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벤치는 도대체 어떤 판정에 대해 그토록 거칠게 항의한 것일까.
2일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은 연장후반 막판 승부가 갈렸다. 전광판 시계가 멎을 즈음 한국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종료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이용재의 허벅지에 맞은 볼이 북한 골문으로 향했다. 이를 북한 수비수가 펄쩍 점프해 팔을 뻗어 손으로 막아냈다. 느린 장면으로 보면 고의성이 다분했다. 충분히 페널티킥이 주어질 만한 상화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혼란한 틈을 타 임창우가 달려 들며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한국 선수와 벤치의 스태프들이 일제히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 순간 북한 벤치는 강력하게 뭔가를 항의했다.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북한이 적반하장격으로 흥분한 이유를 두고 국내 취재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의문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때 해소됐다.
북한 윤정수 감독은 "기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말한다. 지난 번 경기 전 기자회견 때 공정한 판정이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오늘도 또 오심이 나왔다. 부심이 깃발을 들면 선수들은 당연히 멈추게 돼 있다. 부심은 깃발을 들었다 내리고 주심은 그냥 인정하는 경우가 어디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심판원들이 주최국이라고 봐주거나 그런 게 있으면 안 된다. 이 경기를 본 사람 다 전문가들이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현했다.
윤 감독의 주장을 재구성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일단 북한 선수가 핸드볼 반칙을 저질렀다. 부심은 반칙이라며 깃발을 들었다. 부심이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본 북한 선수들은 반칙이 선언될 줄 알고 일제히 멈췄다. 그러나 주심은 반칙을 불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은 계속 플레이를 계속했고 결국 골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결국 페널티킥을 줬어야 하는데 주심이 선언하지 않아 북한이 실점했다는 항변이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윤 감독의 주장에는 오류가 많다.
일단 축구에서 판정의 최종 권한은 주심에게 있다. 시쳇말로 부심이 깃발을 100번 흔들어 봐야 주심이 인정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또한 선수들은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멈추기 전까지는 경기에 집중하는 게 상식이다.