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 [97876] 통쾌한 Ssul 보고 생각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

앙규 작성일 13.05.28 10:35:20
댓글 5조회 4,566추천 6

저 아래 통쾌한 Ssul 이라고 백화점에서 누추한 차림으로 도둑으로 몰렸다가 통쾌하게 복수하는 글 보고 생각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짱공에도 몇년동안 거의 글을 적은적이 없는 저로서 용기내 한번 적어봅니다.

글재주가 없어 재미가 없거나 이해가 안될 수도 있어 걱정이 되긴 하지만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때는 1988년. 여름 방학때입니다. (간결한 진행을 위해 간간히 현재형을 섞어서 서술하겠습니다.)

저는 이때 초딩6학년이었고, 이때 방학숙제중에는 미술관같은데를 다녀와서 관람후기를 적는것이 있었습니다.

방학이라고 맨낭 놀다가 막상 개학할때가 되니 숙제를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기더라구요

일기도 걱정이되고, 탐구생활도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일기와 탐구생활은 개학 이틀전정도 되기전까지는 시작하지 않게되죠 ㅋ.

먼저 할 수 있는 숙제중에 가장 만만한건 역시 돌아다니는거!

단짝친구 신XX군과 저는 둘이서 백화점에 갔습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큰 백화점 맨윗층에서 무슨 미술전같은거를 했습니다.

(미술전인지 무슨 물고기 전시회인지 솔직히 잘 기억은 잘 안납니만 미술전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단지 방학숙제 목적으로 미술전 플렛을 받을 생각이었고 게다가 공짜입장이라서 그곳에 친구와 둘이 갔습니다.

 

친구와 전 미술관에 가서 간단하게 미술작품을 보고 나왔습니다. (봤다기 보단 그냥 한바퀴 잽싸게 돌았죠)

오랫만에 백화점에 가니 에스캘러이터도 맘대로 탈 수 있고 좋았었습니다.

백화점 꼭대기층에서 한층 한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중간에 시계코너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는 보통 한층 한층 갈아타는구간을 반바퀴 걷게 구조가 돼있지요? 그렇게 해야지 사람들이 상품을 보고 충동구매라도 하게 할 목적인지, 아니면 건축적인 필연적인 구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와 시계를 보며 이게 이쁘네 저게 이쁘네 얘기를 하고 또 옆매장 시계도 보고 이게멋지네 저게 멋지네 하고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면서 방금전에 구경한 매장에서 DP해놓은 시계가 하나 없어졌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때 상황이 난처하더라구요.

그때는 우리가 도둑으로 지명된것도 아니기때문에 그쪽에 가서 해명하기도 뻘쭘하고, 그렇다고 어디론가 성급히 가기에는 오히려 도둑이 된것같구.

그래서 친구와 저는 그 근처에서 한동안 계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계구경을 하다가, 어느정도 한 5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밑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때, 에스컬레이터에 타 있는 우리를 뒤에서 덩치큰 양복입은 남자가 어깨동무를 합니다.

초딩6학년 2명을 덩치큰 아저씨가 어깨동무를 하니 순간 겁이 나더라구요. 잘못한거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죠.

그 아저씨는 저희를 이상한 창고로 끌고가더니 훔친거 내놔라 협박을 합니다.

거기에는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몇명 더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일반 사무를 보거나 보안업무를 보는 사람들이었겠지만

초딩 6 입장에서 보면 넘버3 박상면급 조폭입니다.

겁에 질린 우리는 이때부터 질질 짭니다. 무서워서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그냥 웁니다.

안훔쳤다고 해명해도 소용없습니다. 이사람은 우리를 분명 도둑이라고 믿고있으니까요.

순간적으로 친구에게 미안하게도 '혹시 친구가 슬쩍한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해명하는 방법은 전부 까는거죠.

주머니 다 털리고, 가방 다 털어서 결백을 증명하고 그 아저씨에게 사과도 받았습니다만

우리를 도둑으로 몬 그 여자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도둑이 아니면 어떻할래?', '니 그말에 책임질 수 있어?', '경찰 불러' 이딴거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친구와 저는 그 아저씨가 사주는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쥐고 나왔습니다.

눈은 뻘개지고 퉁퉁 부은상태로요..

지금 돌이켜생각해보면 왜 찐따처럼 당하기만하고 울고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는 그랬네요.

 

에효, 막상 써보니 재미도 없고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줄요약>

1. 백화점에 갔다가 도둑으로 몰림

2. 남직원에게 끌려가서 겁먹고 소지품 다 털리고 오해 풀림

3. 보상으로 아이스크림 받음

 

 

 

 

앙규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