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산업공학과 4명, 손잡이·바퀴에 제동장치 달아 내리막서도 안전하도록 개조
230만원 들여 방학내내 작업… 70代 폐지수집 할머니에 선물
"아이고 이렇게 만드느라 너무 고생했겠어. 학생들 정말 고마워."
지난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고물상 앞에서 20여년 동안 폐지를 모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정남수(75) 할머니가 학생들의 손을 꼭 잡았다.
학생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리어카에 달린 브레이크와 사이드 브레이크를 어떻게 쓰는지 할머니께 가르쳐 드렸다.
"리어카 크기도 딱 적당하고 브레이크가 있으니 내리막길도 무섭지 않겠어.
" 정씨는 연방 고맙다며 학생들 등을 두드렸다. "잘 써주시면 저희가 감사하죠. 아프지 마세요 할머니."
할머니께 리어카를 기증한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함동우(24)·고준혁(24)·황희재(21)·이희재(20)씨는
지난 여름방학 내내 머리를 맞대 개조 리어카를 만들고 이를 폐지 줍는 할머니께 기부했다.
함씨는 지난 1월 '폐지 재생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한 컨설팅 회사 공모전에 참여하며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하루는 집에 가는 길에 힘들게 리어카를 끌며 오르막을 걷는 어르신을 봤어요. 폐지와 깡통 등이
가득 실린 리어카가 어찌나 무겁게 보이던지. 리어카를 끌기 쉽게 개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이 속한 기술 경영 컨설팅 동아리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스스로 리어카를 개조하고 나중에 기부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이들은 '시장조사'부터 시작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많은 서울 용산 전자상가 주변을 찾아 하루에
두세 시간씩 폐지를 줍고 직접 리어카를 끌며 불편한 점을 찾아나갔다.
TV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고물상도 찾아가 개선할 점을 물었다.
이들이 생각한 첫 아이디어는 리어카에 엔진을 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엔진을 다는 건 비용도 문제지만
폐지를 모아 생계를 잇는 어르신들이 기름값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대신 리어카에 보조 바퀴를 달아 회전력을 높이는 아이디어, 리어카 손잡이와 리어카 본체 부분을
열차 객차들이 서로 이어지듯 연결해 곡선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아이디어, 비 오는 날 폐지가 젖지 않도록
자동으로 접는 비닐을 설치해 천막을 만드는 아이디어 등을 궁리했다.
개념도와 간단한 설계도도 모두 그렸고 기계공학과 교수들을 찾아 조언도 구했다.
학교 산학협력사업단에서 지원금 300만원도 받았다.
함씨는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아직 우리 실력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것이 많아 아쉬웠다"며 "리어카는
저소득층이 이용하기에 너무 비싼 장비를 달 수도 없어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했다.
오랜 궁리 끝에 이들은 리어카에 브레이크와 바퀴 회전을 통제하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달기로 했다.
고씨는 "리어카는 무엇보다 오르막 내리막에서 사고가 자주 나 위험하다"며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리막을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또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 오르막에서도
리어카가 굴러떨어지지 않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을지로, 구로동 일대 공업사를 찾아다니며 리어카를 개조했다.
원래 리어카 가격 15만원에 개조비를 포함해 총 230만원이 들었다.
자문했던 고물상을 통해 리어카를 기증할 할머니를 추천받았고, 그게 바로 정씨 할머니다.
이들에게 리어카를 받은 정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오후 늦게까지 매일 폐지를 모아
하루 1만원도 벌기 어려운데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생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 큰 선물을 받은 건 오히려 우리"라고 했다.
함씨는 "'브레이크 리어카'는 여러 대를 한꺼번에 만들면 제작 단가를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 잘 개선된 리어카를 여러 대 만들어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나저나 리어카에 탄 여학생 참 이쁘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