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는 낡고 허름한 등산복을 입은
지게꾼 아저씨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설악산 주요 등산로에 있는 매점과 휴게소,
산장에 각종 물품을 운반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160도 채 안 돼 보이는 키에 머리숱이 듬성듬성한 아저씨.
그가 설악산에서 지게일을 한 것은 열 여섯 살 부터였다.
그는 그때 이후로 40년 이상을 설악산을 지켰다.
그는 LPG 가스통을 비롯해서 수많은 짐들을 지게에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설악산을 오르고 내린다.
그가 그렇게 힘들게 짐을 나르면서 손에 쥐는 돈은
40kg 짐에 불과 2만원 정도.
그는 많은 돈을 벌지 않지만
자기에게는 그 정도도 많은 액수고 충분한 돈이라고 말한다.
"아내가 장애인이어서 정부의 생활비 보조를 받아요.
내가 술 마시거나 헛되게 쓰는 게 없으니,
그걸로도 먹고 살 수 있어요.
내가 지게를 져서 번 돈은 남는 거죠.
그러니 생전에 남들을 도울 수 있는 거죠."
그는 넉넉치 않은 생활을 하면서도
한달에 20만원 어치의 과자를 사들고 장애인 시설을 찿아가고
속초에 사시는 다섯 분의 독거노인들에게
매달 10kg의 쌀과 라면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십 수년째 장애인학교와 장애요양시설에 생필품을 지원해왔고,
주위의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다.
그의 선행이 알려져 상(賞)을 받게 되었을 때도
그는 그 상금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어놓았다.
불우 독거 노인들에게 제주도 효도관광을 시켜줬고
물품을 사서 필요한 곳에 기부했다.
적은 돈을 벌면서도 기부에 힘쓰는 설악산 지게꾼 임기종(57)씨.
그에게 기부의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삶을 살았어요.
그런 내가 남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고,
나도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남을 도우면서 내 삶에 자신감을 가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