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군대에서 멧돼지 본 Ssul

악질이~~ 작성일 13.08.08 16: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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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온 부대는 연천에 있는 전방 부대였습니다. 산속 깊이 위치해서 타인들의 출입이 매우 적은 부대였습니다.

 

사단장도 너무 부대가 외진 곳에 있어 제 군생활 내내 한번을 찾아오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때는 5년전 2008년 여름이었습니다.

 

분대장이 휴가를 나가는 바람에 다음 짬이었던 제가 대신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새벽 2시경 다음 경계 근무자들을 인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저희가 경계 근무를 하고 있던 탄약고쪽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통신보안, 행정반 병장 A입니다. 무슨일이야?"

 

"단결! 통신보안 탄약고 상병 B 입니다. 저 A 병장님... 다음 근무자 인솔하실때 조심해서 오시지 말입니다."

 

"왜? 뭔 일있냐?"

 

"그게... 멧돼지 한마리가 내려와서 짬통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 당시 군생활 동안 멧돼지를 몇번이고 보았던 저는 콧웃음을 치며 그깟 멧돼지 걱정 말라고 하고 크기를 물어봤습니다.

 

"야 멧돼지 한 두 번 보냐? 얼마난 놈인데?"

 

"그게... 저...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돼지?"

 

"왜 그래 얼마나 큰데? 많이 커?"

 

"이게... 저... 마티즈! 만합니다."

 

행정반에서 듣고 있던 저는 빵 터졌고, 졸고 있던 사관은 제 웃음소리에 놀라 깨어 났습니다.

 

제가 당직사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교대 경계병 2명을 인솔해서 상황을 판단해보라고 했습니다.

 

교대 근무병들과 멧돼지 이야기를 하며 탄약고 쪽을 향해 가면서 길 옆에 있던 취사장 쪽을 보다가 저는 그대로 굳어버렸습

 

니다.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될 짬통 옆에 정말 마티즈 만한 바위같은 물체가 보였기 때문입니다.(기억의 왜곡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 느낀 압박감은 진짜 마티즈만하다고 느낄만 했습니다.)

 

들썩들썩 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은 분명한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저는 그대로 행정반에가서 당직사관에게 보고하였고,

 

당직 사관은 새벽 3시경 부대에 있던 중대원 전원을 깨웠습니다.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비몽사몽 깨어난 병사들은 당직사관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당직사관은 이에 괘이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지금 탄약고 가는 길목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크기가 큰 놈인걸로 보아서 위험하다고 판단 되니까 최대한 조심해

 

서 산으로 쫓아보낼 수 있도록"

 

모두들 어리벙벙한 상태로 당직사관을 보고 있는데 당직사관은 각 분대 분대장들을 부른뒤 한 사람당 하나씩 진압봉을 나눠

 

주었습니다.

 

"저 당직사관님 이걸로 뭘 어쩌란 말씀이십니까?"

 

"뭘 어째 쫓아내야지"

 

새벽 3시경 진압봉을 쥐어든 분대장들을 필두로 100여명 정도 되는 인원이 맨손으로 멧돼지 쫓기에 투입되었습니다.

 

역시 군대가 무식하다고 느낄 상황이었습니다. 자칫하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공포탄 하나 쥐어주지 않은채 맨손으로

 

멧돼지 쫓기라니...

 

그래도 21~23살 정도의 혈기 왕성한 남정네들은 그 상황이 그저 웃기고 어이가 없을 뿐이었습니다. 당직사관이 농담으로

 

맨손으로 잡으면 무조건 휴가증 이라는 말에 정말로 들뜬 녀석들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실제 멧돼지를 본 뒤론 모두 공포에 질려 버렸습니다. 용기 있는 몇몇 분대장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

 

작하자 100여명이 되는 병사들이 고함을 쳐대며 멧돼지를 산으로 몰았습니다.

 

그 틈을 타 무사히 경계 근무병들을 구할 수 있었고, 힘든 새벽 2시간 넘게 근무를 선 경계병들에게 라면 하나씩 먹이고 재

 

웠습니다.

 

여름이 되서 휴가 다녀오면서 행군 중인 군인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글 하나 남겨보았습니다.

 

재미없었더라도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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