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알게모르게 악마가 된 사연.

참된웃음 작성일 14.08.18 07: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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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글 몇개를 보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끄적여봅니다.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고, 군 생활을 빡세게 한 편도 아니었지만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자화자찬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나름 중대 내부에서 천사라고 불리우는 선임이었습니다.

이등병때 사이코 보존의 법칙(사이코가 전역하면 누군가가 사이코가 되거나 새로운 사이코가 들어온다.)에 의해서

맞선임에게 걸레 빤 물을 먹이려 든다던가 하는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병장이 된터라 그런 점을 싹 뜯어 고치려 했었습니다.

물론 소대 내부에선 많은 점을 고쳤죠 팔을 올린채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것도 바꾸고,

일병다수만 동행한다면 이등병 일병끼리도 px를 이용할 수 있게 고치고,

걸레도 물기를 없애게 빨았던 것을 이제는 조금의 물기는 유지하게 바꾸는 등. 여러가지로 바꿨습니다.

걸레의 경우엔 특히나 더 심했죠. 이등병때 털어빨지는 못하는데 물기가 나오면(아무리 열심히 짜도 나오긴 합니다.)

갈굼을 먹었으니 손이 터져서 피가 나오고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짰던 안좋은 기억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바꿔버렸습니다.

병장이 되서 바꿔나가면서 조금씩 계급간에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습니다.

제가 생각했을때 군대는 지금처럼 선 후임간의 거리가 크면 나중에 실제 전쟁이 나도 제대로 돌아갈거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친한 형 동생같은 느낌이면 그 중 하나가 죽는 순간 어떠한 명령도 불사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형태를

꿈꾸면서 바꾸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에 이등병과 일병들이 저를 피하기 시작한 겁니다.

밉보일만한 짓도, 갈굼도 안한터라 이상함을 느꼈지만 평소대로 지냈습니다.

근데 이게 날이 가면 갈 수록 심각해지는 겁니다.

이등병 일병들이 제가 가까이만 가면 무언가 다 자신들이 하겠다라는 포스?를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원인불명이라 저로선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청소를 하려는데 상병들이 나때문에 자신들이 눈치가 보인다면서 청소시간에 절 쫒아버렸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커피나 한잔 마시자 생각해서 아래층의 자판기로 내려가려 하는데 갑자기 소변이 땡기는 겁니다.

급히 화장실로 선회한 저는 그 곳에서 제가 바꾸지 못한 다른 소대의 이등병이 손에 피가나도록 걸레를 짜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안쓰러웠기에 그 걸레를 줘보라고 말하고는 이미 굳은살이 박힌 제가 확실하게 짜고 물기를 제거할 수 있게 털기까지 했습니다.

병장이 털겠다는데 막을 사람은 없었죠.

그런데 이등병의 얼굴이 살짝 좋지 않았습니다. 왠진 몰랐지만 그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걸레를 3개정도 다 짜주고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려고 내려갔는데 자판기 앞에서 한참 동전을 넣고 있을때

상병이 이등병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어라 저녀석은 아까 내가 걸레짜준 이등병인데?'

표정이 어두운채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안색이 새파래져서 상병뒤를 쫒아가는 이등병을 보면서

그 이등병이 실수를 했나보다 싶어서 종이컵 커피를 든채로 상병이 갈굼을 하는 곳으로 살포시 지나갔습니다.

어이없는 것으로 갈구면 바로 말리려고 했죠.

그런데 갈굼의 내용이 말이죠.

"야이 xx야 네가 얼마나 미덥지 못하면 병장님께서 네 걸레를 빨아주시냐? 이 xx가 빠져가지고."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걸레를 빨아주던 도중에 안쪽에선 상병이 큰일을 보고 있었던 거죠.

이등병은 그사실을 알고 있었고, 병장이 말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걸레를 준 겁니다.

재빨리 갈굼을 막은 나는 '이러이러 했을뿐이다 갈구지마'라고 상병을 말린 후에 돌려보냈습니다.

그 후 원인을 알게된 저는 상병들로부터 소문을 제대로 접했습니다.

제가 이등병일을 작업부터 청소까지 이것저것 챙겼는데 그들의 눈에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타 소대에 제가 사는 것이 아니다보니 갈굼을 막지 못했고, 이등병들에게는 제가 자신들이 갈굼을 받을것을 알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일을 뺏어서 하는 악마같은 병장으로 오인되어져 있던 겁니다.

심지어 갈굼을 하던 상병들 조차 제가 알면서도 일부러 갈구라고 저러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그 날부터 저는 모든일에서 손을 뗏습니다.

일을 했더니 긁어 부스럼인데 해봐야 문제만 커질 뿐이라는 것을 알았죠.

제가 중대 전체를 바꾸지 못하는 이상 이것은 해결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대를 갈아엎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미 말년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전역을 하면서 평소 불평이 많았던 점을 하나라도 해소해 주기위해 가습기 하나를 모은 월급으로 사서 소대에 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아마 이등병들 한테는 여전히 악마로 기억되겠죠.

다들 하나씩 이런 에피소드 가지고 계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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