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결승전.
12만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골인 지점에 힘겹게 나타난 사람은
미국인도, 유럽인도, 독일인도 아니었다.
아시아 일본의 식민지로 있던
조선(Korean:한국)의 청년이었다.
그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물리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마지막 직선 코스를
사력을 다해 힘겹게
달렸다.
그의 이름은 손기정.
그의 뒤를 이어
미국의 하퍼가 들어오고,
또 다른 조선 청년 남승룡이 들어왔다.
조선의 청년 손기정과 남승룡이
올림픽 마라톤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손기정과 남승룡은
감격도 하지 않았고, 환호도 하지 않았다.
뛰는 동안 내내 자신의 발을 괴롭히던 일제의 신발을벗어 놓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시상대에 올라서도 손기정과 남승룡은
내내 고개를 숙였다.
스타디움에 일장기가 오르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손기정은 우승자에게 주어진 월계수 꽃다발로
자신의 옷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다.
꽃다발조차 없던 남승룡은
차라리 눈을 감아 버렸다.
1936년 8월 9일,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 서서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남몰래 울던 손기정과 남승룡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만 한다.
마라톤에 대한 우리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만이
그날의 조선 청년 손기정과 남승룡에게
그나마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기정은 1912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태어나
열 여섯살 때부터 압록강을 건너 중국 단동을 오가며 일을 했다.
가난 때문에 차비가 없어 늘 걸어 다니고 뛰어 다녀야만 했다.
그는 마라토너가 됐고, 올림픽에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