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에 쓰이는 강력한 탄소 섬유

가자서 작성일 13.06.17 14: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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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복에 쓰이는 강력한 탄소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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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중의 하나가 바로 총격 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지요. 전쟁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비록 촬영을 위해서 만들어진 장면들이지만 참 잘 만들어진 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에서 총격 씬을 보면 사람들이 이상한 조끼를 하나씩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무엇일까요? 바로 방탄조끼입니다.


방탄조끼는 날아오는 총알을 막기 위해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지금과 같이 총알을 막는 용도라기 보다는 전쟁 중에 수류탄이나 포탄에 의해서 생기는 파편을 막기 위해서 사용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전쟁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상이 이러한 파편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시가지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총알로 인한 부상이 많아지다 보니 방탄복이 파편뿐만 아니라 총알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방탄조끼에는 강철과 같은 단단한 금속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아주 단단한 금속을 사용해야 날아오는 강력한 총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금속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섬유들이 총알을 막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참으로 놀랍지 않으세요? 섬유로 총알을 막는 방탄조끼에도 과학의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는 총알을 막아주는 신기한 방탄복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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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불꽃처럼 나비처럼' 캡처]


혹시 세계 최초의 방탄복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고 계신가요?


1차 세계대전 혹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럽의 참전국이겠지 짐작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알고 보면 그 보다 더 일찍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바로 우리나라에서 말이지요. 1866년에는 조선이 서양세력과 전투를 벌인 병인양요가 있었는데, 당시 조선은 총보다는 칼이나 활을 주로 이용했지만 우리와 전투를 벌인 프랑스 군은 총기를 이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활이나 칼에 대한 방어가 뛰어난 갑옷은 있었지만, 총에 대한 방어가 가능한 갑옷이 없어서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그래서 흥선대원군은 총알을 막을 수 있는 갑옷을 주문하게 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면제배갑입니다.


면제배갑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면으로 만들어진 갑옷인데, 면 13겹을 겹쳐서 만든 방탄조끼입니다. 이 조끼를 만들기 까지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실험하였다는 문헌이 있는데, 면을 12겹 겹쳐서 만들 경우 총알이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13겹을 겹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탄조끼는 1871년 미국의 군대와 싸우게 된 신미양요 때 실제로 이용되었으며, 미군은 총알을 맞으면서도 계속 공격해오는 조선 군인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방탄조끼는 면으로 만들어져서 불이 쉽게 붙는 문제가 있고 물에 젖을 경우 너무 무거워져서 많이 이용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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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면이 있지만 면제배갑에서 사용한 총알을 막는 방법은 현대의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방탄조끼도 여러겹의 천을 겹쳐서 총알을 막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총알이 들어올 때 발생하는 운동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예를 들어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을 직접 손으로 잡으면 크게 다치지만 야구글러브를 이용할 경우 부상 없이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야구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면서 생기는 강한 힘을 글러브가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리로 총알도 막고 있는데, 여러 겹의 천이 겹쳐져서 총알이 가하는 강력한 힘을 분산시킵니다. 


튼튼하기로 유명한 강철도 두껍게 만들면 총알을 막아낼 수는 있지만 너무 무거워서 섬유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섬유를 이용해서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막아도 사람의 몸에 가해지는 충격까지는 완벽하게 막기가 힘들겠지요? 이 때문에 완충제를 이용해서 충격을 줄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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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초의 방탄복은 바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면제배갑이라는 사실을 아셨죠? 방탄복은 면제배갑 이후로 많은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현대에 쓰이는 방탄복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방탄복은 면이 아닌, 합성섬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합성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서 아주 강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라미드 섬유들은 방향족을 가지는 카르복시산과 아민을 결합시켜서 만드는 섬유를 일컫는데, 이들은 열에 강하고 잘 늘어나지 않으며 늘어나는 인장강도는 대부분 금속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5mm의 가느다란 실을 이용해서 2톤의 자동차를 움직이고 500도가 되기 전에는 불에 타지 않는 무적의 섬유이지요. 


이 때문에 이런 아라미드 섬유들은 강도를 높이는 보강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아라미드 섬유로는 미국의 듀폰사에서 만든 케블라가 있으며, 케블라는 강철보다 5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섬유는 방탄조끼 재질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아라미드 섬유처럼 방탄복에 많이 사용되는 섬유가 바로 폴리에틸렌입니다.  폴리에틸렌은 밀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누어 지는데, 밀도가 낮은 것은 저밀도 폴리에틸렌이라고 해서 LDPE라고 부르고, 밀도가 높은 것은 HDPE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폴리에틸렌보다 더 강력한 녀석이 있으니 UHMWPE, 즉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입니다. 


이 폴리에틸렌은 기존의 폴리에틸렌들에 비해서 분자량이 상당히 큰 녀석으로 충격에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UHMWPE로 섬유를 만든 뒤 방탄복에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대표적인 것이 네덜란드 DSM 회사에서 만든 다이니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강철보다 강한 섬유를 여러겹 겹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은 권총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탄복 섬유에 추가적으로 세라믹 판이나 강철판을 보강해서 소총이나 저격총의 총알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물질 외에도 특별한 물질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전단농화유체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물질은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말캉말캉한 젤리 같지만 갑자기 강한 충격을 받게 되면 단단해 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방탄복에 쓰이기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 값싼 방법으로 전단농화유체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어 차세대 방탄복 소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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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섬유가 사용되고 있는 방탄복은 조금 더 개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보다 더 강력한 섬유를 사용해서 다양한 총기에 대해서 방어력은 높이고 더 가볍게 만들어서 착용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함이지요. 최근에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섬유로 탄소섬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핀이나 카본나노튜브들은 그 특성이 기존에 알려진 물질보다 전기전도도나 강도 면에서 뛰어나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그래핀이나 카본나노튜브들은 강도면에서 기존의 강철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탄소섬유도 이 제품들처럼 강도가 강철보다 10배나 강하지만 무게는 강철의 2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고 열에도 강해서 방탄복의 소재로는 아주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방탄복과 유사하지만 검을 막는 방검복에도 이러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방검복은 총알과 달리 뾰족한 앞날이 섬유와 섬유가 배열되어 있는 사이를 뚫고 들어올 수 있어서 검을 막기 위해서는 꼭 안에 판을 넣어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기존의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판 대신 탄소섬유로 이러한 판을 제작해 넣을 경우 상당히 큰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게는 가벼워서 같은 중량대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소재로 안성맞춤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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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래의 소재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 카본나노튜브인데, 카본나노튜브를 실처럼 만들어서 섬유로 만드는 연구되고 있습니다. 카본나노튜브로 실을 만들면 실의 굵기가 상당히 얇아서 아주 촘촘하게 방탄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직물을 만들 경우 총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작아져서 방탄효과가 우수해지지요. 게다가 카본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정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어, 만약 이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다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방탄복 속에 숨어 있는 섬유과학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차세대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탄소섬유는 방탄복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에도 현재 쓰이거나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미래에는 탄소섬유로 이뤄진 자동차,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날이 오지 않을 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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