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의 진로나 진학문제로 받았던 스트레스나, 심리적 진흙밭같은 것들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성장하기에 바빴던 나를, 그리고 우리를 잠시나마 쉬게 했던 그 순간들이 그리워
친구들이랑 당연한 것처럼 엮어져 있던 일상들이 그립고
학교 가는 길, 익숙한 풍경을 보는일이 그립고
교문에 가까워지는 길목에서 내가 내고 들었던 ‘등교소리’가 그립고
비오는 날 아침, 하늘은 어두운데 형광등불은 밝고
밖은 추욱 가라앉았는데 안은 수선스럽던 그 분위가 그립고
가장 늦게 체육복을 갈아입고 가장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 바라보았던 빈교실의 모습이 그립고
수명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가던 빈 강당이 그립고
열려진 창문으로 교실에 불어오던 운동장의 체육시간 소리가 그립고
점심시간, 교정을 걸으면서 맞았던 햇빛의 온도가 그립고
5교시, 모든 목소리가 나른해진 교실 속 돌아가던 선풍기 소리가 그립고
오후수업이 끝난 방과 후, 청소도구함을 정리한 뒤 돌아봤던 교실의 모습이 그립고
교문을 나서며 바라보았던 노을 진 학교의 모습이 그립고
지는 해를 곁에 두고 나 또한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그립고
석식시간 친구와 이야기하며 올려보았던 저녁하늘이 그립고
몸은 지쳤어도 돌아가는 발걸음만은 가볍던, 야자가 끝난 뒤 하교길이 그립고
늦은밤 홀로 나를 반겨주던 집 근처 놀이터가 그립다
이 모든 것들이 있었던 내 십대가 그립다
다시 한번 그 하늘 아래의 학교 안에서
다시 한번 그 하늘 아래의 학교 안에서
옆자리 친구의 숨소리 들으며 기분 좋게 낮잠 들고 싶어
나는 내 학창시절, 내게만 있었던 하늘을, 담벼락을, 교문을, 교실을,
그리고 다수의 친구들 같은 걸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니야..
그 부분이 와해되는 것 같은데.. 상처받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