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준비는 심리전으로 시작했다.
3-4위전이 할일전으로 결정되자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큰눈을 하고는 또박또박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절대로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하면 안돼.칭찬하고 띄워줘.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하면 돼.
오케이?"
대체 무슨 말이지? 일본에 직격탄을 날려도 모자랄 판에 일본을 칭찬하라고 ?
선수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홍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홍감독이 이런 지시를 한 것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 한국 선수들을 잘 모른다"며
우리 선수단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콧대 높은 영국 언론들도 한국을 꺾으면 4강에서 브라질을 만난다며 한국은 안종에도 없다는 듯 김칫국을 마셨다.
이 소식을 들은 우리선수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뭐야? 우리를 무시해?""
뿔난 선수들은 미팅룸에 빙 둘러앉아 전의를 다졌다.
"긱스,쟤 나이 많잖아.늙었잖아,우리가 한번 발라버리자.tv에서나 보던 박지성의 맨유 시절 동료이자
38세 노장인 영국의 상징,라이언 긱스를 겨냥해 승리를 다진것이다.
피어스 감독이 의도했든 안했든 그의 도발은 우리 올림픽 대표팀의 결속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다부진 의지는 '축구종가'영국을 비탄에 빠뜨렸다.
이렇게 영국전을 떠올린 홍감독은 '일본을 칭찬하라'는 주문을 하고는 일본이 도발행기만을 기다렸다.
한일전 최종 훈련을 마친 뒤 김보경등 선수들은 홍감독의 인터뷰 지시를 잘 따랐다.
"일본 선수들은 스피드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기때문에 ..."
반면
조별 예선에서 세계최강 스페인을 1대 0으로 꺾는등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 일본은
아니나 다를까 의욕이 넘쳤다.
과유불급
일본은 우리를 자극했다.
골잡이 오츠 유키는 " 한국전에서 3골을 넣고 싶다"고 했고
기요타케 히로시는 "메달 없이 귀국하는 일은 없다"며 자신만만했다.
일본 언론은 이같은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홍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