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의 자매들 1) RMS Olympic

와일드페이퍼 작성일 13.05.13 0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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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S TITANIC 이야기는 더이상 선박/해양사를 다루는 글에서는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는 배입니다.

어떤 분들은 흑백필름시대의 여객선이라고 하면 타이타닉말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너무나 유명했던 그 배의 이야기를 저도 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다루고는 싶지만 이미 수많은 분들이 우려먹을대로

우려먹고 그 이름의 'T'자가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이야기인지라 너무 식상할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 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이타닉의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어쩌면 몇몇 분들은 이들의 이름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타이타닉과 같은 설계로 만들어진

RMS OLYMPIC(올림픽)과 RMS GIGANTIC(자이갠틱)의 이야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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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CLASS 1호선, RMS OLYM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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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RMS TIT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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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RMS GIGANTIC. 이것들,, 다 똑같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는 사진이죠. 하지만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세 척의 차이점을 벌써 찾아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탄생 배경

올림픽급 세척의 소속사인 WHITE STAR LINE은 1869년에 설립되어 19세기 초에는 이미 CUNARD(큐나드)와 함께 영국 여객선 회사의 양대산맥중 하나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기선에 의한 대서양 횡단 항해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던 단계였던 1909년 무렵, 회장 Bruce Ismay는 경쟁사 큐나드가 운영중이던 RMS Lucitania 및 RMS Mauretania보다 더 크고 고급스런 배를 대서양 항로에 투입해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길 원했습니다.

이스메이의 이러한 욕구는 Harland and Wolff 중공업의 회장, William Pirrie의 요구와도 잘 맞아떨어졌고,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당대 최대 - 최고급 여객선, 올림픽 자매들이었습니다. 136837367465051.jpg
Bruce Ismay(1862 - 1937), 실제 인물과 영화 Titanic(1998)에서의 이스메이(Jonathan Hyde 분). 적절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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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nard사의 호화 여객선 Mauretania, Olympic이 등장하기 전까진 얘가 세계 최고였습니다.

한발 앞선 기술

Harland and Wolff 중공업측에서는 여러 면에서 경쟁선박인 Mauretania에 비해 좀 더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몇가지 기술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중 한가지가 선내 공기 순환을 위해 사용하는 통풍구(ventilator)의 크기를 줄이고 대신 당시로선 생소하던 centrifugal 형의 송풍기를 통풍구에 결합하여 공기가 팬을 통해 강제순환될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오늘날 말하는 MECHANICAL VENT.의 개념이죠.(올림픽이 이 시스템을 적용한 최초의 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굴뚝 네개 중 맨 뒤의 하나는 다른 세 놈들 처럼 배의 엔진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통풍시스템과 연결이 되어있어 또 하나의 대형 통풍관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136837538478997.jpg
TITANIC 호 모형의 VENTILATION DUCT 부분. 모리타니아호 사진과 비교해보면 통풍구(VENTILATOR)의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졌음을 볼 수 있고, 초보적인 형태의 Mechanical Ventilator형태도 엿보입니다

또, 모리타니아호가 증기 터빈엔진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올림픽과 타이타닉은 증기 실린더 엔진(Reciprocating)과 저압 터빈엔진을 혼합하여 연비를 높였습니다.(주1) 뿐만 아니라 순항속도 20knot라는 뛰어난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이스메이가 타이타닉의 대서양 횡단시간을 4일 정도로 생각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보세요)

설계자들과 소속사측에서는 이 올림픽 시리즈에 무척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알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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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아가씨는 콧방귀 한번 뀌는 걸로 그런 노력들을 간단히 무시때려주십니다.^^

"..It doesn't looking bigger than Mauretania."-Rose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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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중인 올림픽(오른쪽)과 타이타닉(왼쪽). 당시에는 진수를 준비중인 배는 사진빨을 잘받게 하기 위해 흰색 또는 밝은 회색으로 도색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네요. 흑백필름시대의 뽀샵질이라고나 할까^^

타이타닉이 침몰한 후

 자매선인 타이타닉이 침몰한 이후 올림픽호는 타이타닉과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자료화면', '보도자료'용으로 올림픽의 사진이 각종 언론매체에서 쓰이게 된 것이죠.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타이타닉 관련 기록화면중에는 실제로는 올림픽호를 촬영한 것들도 일부 보입니다.

특히나 영상자료의 경우에는 선수, 선미에 흰 글씨로 적혀있는 선명을 교묘히 모자이크 처리하고 타이타닉 자료라고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136837557260146.jpg
어차피 배 이름만 빼면 타이타닉과 올림픽을 구분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타이타닉의 침몰과 후처리과정에서 발견된 설계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련의 조치가 올림픽호에 즉각 반영되었습니다.

먼저 타이타닉 사고시 물이 1개 수밀구역을 가득 채우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밀격벽을 B-Deck 까지 연장하였고(2편에서 자세히 소개), 기관실 안쪽의 선체를 이중 선체로 개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구명정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전쟁시의 공훈

타이타닉호 재난이 어느정도 보통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갈 무렵인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온 세상이 그야말로 '포화속으로' 내던져지게 됩니다. 올림픽호의 소유주였던 White Star Line은 지난 날 타이타닉 사고도 있고 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금쪽같은 이 배를 조용히 짱박아놓고자 Belfast로 불러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우수한 성능의 배를 해군성이 그냥 놓아둘리는 없었겠죠. 올림픽호는 1915년에 해군에 징발되어 병력수송선(Troop Ship)으로 용도가 변경되었고, 자체 방어를 위해서 주요 요소에 4.7인치 함포등의 무장을 설치하였습니다.

 사실,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에서 수많은 병력과 장비를 효과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올림픽과 같은 대형 여객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애시당초 이런 민간선박들은 유사시 군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군성과 계약이 되어있는 상태였던지라, 올림픽을 비롯하여 큐나드의 루시타니아, 모리타니아등 수많은 여객선들이 연합군의 병력을 아메리카 대륙에서 영국으로, 또 영국에서 유럽본토로 실어나르기 시작했습니다.136837562761787.jpg
1차 세계대전 시기의 올림픽,1917년 무렵. 독특한 형태의 위장 도색이 눈에 띕니다.

1916년에는 캐나다 정부에 임대형식으로 공여되어 캐나다군을 영국으로 실어날랐습니다. 그리고 1917년에는 더 큰 화력의 함포를 배에 추가하였고, 윗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dazzle pattern으로 불리는 위장도색을 하였습니다. 올림픽호가 본격적으로 해상 수송전력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죠.

심지어는 전쟁기간동안 여객선으로는 전무후무한 대 전과를 올리게 됩니다.

 1918년 5월 12일 오전에는 미군 병력을 싣고 프랑스로 향하던 항로에서 독일 해군의 잠수함(U-103)을 발견하고는 탑재되어 있던 6인치 함포로 선제공격에 나섰습니다. 당시 U-103은 올림픽을 먼저 발견하고 어뢰공격을 준비중이었는데 뭐가 잘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공격에 실패한 잠수함이 뒤늦게 잠항을 시도하자 올림픽은 빠른 속력을 이용하여 충돌 공격을 시도하였습니다.

 수심 30m정도에서 잠망경만 물 위로 내놓고 도주중이던 U-103을 올림픽이 따라잡어 먼저 잠수함의 함교부분(Coning Tower)를 선수로 들이받고 이어서 올림픽호의 좌현 프로펠러가 잠수함의 선체를 잘게 썰어(Sliced)버리면서 잠수함은 그만 부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은 전쟁기간중 민간선박이 군함을 격침시킨 유일한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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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eller sliced.. U-103의 선체가 이렇게 되었단 얘기네요

 그 후에도 올림픽은 계속해서 무사히 수송임무를 수행했고, 훗날 보고에 따르면 전쟁기간동안 무려 20만명이 넘는 군인들을 전쟁터로 실어날랐다고 하네요.

전쟁이 끝난 뒤

 전후 White Star Line으로 복귀한 올림픽호는 당시 시대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내부 의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계속해서 미국 이민자들 및 여행객들을 실어날랐습니다. 그 때 이미 다 침몰해버리고 없던 자매들, 타이타닉과 자이겐틱에 비하면 더할나위없이 평화로운 여생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136837583452565.jpg
말년에는 등대선(Lightship)을 들이받기도 했지만...(1934년 5월 15일)

하지만 올림픽호의 종말은 다소 허무하게 찾아왔습니다. 타이타닉 재난 및 1차대전으로 인한 손해를 미처 회복하기도 전인 1930년대, 대공황 시대를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승객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더이상 선단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던 White Star Line은 영국정부의 권고로 당시까지도 티격태격하던 큐나드사에 전격 인수합병(1934년)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합병후 Cunard White Star(훗날 Cunard로 통합)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했고, 올림픽을 비롯한 몇몇 여객선들이 이 바람에 싼값에 고철로 매각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136837591957704.jpg
사우스햄턴(Southampton)에 계류된 올림픽(왼편)과 모리타니아(오른편). 왕년에 경쟁자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함께 해체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136837595491985.jpg
아일랜드의 Inverkeithing 해체 조선소로 예인되어오는 올림픽, 최후의 항해

1937년, 올림픽호는 아일랜드의 선박해체소, Inverkething 조선소에서 그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는 조용한 최후였으나, 나머지 두 자매들에 비해 평온한 최후였습니다.

 

올림픽호의 유품들

시대를 풍미했던 화려한 경력 때문인지, 아니면 바다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고를 낸 배와 동일한 선박인 때문인지 올림픽에 사용되었던 내자재들은 해체되자마자 경매에 부쳐져 오늘날까지도 당시의 명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노섬벌랜드(Northumberland)에 위치한 White Swan 호텔인데, 올림픽호의 1등실 식당에 썼던 자재들을 가져다가 호텔의 한쪽을 꾸며놓고 있습니다. 136837601698187.jpg

White Swan 호텔의 '18세기 라운지'(18th Century Lounge)

 한편, Celebrity Cruise사의 최신형 크루즈선, '밀레니엄(Millennium)' 역시 올림픽호에 있던 'A La Carte'식당의 자재들을 가져와서 최고급 식당에 그대로 얹어놓았습니다. 식당 이름이 숫제 Olympic Restaurant 이네요136837607493658.jpg
Celebrity Millenium(91,000 GT), 2001136837610970544.jpg
Olympic Restaurant, Celebrity Millenium

 출처 : http://grecore.blog.me/14011144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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