 도착했나?"


-저 새끼 진짜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은주야 아무 일 없는 거 맞는거지?-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나 오늘 그냥 못 내려간다...-



능글맞은 희철의 목소리에 더욱 더 은주가 걱정이 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흥분한 체로 외쳤다.



"그래! 도착..했으니깐 은주 바꾸라고!!"



술취한 목소리로 살짝 멍하니 웃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훗..거기 있어 내가 나갈테니까.."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아파트 출구로 키 큰 남자의 모습이 보였고,


나를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며 은주의 휴대폰을 번쩍 들며 다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남자 앞으로 걸어가자 그 남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니가 승훈이냐?"


"그래! 은주 어디있어!!"


"생긴건 순하게 생겨서 성질은 겁나게 급하네~"



은주 때문에 애달픈 나를 더 놀리려는지 희철의 능글맞은 음흉한 말투였고,


달려들어 멱살이라도 잡으려 했다.


그 때 희철이 말했다.



"은주가 그러던데~ 너 은주 사랑한다며?"



은주의 말에 순간 몸이 움찔했다.



"내 몸에 손 끝 하나 대면 은주는 어떻게 될까? 아니지 내 마누라는 어떻게 될까?"



희철의 말하는 음흉한 표정을 보니 진짜 내가 실수라도하면 은주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아 보였다.


나의 행동을 유심히 보더니 희철이 다시 말했다.



"은주라는 말에 진짜 얌전해 지네...오히려 그게 더 속상한데?"


나를 보는 희철을 나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언젠가 한 번쯤 본 인상인 듯 했다.


-어디서 봤지?? 진짜 한 번 쯤 본 듯 한데...-


잠시 기억을 더듬을 때 희철이 말했다.


"너는 은주가 몸 파는 년이라는 걸 알고 사랑하는거야?"

"은주는 다른 여자들과 똑같이 그냥 보통 평범한 여자일 뿐이야.."

"어이구~ 그러셔~ 예수,부처가 여기있네~ 미1친새끼!"



계속 대화를 하다보니 갑자기 떠올랐다.


예전에 은주를 만났던 칠곡의 벤취에서 맞은 편에 앉았던 남자 두 명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고,


기분이 지나치게 더럽던 대화의 내용도 생각이 났다.



『조만간에 넘어트리고 만다~』

『새끼~ 전략 바꿔야 하는거 아니가? 너무 들이대던데~』

『 아~ 그때 식당에서 코스요리 시켜줄건데~ 괜히 리조또만 시켜줬나?』

『그때는 싸게 먹혔다고 좋아하더니~』

『겁나 팅기니깐 더 안달나네~』



-아 맞다..그 때 그 남자 중의 한 명이 저 얼굴이였어..-




옛 기억이 떠오르자 참았던 울화가 또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내가 희철에게 덤빈다면 은주가 난처할 것 같아 너무 분해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겨우겨우 참는 중에 희철이 나에게 말했다.



"왜? 둘이 짜고 나에게 은주 넘겨 놓고 연락 안되니깐 은주가 그렇게 걱정돼?"



비아냥거리는 희철에게 못 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 중에 은주가 가여워 눈물이 나왔고,

희철을 보며 힘없이 물었다.


"진짜 넌 은주를 사랑하긴 했니?"

"너 미쳤구나? 내가 사랑해서 결혼 한 것 같냐?"


희철의 말에 가슴에 상처가 생긴 것처럼 날카롭게 베인 듯 했다.


-은주야..도대체 왜...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이랑 결혼을 했니...-


속상함에 은주를 원망하는 나에게 희철이 다시 말했다.


"속아서..너희 둘에게 속아서 사기 결혼을 당한 거란 말이야!!"

"그래..그럼 속아서 결혼을 한 거면..은주 놓아주라.."


희철은 터무니 없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그건 싫어!!"

"......"

"은주에게 말했듯이 내 인생 망친만큼 그 년 인생도 차근차근 망쳐 줄꺼야!"


희철의 말을 계속 듣고 있으니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죽이고 싶다...진짜 죽이고 싶다 저 새끼..-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희철에게 인질이 되어 있으니 그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제발..제발 은주를 놓아주면 안 될..까?"


순간 애절한 심정이 나도 몰래 희철에게 사정을 하듯 말을 했다.


희철도 순간 당황을 한지 갑자기 크게 배가 아프다는 듯이 웃었다.



"너 정말 은주를 사랑하는구나?"

"그래..그러니 제발.."

"은주는 나한테 무릎을 꿇을려고 하던데..너도 무릎 꿇고 나에게 사정하면 생각해 볼께~"



희철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 한 것도 은주에게 미안해 무릎을 꿇으려 할 때

너무 분해서 눈에서 눈물이 나려했다.


그리고 희철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 은주에게 무릎을 꿇는 다는 생각으로

희철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다시 한 번 사정을 했다.


"이제 네가 원하는 데로 무릎도 꿇었잖아..지금 은주 어디있어?..왜 당신이 은주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거야?"


나를 심각하게 보던 희철은 또 조금 전의 비아냥 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정말 은주를 사랑하는구나..그래서 안되겠다.."


무릎을 꿇은 체로 희철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뭐가 안되겠는데..?"

"당연히 그 년이랑 끝 낼려고 했는데.."


희철은 말하다 잠시 조용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끝내면 그 년이 너한테 가서 행복하게 잘 지낼 것 같아 그건 안되겠다.."


희철의 말에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다가가서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뭐야!!??"


여전히 희철은 멱살이 잡힌 체로 놀리 듯 그리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혼인신고도 안했네..내일 바로 혼인 신고하고 내 인생 망친만큼 그 년 인생도 망쳐버릴꺼야!!"



희철의 말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주먹을 날렸고, 취한 희철은 비틀거리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그리고 희철과 나의 소동에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 구경하는 사람 틈에 은주가 있을까 싶어 둘러 보았지만 은주는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릴 때 앉아 있던 희철이 다시 말했다.


"영원히.. 괴롭힐꺼야!!"


또 다시 희철을 때리려 할 때 아파트 경비가 황급히 뛰어와 나를 잡으며 말렸다.


그 때 희철은 일어나 아파트 밖을 유유히 그리고 재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더 참았어야 했나...나 때문에 은주가 더 괴로워 하는건 아닐까..-


희철이 아파트 밖을 나간 후 주위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결국엔 나 혼자만 아파트 입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혹시나 그자리에 계속 서있으면 은주가 나에게 달려 올 것 같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서서 은주를 기다리는 중에 문자 알림음이 들렸다.


번호를 보니 은주의 번호였다.


하지만 은주의 휴대폰은 희철이 가지고 있었기에 조마한 마음으로 확인을 했다.



『아.. 얼굴 겁나 아프네.. 니가 그럴 줄 알고 은주 반 병1신 만들어 놨다!』



그 문자를 보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주저 앉아 있을 때 한 통의 문자가 더 왔다.


『그 년 나도 지금 찾으러 그 년 칠곡 집에 가는 길이니깐.. 찾으면 문자 또 줄께.. 반 병1신 만들어서~ 』


-은주야...너 지금 어디 있니..정말 칠곡에 있는거니? 나 지금 너무 무섭다..-





-그녀 이야기 -



멀리서 승훈오빠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너무 속상해 계속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동네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고, 나는 고개를 숙여 스스로를 증오했다.



-나 때문이야..다 나 때문에 오빠가 자존심도 버리고 저런거야..-

-내가 곁에 있어도..그리고 곁에 없어도 오빠는 항상 나 때문에 저렇게 힘들구나..-

-나만 없어지면 되는걸까? 나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오빠도 더 이상 힘들어 하지 않는걸까??-


그 때 오빠가 있는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더니 오빠가 희철 오빠를 때린 듯 했다.


-오빠..잘했어..나 때문에 그렇게 비굴할 필요 없어..그렇게 자신있게 살아..-

-나 오빠에게서 사라질테니 그렇게 자신있게 살아주라..-


여러 생각이 교차하면서 아픈 눈에서도 아프지 않은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오빠가 그리울 것 같아 한 방울, 오빠에게 미안해서 한 방울, 오빠를 사랑해서 한 방울,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묻어야 하기에 한 방울 여러가지 이유를 붙여서 눈물을 흘리다 보니

눈에서 하염없이 계속 눈물만 흘렀다.


눈물을 흘리면서 승훈 오빠도 희철 오빠도 다 기억에서 그리고 추억에서 떠나 보내려 눈물을 닦았다.

눈물을 닦던 중에 승훈 오빠만은 보내지 말라는 듯 왼쪽 눈이 상당히 아파왔다


-내 눈마저 승훈 오빠를 보내는 것이 아픈가 보다...-


저 멀리 넘어졌던 희철오빠가 아파트 밖으로 걸어나가는 걸 확인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급하게 챙길 수 있는 소지품을 다 챙기고, 피가 묻은 상의도 갈아 입고,

희철 오빠가 찢었던 사진도 테이프로 붙였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설 때, 안방 침대에서 희철오빠 베게를 살펴 머리칼을 몇 개 주워 나왔다.

부모님 집에 가려 했지만 내 몰골을 보면 부모님 가슴이 미어질까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조금전까지 너무 아팠던 왼쪽 눈도 너무 아파오는 가슴만큼 아프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눈부터 검사를 했다.


의사 말로는 유리조각이 각막에 박혔는데, 눈을 심하게 비벼 경과를 지켜 봐야 하지만

시력에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러 눈물을 닦으려 눈을 비빈 것이 더 상처를 크게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눈도 눈이지만 얼굴도 상처가 깊은데 어서 치료 받아야 겠네요.."

"네?"

"거울 안 보셨어요? 어쩌다가 ...지금 얼굴 많이 상했네요.."


의사의 말에 거울을 보니 왼 쪽 이마에서 왼 쪽 눈 밑으로 상처가 길게 보였다.


-진짜 이제는 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도 오빠와는 안녕이야...-


얼굴과 눈에 상처가 생겨서 속상한 것 보다는 이 모습을 오빠가 보면

얼마나 하늘이 무너질까하는 생각이 더 겁나고 속상했다.



-남자 이야기 -



희철의 문자를 받고 바로 칠곡으로 향했다.


칠곡의 은주 부모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은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저 승훈 입니다..혹시 은주 여기 있나요?"


내 목소리를 들은 은주 어머니는 현관문을 열어주었고,

나를 보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승훈씨..이제 여기 찾아 오지 말아요..은주 결혼 했어요.."


-은주 어머니는 지금 은주 상태를 모르는구나...-


그러나 지금 은주에 대해 말한다면 은주 어머니가 쓰러질 것 같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아파트 입구로 내려왔다.


-지금 희철이가 여기로 온다면 막아야 해. 막지 못 한다면...은주 부모님은....-


상상만 해도 끔직할 것 같아 희철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고쳐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막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은주의 일을 모르지는 않을 듯 했다.

그렇게 되면 은주의 미어지는 심정을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오늘만은 흥분된 희철과 은주 부모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싫어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희철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아 다시 포항으로 내려왔다.


-은주야 너 지금 어디 있는거니...제발 내 마음이 들린다면 전화 좀 해주라...-


희철의 문자가 계속 눈에 아른거려서 잠시나마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그 어떤 행동을 하는 것도 힘겨웠다.


『니가 그럴 줄 알고 은주 반 병신 만들어 놨다』


또 다시 문자를 잘 못 봤나 싶어 확인을 했지만 확인을 할수록 가슴만 아파왔다.


-은주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무조건 희철이는 죽여버린다..-


이런 다짐을 하며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자마자 이례적으로 부장이 나를 불렀다.


"강과장 이리 좀 와 보게.."


부장도 희철의 친척이라는 생각이 들자 곱게 보이지가 않아 대답도 하지 않고 부장에게 다가갔다.


"잠시 따라오게.."


부장을 따라 휴게실이 아닌 1층 주차장으로 걸어갔고,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부장이 주위를 살피며 나에게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은주라는 여자가 창녀라면서!!"


창녀라는 말에 부장 앞이였지만 울컥했고,

나도 몰래 또 다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은주가 그 이유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부장을 보면 항상 희철이라는 사람이 생각날 것 같아 회사를 그만 둘 생각으로 말했다.


"아닌데요...그냥.. 평범한 여잡니다..부장님 마누라처럼 그저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런 여자라고요!"

"자네 지금 뭐라고 했는가..마누라??"


부장의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에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 부장님 마누라처럼!!"

"......"


또 다시 부장은 한번도 대든 적이 없었던 내가 황당한 듯 나를 계속 쳐다 보았다.


"보통 여자들처럼..한 남자를 사랑하는 그런 여잡니다."


부장은 화가 난 듯 나에게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단단히 미쳤구만 감히 나한테!!"

"안 그래도 때려 칠 겁니다.."

"뭐라고...?"

"그 여자를 찾으러 가야하니깐요.."


그리고 뒤돌아 서서 걸어갈 때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과장~"


뒤를 졸아 보았을 때 부장은 조금 전의 내 말이 눈꼴사납게 보였는지

여태까지 몰랐던 희철의 표정과 비슷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강과장 오늘 일자로 퇴직금 정산 해줄께..잘해봐..창녀랑~"


부장의 말을 듣고 부장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그 동안 제게 잘해주셔서 지금 겨우 참고 있습니다.."


내 말에 부장은 약간 겁먹은 눈동자였고, 그 길로 사무실에 들어가서 사직서를 적었다.

사직서를 적고 바로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은주야.. 네가 나를 안 찾으면 내가 너를 찾으러 간다..지금..-




-그녀 이야기 -




희철 오빠 집에서 도망치 듯 나와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왼쪽 눈은 이제 승훈 오빠가 앞에 있더라도

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눈에 유리조각이 들어가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빠를 그리는 눈이

오빠가 그리워서 보고파서 다른 것들을 보지 않으려 하는 듯 했다.


만약 오빠가 지금이라도 앞에 있다면 번쩍하며 눈이 떠질 것 같은 느낌이였다.


내 얼굴을 본 부모님의 표정으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아빠는 희철 오빠를 작살 내겠다며 식칼을 들고 절뚝 거리며 집을 나서려는 것을 나와 엄마가 겨우 말렸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부둥켜 안고 울었다.


한번 씩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희철 오빠를 아빠가 늘 막아 줬었고,

늘 경찰이 출동해서야 희철 오빠는 돌아갔다.


엄마는 희철 오빠랑 이혼을 하라고 말했고, 혼인 신고도 안되어 있다는 말에 엄마가 말했다.


"우리 이사 가자...이사 가서 새 출발하자.."

"응...엄마..."

"그런데..뱃속의 아기는 괜찮겠어?"

"엄마.. 내가 그냥 잘 키울꺼야.."

"그럴수 있겠어? 그 인간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에 그 애가 태어나도 엄마는 사랑해 줄 자신이 없네.."



엄마의 말 뜻을 알아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냐..엄마...승훈 오빠 아기일 수도 있어서..절대 지울 수 없어..-



그렇게 우리 가족은 대구의 화원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가고 나서 몇 달이 지나 거기서 출산을 했고, 딸 아이를 낳았다.


딸아이의 이름은 강승주로 지었고,

아주 건강하고 승훈 오빠처럼 착하게 키웠다.


그렇게 승훈 오빠도 희철 오빠도 모두 잊은 체 살아갔다.


얼굴의 상처는 간단한 성형수술로 제거 할 수가 있었지만 왼쪽 눈은 여전히 보이지가 않았다.

이제는 내가 가장이 되어 딸을 키우게 되었고,

아이가 커갈수록 승훈 오빠를 사랑했던 만큼 딸 아이에게 온갖 정성을 들였다.


아이가 커갈수록 승훈 오빠의 기억은 머리에서 가슴에서 점점 줄어 드는 듯 했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승훈 오빠의 눈망울과 입술을 닮아 갈수록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날이 가면 갈수록 승훈 오빠를 닮아 오는 딸 아이를 보며 서랍에서 승주가 태어 날 때

희철 오빠의 머리칼로 검사를 하고 병원에서 받은 유전자 감사 결과서를 봤다.



『 0.1% 미만』

『 의뢰인 1 의뢰인 2 친자관계가 아님을 반영하는 근거를 제공함』


검사서를 볼 때마다 정말 다행이라는 한숨을 늘 쉬었지만 승주는 승훈 오빠나 희철 오빠의 자식이기 전에

내 자식이기에 승주에게 검사를 했다는 자체만으로 미안하기도 했다.


검사서를 볼 때 승주가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엄마~"


귀여운 승주를 품에 꼭 안으며 물었다.


"그래 승주야~ 오늘 뭐 배웠어?"


나의 물음에 승주는 대답을 하지 않고 훌쩍거리며 말했다.


"엄마..학원에서 애들이 나 자꾸 놀려.."

"뭐라고 놀리든?"

"아빠가 없다고 자꾸 놀려!! 그래서 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


얼마전 부터 난 아빠가 왜 없냐며 투정을 부리던 승주가 오늘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하니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오빠...오빠는 지금쯤 지수 언니랑 결혼을 했겠지..?-

-그럼 승주는 아빠가 없어야 오빠가 행복한 거 맞지? -


자꾸 투정을 부리며 밥도 먹지 않는 승주에게 말했다.


"지금 밥 이거 다 먹으면 내일 아빠 보러가자~"

"정말??"

"그래~ 내일은 아빠 보러 가는거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밥을 허겁지겁 먹는 딸 아이의 모습에 또 다시 눈물이 나왔다.

승주에게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자 딸 아이가 그 모습을 발견 하고는

걱정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승주야 그 눈빛은 제발...하지 말아줄래?.. 오빠가 날 보는 것 같으니깐...-


어느새 오빠를 닮아 있는 승주의 눈빛을 보면 잊으려 애썼던 오빠의 얼굴이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 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찢어진 오빠와 찍은 사진을 보며 옛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

승주의 걱정스런 눈빛에 승주 몰래 숨겨둔 오빠의 사진이 보고 싶었다.


"엄마..또 눈 아파서 우는거야?"

"응..엄마가 요즘 자주 눈이 아프네.."

"엄마 아픈 거 싫은데 자꾸 눈이 아프니깐..내가 호~ 해줄까?"

"아니 괜찮아..우리 승주 다 컸네..엄마 걱정도 해주고~ 다 컸으니 내일 아빠 보러가자~"


밤 늦게까지 승주는 아빠를 본다는 생각에 설레는지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 승주와 같이 점심을 먹고 포항으로 향했다.


오빠와 추억이 진하게 남아있는 월포 해수욕장에 가서 오빠의 추억을 되새기려 했다.


오빠와 마지막으로 타보고 처음으로 타보는 포항행 버스는

이제는 오빠가 아닌 오빠의 딸과 같이 가게 되었다.


포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승주는 잠이 들었고,

예전에 오빠가 잠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월포 해수욕장으로 향할 때 승주가 물었다.


"엄마 아빠 지금 어디있어?"

"........"



딸 아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승주야 아빠는 지금 엄마 가슴속에 있어..그러니 항상 엄마 곁에 있으니 승주 곁에도 있는거야..-


그렇게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을 했다.


바닷 바람, 바닷 공기가 예전에 오빠와 거닐던 그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옆에 오빠가 같이 걷는 듯한 착각도 들었고, 예전에 같이 앉았던 모래사장을 보며

그 때 오빠의 모습도 머리속에 생생히 떠올랐다.


오빠가 옆에 없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설레는 감정을 느끼던 중 딸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승주는 안 보이니? 엄마 눈에는 아빠가 보이는데.."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승주는 울면서 말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야..여기 아빠가 어디있어!!!"

"승주야 울지마..아빠 사진 보여 줄께.."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둔 오빠와 놀이 동산에서 찍었던 찢어진 사진을 꺼내려는데

승주가 저 멀리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저 아저씨가 아빠야?"


승주가 가르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오빠를 닮은 사람이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빠와 진짜 많이 닮았...진짜 오빠..인가??-


승주가 가르킨 사람이 다가올수록 그토록 그리던 오빠의 얼굴이였고,

그 옆에는 창식이 오빠도 같이 있었다.


오빠도 나를 보며 내가 맞는지 확인을 하는 듯 고개를 삐죽 내밀며 놀란 눈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지난 5년동안 꿈에서만 듣던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은주니?"

"오...빠 여기 웬일이야.."


오빠는 옆에 서 있는 승주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딸이야?"

"응..."


오빠는 승주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쁜 공주님 이름이 뭐야~"


승주는 오빠의 행동에 겁이 난 듯 내 뒤에 숨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승주 인데요.."

"아 그렇구나 이름 이쁘네..."


당황한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 숨어 있었고, 승훈 오빠는 약간 실망한 모습이였지만,

나에게 들키지 않으려 그러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희철이라는 사람 딸이구나.."

"응...오빠.."

"그 사람 이제는 잘해주니?"

"응..."

"많이 변했네...우리 은주..."

"그런데 오빠는 그대로네.."

"그래 잘가 은주야...."

"오빠도...."


승훈 오빠 딸이라고 제발 나에게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빠를 보는 순간 무척이나 작아진 내 모습에 차마 입을 열수가 없었다.


-오빠는 여기 왜 왔어...설마 아직도 나 때문에 온 거는 아니지??-



그렇게 그저 그렇게 아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갈 때 뒤에서 오빠가 달려 왔다.


"은주야 나중에 내가 밥 사줄테니깐 전화번호좀...가르쳐주라.."


오빠가 나에게 번호를 물을 때 한참 자고 있던 심장이 깨어난 듯 심하게 요동을 쳤다.


하지만 나의 왼쪽 눈은 떠지지가 않았다.


-오빠를 또 다시 만나면 내 눈을 보며 얼마나 속상해 할까..아니 속상해 하긴 할까?-


이런 저런 여러 고민 끝에 내 번호가 아닌 전혀 다른 번호를 가르켜 주었다.


그리고 휴대폰에 틀린 번호를 저장을 하는 오빠를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오빠를 늘 보고 싶었는데..오빠를 이렇게 만나니깐...내가 너무 창피해..."

"난 좋기만 한데...항상...아니 나중에 전화 할께.."


그리고 승주가 내민 손을 잡으려 할 때 긴장한 탓에 한 쪽 눈으로 촛점이 맞지 않아

허공에 손을 헛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승주가 내게 물었다.


"엄마 또 눈 아퍼?"


급하게 오빠에게 인사를 하며 다시 승주의 손을 잡고 도망치 듯 그 자리를 피했다.


-오빠가 눈치를 챘으려나..못 챘겠지??-


혼자만의 위안을 하며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바다를 보며 신기해 하는 승주에게 물었다.


"저 아저씨 얼굴 기억 할 수 있겠어?"

"응~ 엄마..그런데 저 아저씨 아빠 아니야?"


-승주야 꼭 기억해..저 사람이 네 아빠야...-


하지만 승주에게 진실을 말해 줄 수가 없어 거짓말을 했다.


"응..아빠 아니야..그냥 엄마 친구야.."

"그럼 아빠는 어디 있어?"


또 그렇게 투정을 부리며 울려는 아이를 꼭 안고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엄마가 진짜 미안해..."





-남자 이야기 -




회사를 그만 두고 대구로 와서 은주를 보냈던 그 아파트에서 늘 은주의 모습만 보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은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희철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은주에게 전화를 하려 해도 희철이 받을 건 당연했기에 전화조차 할 수가 없이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은주야...오빤 정말 네가 보고 싶어..-


그렇게 오랜 기간을 은주를 보낸 그 아파트에서 기다리다 혹시나 칠곡에 있나 싶어

은주 부모님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은주 부모님 집에는 이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어떻게 된거지...은주야..너 진짜 지금 어디 있니..-


그렇게 은주만 기다리던 중 혹시나 은주가 포항에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지칠 만큼 지쳐 다시 포항으로 가려했다.


-아직도 희철과 같이 사는 거니? 오빠는 항상 그 집에 있을테니 언제든 힘들면 언제든지 와...-


하지만 그 이후로 은주를 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연락도 없이 은주가 불쑥 찾아 올까 싶어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항상 집에서

은주를 그리며 기다렸다.



그러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다.


항상 은주를 그리다 보니 은주가 내 옆에 어느 순간부터 있었다.


밥먹을 때는 식탁 맞은 편에 은주가 앉아 있었고,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면 내 옆에서 나를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운전할 때는 조수석에서 머리칼을 날리며 창밖을 보고 있었고,

잠을 잘 때도 옆에서 귀여운 미소로 나에게 말했다.


『오빠 잘자~』



그렇게 은주의 환상에 사로 잡혀 폐인처럼 살고 있는 중에

창식이는 한번씩 나에게 찾아와 정신을 차리라며 늘 말해왔었다.



그렇게 3년이 더 지났다.


그렇게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엄마가 포항 집으로 아버지와 같이 찾아왔다.

엄마는 집안을 둘러보며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버지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훈아...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었니?"

"요즘 은주와 같이 지내고 있어요..."

"이것아!! 거울 좀 봐..은주는 무슨 은주야!!"


그리고 엄마가 약간 흐느끼 듯이 말했다.


"엄마가 잘못했다...엄마가 잘못했어..제발 정신 좀 차려..."

"엄마...이젠 괜찮아요...요즘 너무 좋은걸요.."


아버지가 나의 옷깃을 잡고 욕실로 끌고 가서 거울에 내 모습을 비쳐 주고는 욕실을 나갔고,

내 옆에는 22살의 처음 봤을 때의 은주는 여전히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거울을 봤을 때는 34살의 주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내가 서 있었다.



은주를 보며 말했다.


"우리 은주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이쁘네~"


은주는 귀엽게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는 왜 이렇게 나이가 들었어..』


"그러게 은주는 그대로인데 나만 나이가 드는 것 같네..그래서 이제는 진짜 너를 놓아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세수를 하고 욕실을 나서서 부모님에게 말했다.


"저 내일 대구에 올라 갈께요,..."



내 말을 들은 엄마가 나를 안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잘 생각했어..."

"대신 오늘은 어디 가볼 곳이 있어요.."

"그래~ 그래~ 오늘 다 정리하고 내일 대구로 올라와서 새로 시작하자~"


-은주야 너와 추억을 만들었던 곳에서 이제 22살의 항상 이쁜 모습의 은주를 보내려 해..-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때는 우리는 같이 죽을 때까지 같이 하자..그 때는 희철이 아닌 나에게 시집을 와야해~-


부모님을 보내고 은주와 추억을 만들었던 월포 해수욕장으로 가려할 때 창식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뭐해요?"

"은주를 찾아 헤매던 걸 그만 두려고.."


창식이의 걱정이 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 지금 어딘데요?"

"왜 같이 보내주게?"

"방금 지수에게 전화가 왔는데 부모님이 포항에 오셨다길레 걱정되서 전화 한거예요~"

"그래 지수는 요즘 잘 지내고 있다던?"

"네..또 임신을 했다네요.."

"그래 결혼 하더니 잘 사니깐 좋네..."


-지수야 나 때문에 너도 많이 힘들었지? 너도 잘 살아야해...-


잠시나마 지수를 떠올릴 때 창식이가 말했다.


"그나저나 형이 제일 걱정이예요!"

"이제 걱정 안해도 돼.."

"기다려요 지금 바로 갈께요~"


1시간 정도 지나서 창식이는 집으로 찾아왔고, 출발하려 할 때 창식이는 조수석에 앉으려 했다.


"창식아...거기는 은주 자리니깐..뒤에 앉아.."

"형!! 제발!! "


약간의 큰소리를 지르는 창식이를 보며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제발 정신 차리라고?? 오늘만..오늘이 마지막이야..그러니 그냥 넘어가자.."


"......."



월포 해수욕장에 가는 길에 조수석의 은주는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은주와 추억을 만들었고,

은주를 떠나 보내려는 월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걸었다.


예전에 은주가 했던 한마디 한마디가 귓가에 생생히 들렸고,

22살의 은주는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지금도 나 떠올리고 있지?』

"응 혼자서 가슴으로 떠올리는 것을 보니 널 추억하고 있나봐.."


이렇게 그녀를 보내려고 준비를 하던 중 저 멀리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 오는 여자가 보였다.


-은주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변하겠지..-


그런데 옆에 있던 창식이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형..형...저 앞에...저 앞에.."

"저 앞에 뭐?"

"은주 같은데요?"

"뭐??"


그리고 고개를 내밀며 자세히 봤더니 정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은주였다.

급하게 그 앞으로 걸어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혹시 은주니?"

"오...빠 여기 웬일이야.."


-은주야...진짜 은주구나...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변했니...-


은주의 변한 모습에 속상한 심정을 들키지 않으려 옆에 있는

희철의 딸처럼 보이는 아이를 가르키며 물었다.


"딸이야?"

"응..."



그리고 가만히 보니 은주를 지나치게 많이 닮은 듯 보였다.

아이가 귀여운데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에서 자꾸 찌릿한 느낌이 났다.


"이쁜 공주님 이름이 뭐야~"


눈 높이를 맞추려 숙인 내 모습에 겁을 먹은 것 같은 아이는 은주 뒤에 숨어 말했다.



"강..승주 인데요.."


-아 그렇지...희철이라는 사람의 성이 강씨였지...-


왠지 쳐다 볼수록 은주를 닮아서 그런지 미소가 지어졌다.


"아 그렇구나 이름 이쁘네..."


하지만 이제는 희철의 아이를 가진 은주를 진짜로 놓아주어야 할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희철이라는 사람 딸이구나.."

"응...오빠.."

"그 사람 이제는 잘해주니?"

"응..."

"많이 변했네...우리 은주..."


-얼굴이 너무 상했어...세월이 이렇게 너를 난자 한거니? 얼마나 고생을 했기에...-


전화번호를 묻고 싶었지만 이제 아이까지 있는 은주에게 용기를 내어 선뜻 물어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은주의 표정은 굉장히 슬퍼 보였고,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오빠는 그대로네.."

"그래 잘가 은주야...."

"오빠도...."


그렇게 뒷 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은주를 이렇게 보내면 영원히 다신 못 볼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은주에게 달려가게 되었다.


"은주야 나중에 내가 밥 사줄테니깐 전화번호좀...가르쳐주라.."

"응 오빠...010-1234-5678 "


은주가 불러주는 번호를 저장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 때 떨리는 목소리로 은주가 말했다.


"오빠를 늘 보고 싶었는데..오빠를 이렇게 만나니깐...내가 너무 창피해..."


-나도 늘 보고 싶었어..은주야 이제는 말로는 뱉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죽도록 사랑해..-


가슴으로 사랑한다고 여러번 외치며, 슬픈 눈빛을 하고 있는 은주에게 말했다.


"난 좋기만 한데...항상...아니 나중에 전화 할께.."


그런데 이상하게 은주가 아이가 내민 손을 잡는 모습이 어설퍼 보였다.


-혹시..은주야..눈에 이상이 있는 거야??-


깜짝 놀랄 때 승주라는 아이가 말했다.


"엄마 또 눈 아퍼?"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도망치 듯 멀어지는 은주를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갑자기 예전에 희철이 말한 은주를 영원히 괴롭힌다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진짜 다음 생에는 우리 헤어지지 말자....-



은주가 저 멀리 사라진것을 확인하고, 은주를 완전히 보내려고 할 때 어느 순간 옆에 서 있던

22살의 은주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 죽을 만큼 사랑해..』


그리고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할 때 22살의 은주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내 마음에서도 은주를 추억만 빼고 완전히 보낸 것이였다.


정말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한 남자가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하면 그 여자가 곁에 없어도

같은 하늘 아래에 존재 한다는 이유와 그녀의 추억을 가진것 만으로

나는 여전히 서로 사랑라는 거라고 믿기로 했다.


-나도..죽을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떠나지..-

-예전에 네가 했던 말이 맞나봐 달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데 가까이에서 보면 실망한다는 거..-

-진짜 애절한 사랑과 달은 멀리 있을 때 아름다운가봐..오늘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항상 22살의 나만의 은주를 떠올렸을 건데..-

-지금의 네 모습을 보니 너무 슬프다...잘가 은주야..-


그렇게 은주를 보내고 다시 창식이와 차를 탈 때 뒷자석에 타려는 창식이에게 말했다.


"창식아 이제 앞에 앉아..."

"형 괜찮겠어요?"

"그럼~ 이제 새로 시작해야지.."


그렇게 새로 시작을 하려 집으로 향했다.


한 20분 정도 운전해 갈 때 창식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

"왜?"

"아까 그 아이 봤어요?"

"아~ 승주?? 은주 정말 닮았던데.."

"아뇨..그게 아니라...내 눈에는 형을 닮았던데...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어요.."


창식이의 말에 예전 포항에서 은주와 하룻밤을 보낸 기억이 나서

깜짝 놀라 차를 세우고 창식에게 화를 냈다.


"야!! 그 걸 이제 말하면 어떻하냐!!"

"아까 번호 받으셨던데 전화해봐요 형~"



차를 세운 상태에서 바로 은주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기에서는 딱딱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


-은주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니 이 번호는 뭐고 그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건데...-


갑자기 조금 전에 은주가 했던 말이 아른거렸다.



『오빠를 늘 보고 싶었는데..오빠를 이렇게 만나니깐...내가 너무 창피해』


연락처만 알면 내가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을 것 같았던 지난 날의 은주가

이제는 물을 쥐면 손가락 사이로 흐르듯 나에게서 흘러가는 슬픈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아직까지 모래사장에 은주가 있을까 싶어 급하게 차를 돌려서 아까 만났던 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아무리 창식이와 뛰어다니며 찾아봐도 은주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럼 아직 멀리 못 갔을거야..-


월포 해수욕장에서 대구를 가려면 터미널로 가야하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급하게 포항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다시 창식이와 같이 여기 저기 찾아도 터미널 안에는

은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을 진정하려 섰을 때 터미널 안 쪽 좌석에 승주의 앉은 모습이 눈에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승주에게 다가갔다.


"승주야 안녕~"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고, 나는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엄마는 어디 갔어?"

"아이스크림 사러 갔어요.."


승주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렇구나...오늘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왔니?"


갑자기 승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아빠 없어요...아빠 보러 여기 왔는데 아빠가...아빠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며 말했다.


"뚝~ 그만해 승주야~ 승주가 울면 엄마 속상하겠다.."


그러자 승주는 서럽게 울던 울음을 조금씩 멈췄고, 말을 돌리려 다른 걸 물었다.


"승주 이름 이쁘네~ 이름 누가 지었어?"

"엄마가 지었어요..아빠 이름 승훈이랑 엄마 이름 은주 하나씩 넣었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별 생각 없이 물었는 말에 대답을 한 승주의 말을 듣고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몰래 눈물이 나올려고 해 승주를 안았다.


안겨 있는 승주는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


승주의 물음에 떨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아저씨가 아니라...아빠란다..진짜 승주 아빠.."


승주를 꼭 안은 중에 승주 등 뒤에 콘 아이스크림 2개를 양 손으로 들고 오던 은주가 보였고,

나에게 안겨있는 승주를 보고 놀라며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며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울고 있었다.

난 떨리는 발걸음을 은주에게 다가서며 은주를 꼭 안으며 은주의 귀에 대고 살며시 말했다.




"죽을만큼 사랑해.."





45부 마지막 끝..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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