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 픽션 80%
얼마 전, 우리 회사에 예전에는 친했지만,
한 동안 연락이 없어 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가 다른 부서로 입사를 했다.
간만에 본다고 오버하면서 쉬는 시간마다 우리 부서에 놀러오고
캔 커피도 사주고 그저 생각 없이 대하던 중,
토요일 저녁이었다.
집에서 김치를 볶아 소주를 마시려던 찰나에 그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하냐?"
"김치에 소주 마셔.."
"뭐? 참치에 소주라고?"
"아니, 김치에 소주라고!!"
그 녀석은 아주 크게 웃은 후,
김치 따윈 밥 반찬이라며 삼겹살에 술 한 잔 산다고 나오라는 것이었다.
공짜 술을 마다할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최근 나를 대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커피를 마시던 내 옆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는 모습,
화장실에서 같이 소변을 볼 때 고개를 쭉 내밀어 내 볼링 핀 같은 거시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표정,
지난주부터 같이 목욕탕가자고 조르던 목소리...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얼음송곳이 박히듯 팍팍 박혔다.
- 이 색히 내가 아무리 잘생겨도 그렇지... 남자 알레르기가 있는 나를 감히 좋아해? -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려 정중히 사양을 했다.
"그냥 난 김치가 좋아.."
"할 말도 있고.. 그럼 내가 너거 집 갈까?"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디로 나가면 돼?"
친구에게 집에서 따이느니 나가서 술 한 잔 마셔주려 했다.
술집 밀집 지역에서 친구와 만나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넌지시 물었다.
"할 말이 뭐야?"
"사실..."
- 이 색히 말 할 줄 아네. 뜸 들이는 게 보통이 아니구나.. -
- 어떻게 이 색히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지?? -
-그냥 주먹이나 날려버릴까? 오히려 때리고 맞고 그런 거 즐기는 스타일인가? -
친구는 부끄러운 듯이 수줍은 미소를 내게 보였고,
입에 넣었던 삼겹살 덩어리들이 달심의 요가파이어처럼 뿜어져 나오려고 그랬다.
친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거 부서에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던 아가씨 애인 있어?"
- 엥? 뭐시라? -
예상과 다른 친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그리고 이상하게 질투심도 느껴지는 것 같아, 내 손으로 내 뺨을 탁탁 쳤다.
-내가 저 색히에게 홀렸나..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좋다는 말이 왜이리 질투가 느껴지지?-
친구는 앞에 앉은 내게 고개를 쭈욱 내밀며 헤벌레 웃었다.
"좀 연결 좀 해주라...!"
"알았어..."
"고마워 2차는 내가 쏠게.."
그렇게 삼겹살집에 나와 2차를 빠에 갔다.
우리가 있던 곳에서 도로 맞은편 2층에 『술빠라』 라는 이름의 빠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곳에 들어서자 어두운 하늘색 조명에 제법 음침한 분위기의 빠였다.
테이블 앞에는 가슴이 파인 옷을 입었지만
볼륨이 없어 전혀 섹시하지 않은 앳되어 보이는 단발의 여자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가 어떤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테이블 앞이 아닌 배치 된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고,
이내 단발의 여자애가 우리 소파로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며 주문을 종용했다.
친구가 양주를 주문하자 그 앳된 여자는 곧 양주를 들고 우리 자리로 돌아와 또다시 내 옆에 앉아 술을 따라주었다.
"너 몇 살이야?"
내 물음에 보통 여자처럼 그 애도 내게 되물었다.
"몇 살처럼 보여요?"
갑자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친구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몇 살이야?"
"20살요~"
"대학생이야?"
"아뇨 고등학교 중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단 말을 자신있게 하는 모습에 성격이 독특할 것 같았다.
친구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중퇴했어?"
"아 그냥 제가 욱하는 게 좀 있어서.."
"어떻게 욱했는데?"
친구의 물음에 내 옆에 앉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자 앳된 그녀는 쳐다보는 내 얼굴에 보며 빙긋 웃으며 입술을 살짝 맞추며 말했다.
"이렇게 욱 했어요~"
- 정말 좋은 욱이다....! -
친구는 웃고 있었지만, 제법 부러운 눈치였다.
그리고 친구는 술을 한 잔 들이켜고 앳된 여자의 가슴부위를 유심히 보며 피씩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파진 옷을 입었어? 안에 뭐가 있긴 있어?"
“이래 뵈도 안에 뽕 넣으면 C컵 되요~”
여자의 말에 우리는 그저 웃었다.
그러자 앳된 여자는 흥이 났는지 손가락 검지와 중지로 V를 거꾸로 그리며
랩 가수를 흉내 내듯이 말했다.
“내 가슴은 에~이!”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이 여자 미친 것 같아.... -
가슴이 작다고 자랑하는 독특한 모습이 귀여워 빙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일 오빠가 고기 사줄게 연락해~"
"정말요?"
"응~ 내 소원이 예쁜 여자 입에 상추쌈 싸 주는게 소원이였거든~"
"그럼 그 소원 정의의 이름으로 제가 들어드릴게요~ㅋ"
-이 여자 진짜로 미친 건가? -
농담으로 뱉은 말에 그 여자애는 내게 명함을 하나 달라고 했다.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건네주니, 그 명함을 한 동안 유심히 보던 그 여자애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강 승훈~~~~"
"???"
"그냥 명함에 이름이 이뻐서 한 번 불러봤어요~"
"그래..."
조금 당황할 때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어이~ 에이~"
보통 에이를 에이라 부르면 기분이 나쁠 건데 오히려 이 여자애는 에이컵이 자심감의 원천인 듯 즐기고 있었다.
"노노!! 씨~이!!"
친구는 여자의 반응에 한바탕 크게 웃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씨~ 그런데 니 이름은 뭐야?"
"이름은 뭘까~~요"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 미친데다 지랄까지 하는구나...-
우리가 웃기를 바랬는지 그냥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자, 눈만 껌뻑껌뻑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양주들이 진열되어 있는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렇게 독특한 여자와 몇 마디 대화를 한 후, 친구와 술을 진탕 마시고 빠에서 나왔다.
집에 도착해 기절하듯 침대에 몸을 던졌고, 잠시 눈을 깜는다는 것이 다음날 날이 환할 때까지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잠에 빠져있었다.
책상위에 던져놓은 휴대폰 진동이 둔탁하게 들려와, 눈을 떠 벽시계를 보니 낮 1시에 시침이 놓여 있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책상으로 다가가 휴대폰 번호를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 있엇다.
"여보세요?"
"저 누구게요~?"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누군지 가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말하는 어투에 어제 에이가 생각났다.
"혹시 에이컵?"
"네~ 빙고!! 에이컵이에요~"
-자다가 정신없이 전화를 받아도 미친 것은 알 수가 있구나.. -
정신이 멍할 때, 그녀가 다시 말했다.
"오늘 고기 사 준다면서요~"
고기를 사준다고 빈말은 던진 것 같았는데 오늘이라고 말했던 기억은 나지 않아 모른 척 되물었다.
"내가 그랬었나?"
"아~이 씨이발!! 오늘 사준다고 해서 어제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같이 나가자 했는데.. 정말 그러기에요?"
-아이? 씨..발? 요것 봐라? 근데... 친구랑 같이?? -
기분은 나빴지만, 다른 여자랑 나온다는 말은 나쁜 기분을 무마 시켜버렸다.
"응~~ 오늘 고기 사줄게~"
에이의 웃음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왔다.
"오늘 오빠는 내꺼~"
"아니, 난 니 친구 꺼~"
"죽을래요?"
"......"
"오빠 누구 꺼?"
"응...오빠는 니꺼...
또 그녀의 웃음소리가 미친년처럼 앙칼지게 들려왔다.
"말 잘듣는 스타일은 내 스타일 아닌데 난 그냥 오빠 친구 할래요~"
-말...잘 듣는 스타일?? 진짜 이상한 년이네..-
친구를 소개 시켜준다는 말에 그냥 비위를 맞춰 주려했다.
"응..그래 내 친구 니꺼~ 니 친구 내꺼~ㅎ"
"그럼 저녁에 친구랑 같이 나와요~"
그렇게 그녀랑 통화를 끝내고 저녁 9시에 빠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8시쯤에 친구를 만나 미리 약속 장소로 나가니 그 여자애들 두 명도 먼저 나와 있었고,
멀리서 우리를 발견했는지 우리 방향으로 손을 흔들며 우리가 다가가는 방향으로 그녀들은 뛰어왔다.
에이는 뛰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같이 나온 친구는 우리에게 달려올 때 출렁거리는 그 느낌에
괜한 흥분이 되었다.
- 친구가 진짜 씨~이 구나.. -
일단 여기까지 입니다.
재미있으면 연결되고 재미 없으면 자삭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