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터의 취지에 맞지 않게 여기에 이러한 글을 올리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저는 이제 의사된지 10년정도 된 지방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는 봉급쟁이 내과의사입니다.
최근 수일간 학회 참석을 하기 위해서 서울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더군다나 중소병원에 취직하여 진료실에 처박혀서 환자만 보다보면 연료가 다 된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내가 정말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하구나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오는데 그때쯤이면 항상 학회시즌이 되지요...
새벽기차로 서울에 올라와서 끼니를 챙겨 먹는거 잠오는거 다 포기하고 그래도 머 좀 배워갈꺼 없나하고 커피를 들이부어가며 학회자에 앉아서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일하시는 저명한 교수님들의 강의나 발표를 듣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배워가면 환자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람찬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보면...삼성이나 아산, 서울대 병원같은 크고 유명한 병원에서 강의하러 오신 교수님들이 발표할때에 무심코 또는 몰라서 쓰는(정말 몰라서 그러시는지 일부러 그러는 이유가 있는지...)어휘때문에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어떤말인가 하면....
바로 '저희나라' 라는 말입니다. 저는 분명히 국민학교에서 모국은 다른나라나 남에게 이야기 할떄 '우리나라'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것이 자기의 나라를 자부심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의 한 방편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이런 말을 잘 못 쓸 때 마다 정말 가슴에 답답한 무언가가 맺힙니다.
머..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말을 다른사람에게 지식을 전하고 모범을 보이는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이 쓴다는 것이 저를 심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왕따, 호구 배역을 맡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엄연히 일반 사람들을 계몽하고 이끌어야할 지도계층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지식이나 지능이 수위를 다투는 분들이 여러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말 하나 신중히 배려하여 쓰지 못하는 경우를 계속보다보니까...정말 학회장에 앉아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고 무기력하게 느껴 졌습니다.
그 선생님들은 도대체 가정교육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 길래 자기나라에 대해서 지켜야할 예의도 않지킨단 말일까요? 저같은 시골 촌부도 그런것은 아는데...지금까지 수년간 학회갈 때마다 그 단어를 들었더니 오늘은 정말 잠도 않오고 열이 뻗쳐서...급기야 코피까지 흐르더라고요...몇일 전에 감기가걸리긴 했지만...--;;
'저희 나라 통계에서 보시면', '현재 저희나라 상황에서는'...이런말을 아주 명석하게 생긴 분이 나긋한 목소리로 계속 연단에서 지껄이는 걸 보면...정말 자리에 벌떡 일어나서 소리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선생님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라고...하아....저같은 힘없는 지방의사가 그런 짓하면 아마 매장 당하겠지요...
그래도 여기에서라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풀어놓으니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강박적인 것은 아닌가 약간 걱정은 되지만...그래도 머 어쩝니까...성격이 그런데...
이런 저런이야기 너무 길게 싸질러 놓아 죄송하고요...그래도 사랑방 같은 짱공유라서 한번 지껄여 봤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